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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심, 실적 반등 전략의 핵심은 '옛날 그 맛'

  • 2025.03.20(목) 07:10

'농심라면' 등 과거 인기제품 재출시
60주년 기념…'레트로' 트렌드 공략

/그래픽=비즈워치

농심이 단종됐던 과거 인기 제품을 재출시하고 있다. 과거의 향수를 자극하는 '레트로 트렌드'를 파고든 전략이다. 과거에 인기였던 스테디셀러로 내수 매출을 진작하겠다는 생각이다. 신제품 대신 재출시 수요가 있는 단종 제품을 통해 매출 감소나 리스크를 줄이려는 의도도 담긴 것으로 보인다.

다시 돌아온 그 시절 인기템

농심은 지난 1월 창립 60주년을 맞아 '농심라면'을 출시했다. 이 제품은 1975년 출시된 후 '형님 먼저, 아우 먼저'라는 광고 카피로 큰 인기를 끌었던 제품이다. 하지만 라면시장에 다양한 신제품이 출시되면서 점차 판매가 부진해졌고 1990년대 중반에 단종됐다. 

이번에 재출시한 농심라면은 처음 출시했을 당시의 디자인을 계승했다. 맛은 농심 R&D가 보유하고 있던 과거 레시피를 기반으로 최근 소비자 입맛에 맞게 업그레이드했다. 소고기와 쌀 전분을 통해 감칠맛을 냈다는 설명이다. 파, 고추가루, 액젓으로 만든 양념 후첨스프를 더해 기존 매운국물라면과 차별화했다.

또 지난달 농심은 1990년에 출시한 '튀김우동'을 '누들핏' 브랜드로 선보였다. 튀김우동의 국물맛은 유지하면서도 칼로리 부담이 적은 얇은 당면을 적용해 누들핏 라인업을 늘렸다.

재출시된 농심라면과 새우탕면 봉지면 /사진=농심, 홈플러스

농심의 오랜 용기면 제품인 새우탕면은 유통채널의 요청으로 다른 포장 형태로 출시됐다. 새우탕면은 지난 2002년 봉지면으로 출시됐다가 단종된 바 있다. 이번에 재출시된 새우탕면 봉지면은 홈플러스가 농심에 봉지면 형태로 공동기획상품(NPB) 제조를 요청해 만든 것으로 알려졌다.

농심은 라면뿐만 아니라 스낵류에서도 단종된 제품들을 부활시켰다. 재출시된 제품들은 'B29'와 '크레오파트라 포테토칲'이다. B29는 1981년에 첫 출시된 과자로, 카레맛이라는 독특한 맛ㅢ 스낵으로 인기를 끌었다. 이후 단종됐다가 2009년 재출시됐지만 2012년에 또 다시 단종됐다. 

'크레오파트라 포테토칲'는 현재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포테토칩의 모태다. 1980년에 첫 출시된 이 제품은 국내 최초 100% 생감자칩으로 이름을 알렸다. 하지만 이후 다양한 종류의 과자가 출시되면서 경쟁이 심화돼 1989년에 단종됐다.

농심 블로그에 게재된 크레오파트라 관련 이야기 /사진=농심 블로그 캡처

농심이 이런 제품들을 재출시한 것은 소비자의 재출시 요청과 여전히 소비자들 사이에서 제품명이 회자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한 결과로 보인다. B29는 'B29의 재생산을 바라는 까페'라는 온라인 커뮤니티가 2007년에 개설된 후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다. 그만큼 수요가 뚜렷하다는 의미다. 농심 관계자는 "이렇게 오랜기간 한 제품의 재출시를 바라는 소비자 집단이 있는 제품을 찾아보기 어렵다"며 "이런 소비자들의 성원에 보답하기 위해 재출시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크레오파트라의 경우 최근에도 2030세대 사이에서 '안녕! 클레오파트라 세상에서 제일 가는 포테이토칩'이라는 술게임으로 여전히 제품명이 언급되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아파트' 등 한국의 놀이문화가 K콘텐츠의 하나로 해외로 퍼지고 있는 점을 고려한 재출시다.

농심은 이 제품들을 한정판이 아닌 국내 정규 제품으로 운영할 생각이다. 내수 진작 방안의 일환이다. 국내 인구가 점차 감소함에 따라 식품사들이 저마다 해외 진출을 통한 활로 찾기에 나선 상황이다. 하지만 국내 매출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해외에서의 성장도 장담할 수 없다. 농심 관계자는 "이번에 재출시한 제품들은 한정판이 아니다"라며 "제품이 잘 팔리면 계속 생산할 것"이라고 밝혔다. 

충성고객 모시기

업계에선 농심의 단종 제품 재출시가 기존 브랜드의 충성 고객을 유지함과 동시에 신규 고객을 유입할 수 있는 전략이라고 보고 있다. 과거 인기 제품에 대한 향수를 가진 중·장년층을 공략할 수 있는데다, 젊은 층에게는 '신제품처럼' 인식되도록 할 수 있어서다.

또 60주년을 맞은 농심이 '절치부심'에 나선 것이라는 평가도 있다. 지난해 농심의 매출은 전년과 비슷한 수준을 보인 반면,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20%가량 감소했다. 라면업계 경쟁사인 삼양식품은 해외매출 급증으로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했지만 농심은 제자리걸음에 그쳤다. 스낵 부문에서도 경쟁사인 오리온이 지난해 역대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반면, 농심의 지난해 스낵 매출은 오히려 전년 대비 감소했다.

농심 라면·스낵 매출 추이 /그래픽=비즈워치

한편 일각에선 인기 제품을 리뉴얼 출시하는 것을 두고 연구개발 비용은 절감하면서 프리미엄화로 가격을 인상할 기회로 삼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재출시한 제품들의 가격이 시판 중이었던 동일 제품군의 인기제품보다 가격대가 높기 때문이다.

실제로 농심라면 124g짜리 봉지면 4개입 가격은 농심몰 기준 4730원이다. 반면 신라면 120g짜리 5개입 가격은 4400원이다. 신라면이 개수가 하나 더 많음에도 농심라면에 비해 저렴하다. 

농심 관계자는 "신제품 가격은 기존 제품보다 더 높을 수밖에 없다"면서 "기존 제품은 대량생산하는 반면 신제품은 새롭게 들어가는 원료를 구매하는 비용부터 생산라인 확보, 연구개발 활동 등에 대한 비용이 제품 원가에 반영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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