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콕=윤서영 기자] 태국 주류 시장에 'K소주'와 유사한 제품이 빠르게 늘고 있다. K소주 특유의 녹색 병과 한글로 표기된 라벨, 알코올 도수까지 영락없는 한국 소주를 연상시키는 제품들이다. 이는 한국산 소주의 위상이 현지 시장에서 그만큼 높아졌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하지만 자칫 K소주의 가치 훼손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실제로 지난 28일 방문한 방콕의 벨라 신돈 빌리지 내 빌라 마켓에서는 K소주와 비슷한 콘셉트의 제품들이 소주 매대에 진열돼 있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외국인 고객들은 이 제품들을 "한국 소주"라고 말하며 골랐고 일부 한국인 소비자들까지 국산 소주로 오인하기도 했다.
한국인조차 속는 가짜 K소주가 범람하는 동남아시아에서 '진짜 K소주'는 앞으로 어떻게 정체성과 경쟁력을 지켜내야 할까. 황정호 하이트진로 해외사업본부 전무에게 그 해법을 물어봤다.짝퉁 안 무섭다
과거 태국에서 소주를 찾는 소비자는 한국 교민과 관광객이 주를 이뤘다. 소주가 현지에서 대중적인 주류 카테고리가 아니었다는 의미다. 하지만 2015년 하이트진로가 '자몽에이슬'을 수출한 이후 판도가 바뀌었다. 현지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과일 리큐르 제품이 한국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새로운 주류 트렌드로 떠올랐다.
하이트진로는 이 같은 시장 흐름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했다. 자몽에이슬 이후로도 청포도와 자두, 딸기, 복숭아, 레몬 등 '에이슬' 시리즈의 수출 전용 제품 라인업을 넓혔다. 덕분에 하이트진로는 유사 소주가 판치는 경쟁 환경에도 불구, 지난해 태국 시장 내 소주 수출액이 전년 대비 50% 증가하는 성과를 거뒀다.
황 전무는 '품질'과 '기술력'을 경쟁 우위의 배경으로 꼽았다. 100년 양조 역사를 기반으로 축적된 일관된 맛과 체계적인 품질 관리 역량은 모방품이 결코 따라올 수 없는 차별점이라는 설명이다. 전 세계 어느 시장에서도 한국에서 생산된 것과 동일한 품질의 소주를 제공할 수 있는 기술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예컨대 하이트진로는 현재 소주 생산 과정에서 주요 공정별로 표준화된 품질 관리 기준을 운영하고 있다. 제품 규격에 맞춘 이화학 검사와 관능 검사를 병행해 출고 전 품질을 점검하는 게 핵심이다. 수출 국가별 유통 환경이 제각각인 만큼 제품이 현지에 도착한 이후에도 안정적인 품질을 유지할 수 있도록 관리하고 있다.
황 전무는 "소주는 단순히 알코올 도수나 향을 맞추는 제품이 아닌 원료와 주정의 품질, 배합 기술, 향미 밸런스, 깔끔한 후미 등이 종합적으로 작용하는 제품"이라며 "특히 과일 소주는 과일 향의 자연스러움, 단맛과 산미의 균형, 부드러운 음용감, 깔끔한 뒷맛이 중요한데, 이런 품질 완성도는 오랜 제품 개발 경험과 제조 노하우가 축적되어야 구현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현지 유사 제품이 외형적으로는 한국 소주와 유사해 보일 수 있다. 다만 실제 제품의 맛, 향미 균형, 품질 일관성 측면에서는 브랜드별로 차이가 나타날 수밖에 없다"면서 "품질 경쟁력을 바탕으로 소비자들이 신뢰하고 즐길 수 있는 정통 K소주 브랜드 가치를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이제부터가 진짜
황 전무는 "태국 소주 시장이 외형 성장 중심의 '양적 팽창기'를 지나 '질적 경쟁 단계'에 진입했다"고 분석했다. 단순히 제품을 출시하는 것만으로는 시장 안착이 어려운 단계에 진입했다는 뜻이다. 이에 따라 브랜드 경쟁력과 운영 역량 고도화가 시장 생존의 핵심 요소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공급망 관리와 유통 운영 전문성을 가장 중요한 요소로 짚었다. 황 전무는 "현재 유통업체들은 실질적인 회전율과 수익 기여도를 바탕으로 입점 브랜드를 정예화하고 있다"며 "체계적인 품질 관리와 안정적인 공급망을 입증한 리딩 브랜드를 중심으로 시장 지배력이 재편되는 과정이 가속화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단기적인 프로모션보다는 브랜드 신뢰도와 일관된 음용 경험이 재구매를 결정짓게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내놨다. 소주의 소비 거점이 특정 상권에서 로컬 외식 채널과 가정 등 일상적인 소비로 완전히 확장됐기 때문이다. 소주가 맥주·위스키 등 기존 주종과 함께 경쟁하는 하나의 독립적인 카테고리로 자리를 잡고 있다는 이야기다.
하이트진로는 향후 '고객 접점 확대'를 통해 현지 시장 내 리더십을 공고히 할 생각이다. 태국 전역에서 소비자들이 손쉽게 하이트진로 제품을 접할 수 있도록 유통망 확대에 나설 예정이다. 판매 채널 수를 늘리는 데 그치지 않고 실질적인 소비가 이뤄지는 접점까지 유통 커버리지를 확대해 접근성을 높이겠다는 포부다.
브랜드 경험도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클럽 이벤트와 음악 페스티벌 등 젊은 세대가 브랜드를 직접 경험할 수 있는 활동들을 계속해서 확대하는 것이 골자다. 이외에도 소주가 태국 소비자들의 여가와 일상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들 수 있도록 다양한 마케팅 활동 역시 전개하겠다는 생각이다.
황 전무는 "진로의 대중화라는 장기적인 비전을 토대로 글로벌 시장 공략을 지속적으로 전개하고 있는 만큼 앞으로도 단순 제품 판매를 넘어 현지 소비자들이 한국 소주 문화를 보다 친숙하고 즐겁게 경험할 수 있는 브랜드 환경을 만들어가는 데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