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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이 뭐예요?"…토종 SPA, 이유있는 질주

  • 2025.03.06(목) 07:00

탑텐·스파오, 가성비 전략에 수요↑
고객 니즈 반영…뛰어난 상품 전환
소비 양극화…가격경쟁력 확보 집중

/그래픽=비즈워치

국내 SPA(제조·유통 일괄) 시장에서 토종 브랜드들의 약진이 두드러지고 있다. 고물가가 지속하면서 가성비가 뛰어난 의류들을 속속 선보인 덕분이다. 이들 브랜드는 경기 침체 속 높은 가격경쟁력을 강력한 무기로 삼아 소비자 수요를 더욱 끌어 모으겠다는 구상이다.달라진 지형도

과거 국내에서 큰 인기를 끌었던 SPA 브랜드 3대장은 유니클로, 자라, H&M 등 모두 외국계였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이른바 '빅3' 구도에도 변화가 생겼다. 지금도 유니클로를 찾는 발길은 여전하다.

다만 자라와 H&M의 자리는 토종 브랜드인 신성통상의 탑텐과 이랜드의 스파오가 꿰찼다. 자라와 H&M은 각각 스페인과 스웨덴에 본사를 두고 있어 의류 사이즈가 서양인 체형에 맞춰져있는 데다, 세련되고 독특한 디자인으로 다양한 연령대를 아우르기 어렵다는 게 주된 반응이었다.

그러는 동안 토종 브랜드들은 해외 SPA 브랜드들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만을 해소하는 데 집중했다. 한국인 체형에 맞는 기장은 물론 모든 연령층을 커버할 수 있도록 기본에 충실한 의류들을 주력으로 삼았다. 다른 외국계 브랜드들이 국내에서 성장세가 주춤할 동안 유니클로가 유일하게 살아남을 수 있었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래픽=비즈워치

시시때때로 변화하는 국내 소비자들의 니즈를 발 빠르게 파악하고 나선 점도 토종 브랜드들의 인기 비결 중 하나로 꼽힌다. 현재 이들 업체는 시즌마다 판매 상품에 대한 고객들의 피드백 반영을 검토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일례로 스파오는 1년에 4회 이상 품평회를 열어 500명의 고객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의류의 색과 전체적인 외형 등을 다변화하는 과정을 거친다. 이후 판매할 상품의 윤곽을 잡은 뒤 개발에 나서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 같은 노력은 곧 호실적의 원동력이 됐다. 지난해 기준 스파오는 매출 600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과 비교하면 25% 증가했다. 같은 기간 탑텐의 매출은 9700억원으로, 1년 전보다 7.8% 늘었다. 국내 SPA 시장에서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유니클로가 1조원 수준의 매출을 거둬들이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토종 브랜드가 빠른 속도로 추격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수요 잡기

업계에선 올해 SPA 브랜드의 최대 화두는 가격 인상 여부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물가 상승의 압박이 이어지고 있어 의류 구매에 실속을 따지는 수요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달 통계청이 조사한 의류비 지출 전망 소비자심리지수(CSI)는 92로 전월보다 4포인트 하락했다. CSI가 100을 밑돈다는 건 의류 지출을 줄이겠다는 소비자가 늘리겠다는 소비자보다 더 많다는 뜻이다.

스파오 스타필드 고양점 니트존./사진=이랜드 제공

상황이 이렇다 보니 스파오와 탑텐은 기존 상품 가격을 유지하는 데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베이직한 의류들이 주를 이루는 SPA 브랜드 특성상 품질에 큰 차이가 없다면 수요는 더 저렴한 곳에 몰린다. 특히 경기 침체에 따라 초저가와 초고가에만 지갑을 여는 소비 양극화도 심화되는 추세다.

현재 스파오는 디자이너, 생산 담당자, 상품 기획자로 구성된 상품별 '원팀'을 운영하고 있다. 이들은 해외 현지 생산 파트너사와 직접적인 협상을 통해 중간 마진을 줄이고 있다. 이와 함께 전용 원단을 대량으로 계약해 원가 부담도 낮추고 있다. 스파오는 스웨터 라인인 '소프트얀', '울블렌드'와 '데일리지' 데님, '프렌치테리' 스웨트셋업 등 대표적인 베이직 상품의 원단을 하나로 통일해 사용하고 있다.

탑텐 매장 전경./사진=김지우 기자 zuzu@

600여 개의 매장 운영으로 이미 상당수의 고객을 확보한 탑텐은 가격을 획기적으로 내릴 수 있는 방안을 구사하고 있다. 상품 기획부터 생산, 유통, 판매까지 전 과정을 도맡아 퀄리티를 높이고 가격을 최대한으로 낮추는 게 대표적이다. 좋은 품질을 가진 상품을 전국 어디에서나 합리적인 가격에 구매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업계 관계자는 "토종 SPA 브랜드들의 품질은 과거보다 상향 평준화가 되어 있어 가격경쟁력 제고만으로도 소비자를 충분히 뺏어올 수 있는 상황"이라며 "올해 국내 SPA 시장 내에서 또 한 번의 순위 변동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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