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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살 덜 찔까?' 저지방 우유에 대한 오해와 진실

  • 2022.01.30(일) 10:05

[食스토리]저지방 우유, 원심분리기로 유지방 제거
평균 칼로리, 일반우유 65kcal vs 저지방은 45kcal
"저지방 우유 포함 첨가제, 오히려 다이어트 방해"

/그래픽=비즈니스워치

[食스토리]는 평소 우리가 먹고 마시는 다양한 음식들과 제품, 약(藥) 등의 뒷이야기들을 들려드리는 코너입니다. 음식과 제품이 탄생하게 된 배경부터 모르고 지나쳤던 먹는 것과 관련된 모든 스토리들을 풀어냅니다. 읽다 보면 어느새 음식과 식품 스토리텔러가 돼 있으실 겁니다. 재미있게 봐주세요. [편집자]

한때 국내에선 '저지방 우유' 열풍이 불었습니다. 건강과 다이어트를 고민하는 소비자를 겨냥해 우유 제조업체들이 지방 함량을 낮춘 우유를 내놓은 건데요. 최근 들어 저지방 우유의 인기가 다시 높아지고 있습니다. 코로나19 이후 외부 활동 제한으로 활동량이 줄면서 몸무게가 증가한 사람이 늘었기 때문입니다. 일명 '확찐자'라는 신조어까지 나왔을 정도죠.

그런데 문득 궁금해졌습니다. 저지방 우유가 다이어트에 도움이 되는지요. 알려진 것처럼 무지방, 저지방 식품이 건강에 더 좋을까요. 또 저지방 우유와 일반 우유의 차이는 무엇일까요.

보통 일반 우유의 지방 함량은 4% 정도인데요. 저지방 우유는 지방 함량을 2% 정도로 낮춘 제품입니다. 무지방 우유는 지방 함량이 아예 없고요.

그럼 저지방 우유는 어떻게 만드는 것일까요. 우유 제조업체에 저지방 우유 공정을 문의해봤습니다. 우유 제조업체에 따르면 저지방 우유는 일반 우유에서 지방을 원하는 만큼 제거하는 과정을 거칩니다.

업계 관계자는 "저지방 우유는 원유에 들어있는 유지방을 저지방 규격에 맞춰 원심분리기를 통해 제거해 만든다"고 설명했는데요. 이렇게 유지방을 제거한 원유에 △균질 △살균 △냉각 △포장의 과정을 거치면 저지방 우유가 탄생합니다. 물론 일반 우유는 특별한 지방 제거 과정을 거치지 않고요.

/그래픽=비즈니스워치

그런데 여기서 문제가 있습니다. 유지방을 제거하면 우유의 진하고 고소한 맛이 사라진다는 점입니다. 일반 우유의 맛에 길들여진 소비자에게 저지방 우유는 밋밋하고 묽게 느껴집니다. 일반 우유보다 탄력성도 떨어지죠. 우유 제조업체의 입장에선 지방은 줄이면서 우유 본연의 맛과 식감을 살리는 게 핵심 과제인 셈입니다.

게다가 저지방 우유를 만드는 과정에서 우유에 포함된 영양소도 일부 사라집니다. 우유엔 인체의 성장, 발달, 유지에 필요한 5대 영양소가 풍부하게 함유돼 있습니다. 단백질, 탄수화물, 지방, 무기질, 비타민 등인데요. 우유가 '완전식품'이라고 불리는 이유죠.

따라서 일부 우유 제조업체는 유지방을 빼면서 사라진 탄력성과 진한 느낌을 보충하기 위해 첨가물을 사용합니다. 탄산칼슘, 아라비아 껌 등을 넣어 우유의 진한 느낌을 만들어냅니다. 단맛과 감칠맛을 내기 위해 인공 탄수화물이라고 불리는 말토덱스트린을 첨가하기도 해요.

전문가들은 저지방 우유에 추가되는 이런 첨가물이 오히려 다이어트에 방해가 된다고 지적합니다. 지방을 덜 섭취하는 대신 다른 첨가물을 추가로 섭취하는 게 과연 '건강'한 것인지 따져봐야 한다는 얘기인데요.

실제로 일반 우유와 저지방 우유의 칼로리 차이는 어떨까요. 국내 우유 제조업체 네 곳의 제품을 직접 비교해봤습니다. 서울우유의 '서울우유 나100%', 남양유업의 '맛있는 우유 GT', 롯데푸드의 '파스퇴르', 매일유업의 '매일우유'인데요.

/그래픽=김용민 기자 kym5380@

일반 우유와 저지방 우유의 칼로리가 크게 차이 나진 않았습니다. 일반 우유와 저지방 우유의 100㎖당 평균 칼로리는 각각 65kcal, 45kcal였는데요. 다이어트에 도움이 된다고 보긴 어려운 수준이죠.

또 일반 우유에 들어 있는 '공액리놀레산(CLA)' 성분도 주목할 만합니다. CLA는 과체중 성인의 체지방 감소에 도움을 준다고 알려진 성분인데요. 우유 속 CLA는 체내 나쁜 콜레스테롤과 지방의 배출을 돕고 포만감을 줘 다이어트에 효과가 있다고 합니다.

미국 임상영양학회지에 따르면 1만8438명의 여성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한 결과 일반 유제품을 먹은 여성이 저지방 유제품을 먹은 사람보다 비만의 확률이 8% 낮았다고 하는데요. 무지방, 저지방 우유의 경우 공정 과정에서 CLA도 줄어듭니다.

CLA 성분이 있다고 해서 일반 우유가 살이 안 찐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또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아 걱정이지만 우유가 마시고 싶을 땐 저지방 우유가 좋고요. 그렇지만 단순히 지방 함량을 줄인 제품이 '건강에 좋다'고 보긴 어려울 것 같습니다. 지방을 아예 빼는 것보단 각각의 영양소가 균형을 맞추는 게 중요해 보입니다.

*[食스토리]는 독자 여러분들과 함께 만들어가고픈 콘텐츠입니다. 평소 음식과 식품, 약에 대해 궁금하셨던 내용들을 알려주시면 그중 기사로 채택된 분께는 작은 선물을 드릴 예정입니다. 기사 아래 댓글이나 해당 기자 이메일로 연락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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