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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주 도수 낮췄더니 '하이볼'로…고민 깊은 주류업계

  • 2026.02.12(목) 14:52

음주문화 변화로 판매 부진 빠진 주류업계
소주 도수 낮추고 무알콜 맥주 늘리는 등 변화
주종 다양화 필요성…다만 앞선 시도 참패해

그래픽=비즈워치

주류업계가 고민에 빠졌다. 덜 마시고 덜 취하는 최근의 음주 트렌드 때문이다. 이에 맞춰 소주 도수를 내리고 무알코올 맥주를 내놓는 등 변화를 꾀하고 있지만 장기적인 성장 동력이 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알코올 거부 세대

'독한 술' 소주의 20도 벽이 깨진 건 지난 2006년이다. 하이트진로가 '순한 소주' 브랜드인 참이슬 후레쉬의 도수를 19.8도로 낮추면서다. 경쟁사인 롯데칠성도 곧바로 처음처럼의 도수를 19.8도로 내렸다. 업계 1, 2위의 대표 브랜드가 모두 '20도 미만'이 되면서 20도는 소주 도수의 하한선이 아닌 상한선이 됐다. 

20도 벽이 깨진 지 20년이 지난 올해는 16도의 벽도 깨질 전망이다. 롯데칠성이 새로의 도수를 15.7도로 낮춘 데 이어 하이트진로도 '진로'의 도수를 15.7도로 조정했다. 시선을 지방으로 돌려보면 이보다 더 도수가 낮은 소주도 즐비하다. 경남권 소주인 대선주조는 일찌감치 15.9도짜리 소주를 내놓은 바 있다. 충청권 소주인 선양소주의 '선양'은 14.9도로 15도 벽까지 깼다. 

그래픽=비즈워치

맥주는 더하다. 아예 알코올을 제거한 무알코올 맥주가 트렌드다.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국내 무·비알코올 맥주 시장은 2021년 415억원에서 2023년 644억원으로 2년 만에 55.2% 성장했다. 2027년엔 1000억원 규모로 커질 전망이다. 알코올이 들어 있는 맥주 역시 도수를 낮춘 '라이트'가 인기다. 

주류업계가 알코올 도수를 낮추는 이유는 단순하다. 소비자들이 원하기 때문이다. '독한 술'의 대명사인 소주는 매년 판매량이 줄고 있다. 그 와중에 '저도수'를 표방했던 새로와 진로는 '대박'이 났다. 최근 몇 년간 주류업계에서 '핫'한 주종으로 떠올랐던 하이볼과 사케 모두 10도 초반의 저도수 주류다. 

이래도 될까

업계에서는 계속해서 도수를 낮추고 있는 국내 주류 기업들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도수가 낮아지면서 다른 주류와의 차별화 지점도 사라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소주 도수는 알코올 도수만 놓고 보면 13~15도인 청주나 레드 와인과 거의 비슷한 수준까지 내려왔다. 맛과 향 등에서 소주가 나은 부분이 없는 만큼 '가격만 싼 술'이 되고 있다는 고민이다.

유일한 장점인 가격 경쟁력 역시 메리트를 잃어가고 있다. 대형마트와 편의점을 중심으로 1만원 위스키, 4900원 와인 등 초저가 주류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1만원짜리 위스키 한 병을 구매하면 10도짜리 하이볼을 10잔 가까이 만들 수 있다. 소주와 비교해도 가성비가 떨어지지 않는다. 

이랜드리테일 킴스클럽의 9990원 위스키 라이트하우스(왼쪽)와 GS25의 1만3900원 위스키 티처스(오른쪽)/사진=각 사

맥주 역시 비슷한 도수의 RTD 하이볼에 자리를 빼앗기고 있는 추세다. 최근 편의점을 중심으로 인기를 얻고 있는 캔 하이볼은 3~5도의 저도수 하이볼이다. 형태부터 도수까지 명확하게 맥주를 겨냥한 포지셔닝이다. 위스키 베이스, 보드카 베이스, 고량주 베이스 등 다양한 기주(器酒)를 사용해 취향에 따라 고르는 재미도 있다. 맛이 비슷비슷한 국산 맥주와 비할 바가 아니다.

주류업계로서는 난감한 상황이다. 소비자들의 변화한 취향에 맞춰 도수를 낮추니 다른 주류와의 차별성이 줄어든다. 그렇다고 '제 갈 길'을 가자니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는다. 딜레마에 빠진 셈이다. 

언제까지 소맥만

업계에선 '주종 다변화'를 해결책으로 제시한다. 희석식 소주와 특색 없는 라거에 집중된 '소맥 포트폴리오'를 조정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하이트진로의 전체 매출에서 소주와 맥주가 차지하는 비중은 90% 이상이다. 생수 등을 제외한 기타 주류 매출 비중은 2.5% 안팎에 불과하다. 

오비맥주 역시 전체 매출에서 카스 등 라거 맥주가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이다.그나마 롯데칠성이 소주·맥주 비중 60%에 청주·와인 비중이 각각 10% 안팎으로 분산돼 있지만 전체 매출 규모는 크지 않은 편이다. 

하이트진로의 퀸즈에일과 오비맥주의 에일스톤/사진=각 사

주요 주류 기업들도 할 말은 있다. 그간 다양한 시도를 해 왔지만 소비자들이 결국 '소맥'으로 돌아왔기 때문이다. 지난 2014년 오비맥주와 하이트진로가 선보였던 에일 맥주가 대표적이다. 하이트진로가 '퀸즈에일'을, 오비맥주가 '에일스톤'을 내놨지만 참패를 경험했다. 사케나 하이볼 등도 국내 주류 시장에 안착할 지는 두고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주류 소비 환경 자체가 급변하고 있는 시대"라며 "소비자들의 니즈가 다변화되고 있는 만큼 다양한 시도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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