켄터키 말고 코리아
토막낸 닭에 튀김옷을 입힌 후 기름에 튀겨낸 '프라이드 치킨'은 비교적 유래가 명확한 요리 중 하나다. 닭을 기름에 튀기는 요리야 어느 시대, 어느 나라에나 있었지만 밀가루 반죽을 바르고 끓는 기름에 담가 완전히 튀기는 요리는 19세기 미국 남부의 흑인 노예들에게서 기인했다고 한다.
고된 노동을 견디기 위해 기름에 튀겨 높은 칼로리를 확보하고, 백인 농장주가 선호하는 가슴살 등의 부위를 뗀 나머지 조각들을 모아 튀겼다. 기름에 튀기는 방식 역시 이들이 목화농장에서 일했기 때문에 면실유가 풍부했기 때문이다. 맛보다는 생존을 위해 먹었던, 남부 흑인들의 슬픈 역사가 담긴 음식이다.
미국 남부 흑인들의 슬픈 음식은 바다 건너 한국으로 넘어오면서 또다른 음식으로 진화했다. 전통 고추장과 물엿을 섞은 달착지근한 양념을 바른 '양념치킨'이 탄생하는가 하면, 양념의 베이스를 간장으로 바꾼 '간장치킨', 치킨에 치즈 파우더를 뿌린 '뿌링클' 등 온갖 종류의 치킨들이 등장했다.
'빨리빨리의 민족'은 새로운 음식을 자신들의 것으로 바꿔나가는 것도 빨랐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2024년 기준 국내 치킨 프랜차이즈 매장 수는 전년 대비 5.3% 늘어난 3만1397개에 달했다. 프랜차이즈가 아닌 개인 치킨집, 치킨을 판매하는 호프 등 주점 등을 더하면 4만 여개를 웃돈다. 대한민국이 '치킨 공화국'이라 불리는 이유다.
K치킨 맛있다
KFC 대신 K치킨을 즐기는 대한민국 국민들이 우물 안의 개구리인 걸까. 최근 흐름을 보면 그렇지도 않다.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들은 이제 비빔밥이나 김치, 불고기, 갈비보다 치킨을 먼저 찾는다. 외국인 전용 올인원 결제 플랫폼 '와우패스'를 운영하는 오렌지스퀘어에 따르면 지난해 외국인 관광객의 K푸드 결제 1위 브랜드는 bhc였다.
다른 여러 지표들에서도 외국인 관광객의 K푸드 1순위는 대부분 치킨으로 나타난다. 한식진흥원이 발표한 '2025년 해외 한식 소비자 조사'에 따르면 해외 소비자가 최근 1년 동안 가장 자주 먹은 한식 1위는 28.3%의 K치킨이었다. 또 향후 먹어볼 의사가 있는 메뉴 1위 역시 K치킨이 차지했다.
자신의 모국에도 KFC가 있고 또다른 '닭튀김' 메뉴가 많지만 K치킨은 다르다고 생각한다는 의미다. 사실이 그렇다. 똑같은 '후라이드 치킨'이라 해도 BBQ와 bhc, 페리카나치킨은 각각 다른 맛을 낸다. 다른 치킨도 마찬가지다. 웬만큼 치킨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브랜드 별 치킨의 맛을 구별하는 게 어렵지 않다. 국내 시장에서 수만 개 점포가 배달 시장에서 경쟁하며 치열하게 고도화를 이룬 결과다.
K치킨이 외국의 '닭튀김'과 가장 차별화되는 점은 '겉바속촉'의 극대화다. 겉은 딱딱하고 속은 퍽퍽한 외국의 닭튀김과 달리 K치킨의 튀김옷은 바삭하지만 씹으면 가볍게 부서진다. 각 사마다 기름과 튀김옷, 닭고기의 궁합을 고려한 자체 믹스를 사용한다. 그러면서도 고기는 촉촉하고 부드럽게 유지된다. 가슴살 필렛이 큰 12호닭을 주로 쓰는 해외와 달리 부드러운 10호닭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일부에선 작은 닭은 맛이 나지 않고 효율을 위해 쓴다고 비판하지만 실제로는 부드러운 식감을 내기 위한 면이 더 크다"며 "외국 치킨 브랜드처럼 12호닭을 쓰면 살코기 양은 많지만 식감이 떨어지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라면 다음은 K치킨?
외국인 관광객 사이에서 K치킨의 인기가 날로 높아지니 자연스럽게 시선은 해외로 향한다. 해외 시장에서도 K치킨이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본 셈이다.
이 방면에서 가장 적극적인 건 제너시스BBQ다. 국내에서도 지난해 말 기준 2316개 매장을 확보해 '점포 수 기준 1위'를 지킨 BBQ는 해외에서만 700개가 넘는 매장을 운영 중이다. 올해엔 미주와 중화권에서만 각각 1000개 이상의 점포를 추가 확보, 총 해외 점포를 연말까지 3000개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2위권과 연매출 격차를 1000억원 이상 벌리며 '매출 1위' 타이틀을 지킨 bhc도 최근 들어 해외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bhc는 현재 미국과 홍콩, 태국, 싱가포르, 캐나다 등 8개국에 총 44개 매장을 운영 중이다. 연내 필리핀에도 매장을 낸다. 올해엔 베트남을 10번째 진출국으로 정하고 현지 기업과 마스터 프랜차이즈 계약을 체결했다.
교촌치킨 역시 2007년 미국 진출로 첫 발을 뗀 이후 현재 미국·중국·말레이시아·대만 등 6개국에서 79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프랜차이즈 업계의 해외 진출 트렌드 역시 치킨이 이끄는 모양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해 외식기업 해외 매장 수는 4644개로 집계됐다. 이 중 치킨전문점은 전체의 39%, 1809개로 1위를 차지했다.
국내 주요 브랜드 중 가장 많은 해외 매장을 낸 BBQ,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많은 매장을 내고 있는 본촌치킨이 시장을 이끄는 가운데 국내 1위 브랜드인 bhc도 빠르게 해외 매장 수를 확대해 가고 있다.
업계에서는 국내에서의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은 브랜드들이 해외 공략에 나서는 만큼 K치킨의 성공 가능성을 높게 점친다. 특히 K치킨의 '겉바속촉' 스타일은 2가지 식감이 공존하는 음식을 즐기는 젊은 층의 니즈에도 부합한다. 매우면서도 달콤한 맛 역시 서양권의 '스와이시(Sweet+Spicy)' 트렌드 그 자체다. 한국식 양념부터 치즈, 간장 등 다양한 소스를 곁들이는 스타일도 마찬가지다.
업계 관계자는 "K치킨은 이미 불고기나 갈비, 김치처럼 한국을 대표하는 메뉴"라며 "튀긴 닭 요리는 어느 나라에나 존재하지만 다른 나라에선 맛볼 수 없는 스타일을 구축한 한국식 프랜차이즈 치킨이 글로벌 시장에서도 통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