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활의 발견]은 우리의 삶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소재들을 다룹니다. 먹고 입고 거주하는 모든 것이 포함됩니다. 우리 곁에 늘 있지만 우리가 잘 몰랐던 사실들에 대해 그 뒷이야기들을 쉽고 재미있게 풀어보려 합니다. [생활의 발견]에 담긴 다양한 이야기들을 읽다 보면 여러분들은 어느새 인싸가 돼 있으실 겁니다. 재미있게 봐주세요. [편집자]
여러분은 스웨트셔츠가 어떤 옷을 의미하는지 아시나요? 얼핏 니트 의류를 떠올리신 분들도 계실 텐데요. 완벽한 정답이라고 보긴 어렵지만, 그렇다고 틀린 말도 아닙니다. 서로 사용하는 원단은 달라도 '스웨터'라는 큰 카테고리 안에 함께 속해있기 때문이죠.
이 스웨트셔츠는 우리가 누구나 한 벌쯤은 가지고 있는 '맨투맨 티셔츠'를 뜻합니다. 무더운 여름을 제외하고는 3계절 내내 입을 수 있어 필수 아이템으로 꼽히고 있죠. 그런데 어쩌다 스웨트셔츠는 맨투맨이라는 또 다른 이름을 얻게 된 걸까요? 이번 [생활의 발견]에서는 맨투맨으로 불리는 스웨트셔츠에 대한 이야기를 한 번 해볼까 합니다.그땐 그랬지
스웨트셔츠의 역사는 약 1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스웨트셔츠는 기능성 스포츠 유니폼에서부터 시작됐는데요. 1920년대 초까지만 하더라도 미국 풋볼 선수들은 땀을 흡수하고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 울 소재로 된 스웨터를 운동복으로 입었다고 합니다.
다만, 울의 특성상 운동복으로 입기엔 적합하지 않죠. 맨살에 입으면 까끌까끌하고, 소재가 피부에 닿다 보니 간지럽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땀을 흘리면 옷이 금방 무거워지기도 합니다. 특히 운동복은 세탁을 자주 해야 하는데, 울은 수축이 심해 기장이 줄어드는 건 물론이고 건조하는데도 오래 걸리죠.

이에 따라 미국 앨러버마 대학에서 미식축구 선수로 활동했던 한 청년은 1926년 부친이 운영하는 의류 제조 회사에 연습용 저지 제작을 의뢰했습니다. 가벼우면서도 편안하게 착용할 수 있는 운동복을 만들어달라면서요.
당시 부친은 코튼 저지 원단을 사용해 면으로 된 운동복을 개발했습니다. 이는 기존 내복에 쓰여온 원단입니다. 제품 명칭은 필드에서 입는 운동복인 만큼 땀을 뜻하는 '스웨트'에 '셔츠'를 결합했고요. 이후 1930년부터 '러셀 에슬레틱'이라는 회사를 설립하며 본격적으로 상업용 스웨트셔츠 생산에 나섰습니다.내 이름은
놀라운 사실은 이런 스웨트셔츠의 대중화를 이끈 건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스포츠웨어 브랜드 '챔피온'이라는 점입니다. 챔피온은 아무 무늬도 없던 스웨트셔츠에 글자와 로고를 새겨 판매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를 계기로 미국의 미식축구팀인 '미시간 울버린'과 유니폼 생산 계약을 맺는가 하면, 여러 운동부에도 납품하게 됐습니다.
대중화가 되면서 하버드, 예일 등 미국 아이비리그에선 소속감을 나타내고자 학교 로고를 넣은 스웨트셔츠를 입기도 했죠. 운동복을 넘어 일상복이 된 셈인데요. 이 때문에 밝은 회색 컬러에 대학 로고를 새긴 스웨트셔츠는 엘리트 교육이라는 상징적인 요소로 자리 잡을 정도였습니다.

머지않아 국내에서도 스웨트셔츠가 보편화되기 시작했습니다. 바로 20세기 중반부터입니다. 스웨트셔츠가 맨투맨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기 시작한 것도 이때부터죠.
국내에서 처음으로 스웨트셔츠를 자체 생산·판매했던 '성도섬유'는 자사의 제품에 맨투맨이라는 명칭을 붙였습니다. 스포츠웨어임을 강조하기 위해 스포츠 용어인 맨투맨을 붙인 것으로 보입니다.
맨투맨은 일반적으로 스포츠에서 쓰이는 수비 방법 중 하나인데, 대중들 사이에서 이 단어가 자연스럽게 통용되며 고유 명사처럼 굳어진 겁니다. 마치 대일밴드나 스카치테이프, 호치키스 등과 같이 본래의 이름을 잃어버리게 된 셈입니다.
일상에 스며들다
여전히 스웨트셔츠의 상징으로 사용되는 부분도 있습니다. 목 부분에 있는 'V자' 모양 스티치인데요. 이는 당초 운동선수들이 땀을 흘린 후 탈의하는 과정에서 목 부분이 늘어나는 현상을 방지하기 위해 제작됐습니다. 기술의 발전으로 현재는 덧대는 과정의 필요성이 줄어들었지만, 디자인적 요소로 사용하는 브랜드들도 많습니다.
과거 스포츠 유니폼에서 시작된 스웨트셔츠는 이제 의류를 판매하는 업체라면 모두 선보이고 있을 정도로 국민 아이템이 됐습니다. 저렴한 가격대인 SPA(제조·유통 일괄) 브랜드부터 초고가의 명품 브랜드까지 다들 스웨트셔츠 라인업을 갖추고있습니다. 다양한 옷에 믹스 매칭이 가능해 활용도가 높은 데다, 뛰어난 내구성까지 갖춰 꾸준히 인기가 있어섭니다.

하지만 알아두어야 할 점도 있습니다. 국내에선 익히 사용되고 있지만, 외국에선 맨투맨을 '사람 대 사람'이란 의미로 알아듣는다는 사실을요. 해외에 나가 스웨트셔츠를 이야기하게 될 일이 있다면 맨투맨이 아닌 정식 명칭을 사용하는 게 좋겠죠?
모든 옷에 적절히 잘 어울리는 스웨트셔츠. 아직 여름이 오기까지는 많이 남은 만큼 이번 주말에는 스웨트셔츠를 쇼핑하러 가야겠습니다. 여러분도 스웨트셔츠를 구매하실 일이 있다면 오늘 이야기를 떠올려 보시는 건 어떨까요? 아마 재미있는 쇼핑 시간이 되실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