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콕=정혜인 기자] 지난 27일 오후. 태국 방콕에 위치한 쇼핑몰 센트럴 방나 지하 1층. 평일 낮임에도 'No Brand'라고 적힌 간판 아래로 발걸음이 끊이지 않았다. 한국산 제품이 빼곡히 들어찬 진열대 앞에서 태국 소비자들이 하나둘 장바구니를 채워나 갔다. '노브랜드'의 이름이 붙은 과자부터 한국 유명 라면까지, K푸드가 태국 소비자들의 손에 들려 나가는 모습이 자연스럽게 느껴졌다.
K상품 알린다
이곳은 지난 3월 31일 이마트가 연 태국 1호 노브랜드 전문점이다. 국내 유통기업이 태국에 단독 오프라인 매장을 낸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마트는 이 매장을 열기 위해 지난해 7월 태국 최대 유통사 중 하나인 센트럴그룹 계열사 '센트럴 푸드 리테일'과 마스터 프랜차이즈 방식으로 손을 잡았다. 노브랜드가 입점한 쇼핑몰 센트럴 방나는 방콕 동부를 대표하는 대형 복합 쇼핑몰이다. 유니클로·H&M 등 글로벌 패션 브랜드와 메이저 시네플렉스, TOPS 푸드홀 등이 입점해 있다.
이 쇼핑몰이 자리한 방나 지역은 고급 아파트 단지와 국제학교가 밀집한 방콕 동부 지역이다. 자가용으로 쇼핑을 다니는 소비자 비중이 80%에 달해 씀씀이 큰 중산층 고객을 끌어들이기에 유리한 조건을 갖췄다. 이마트 관계자는 "태국 노브랜드 1호점의 방문객은 K컬처에 관심이 높은 인근 중산층과 직장인이 주를 이루고 있다"며 "가족 단위 방문객과 젊은 소비층의 유입도 활발한 편"이라고 설명했다.
노브랜드는 이곳에서 다양한 한국 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노브랜드 PB 400여 종을 포함해 2300여 개의 상품을 취급한다. 이 중 1500여 개를 한국산으로 채웠다. 이마트가 해외에 운영하는 노브랜드 매장 가운데 한국 상품 비율이 가장 높다.
방콕 노브랜드 1호점에는 매장 입구의 간판부터 '브랜드가 아니다→소비자다'라는 노브랜드의 캐치프레이즈가 한글로 적혀 있었다. 매장으로 향하는 길목에 있던 쇼핑몰 안내판에서도 한글 표기가 눈에 띄었다. 태국 한복판에서 마주친 한글이 낯설지 않은 풍경처럼 자리 잡고 있었다.
K라면부터 K라이프스타일까지
매장에는 태국인 고객들의 발걸음이 꾸준히 이어졌다. 교복과 체육복을 입은 학생 두 명은 매장에 들어서자마자 라면 매대로 곧장 향했다. 망설임 없이 삼양식품의 '까르보 불닭볶음면'과 '삼양라면'을 집어 드는 모습이 처음부터 이 제품을 사러 온 듯 했다. 한국 라면이 이미 이들의 소비 목록에 자리를 잡은 인상이었다.
엄마와 딸로 보이는 두 사람 역시 라면 코너 앞에 한참 머물렀다. 중학생쯤 돼 보이는 소녀가 진열대에서 마음에 드는 제품을 하나씩 꺼내 엄마에게 보여주며 설명하는 듯한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한참을 고른 끝에 손에 쥔 건 삼양식품의 파스타 라면 '탱글'이었다.
또 친구로 보이는 20대 여성 두 명도 나란히 한국 간편식 매대를 훑어보고 있었다. 동료 사이로 보이는 30~40대 방문객은 매장 이곳저곳을 꼼꼼히 살피며 라면, 생활용품 등 다양한 제품으로 장바구니를 채웠다.
노브랜드 1호점의 가장 큰 차별점은 '체험형 K유통 플랫폼'이라는 점이다. 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공간은 매장 가장 바깥쪽에 자리한 델리 코너 'Kitchen by NoBrand'다. 전체 매장 면적의 27%를 차지하는 이 공간에서는 떡볶이, 김밥, 닭강정, 호두과자, 어묵, 즉석라면 등 한국 길거리 음식을 현장에서 직접 조리해 판매한다.
실제로 이날은 젊은 여성 한 명과 학생 커플이 각각 떡볶이를 포장해 가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이곳의 떡볶이는 현지 입맛을 고려해 한국보다 덜 맵고 달달하게 조정한 맛이었다. 매장 한쪽에 커피·티와 함께 간단히 식사할 수 있는 공간도 갖추고 있어 그 자리에서 먹고 가는 방문객도 있었다. 태국 내에서 한국 식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단순 상품 구매를 넘어 한국 길거리 음식을 체험하고자 하는 고객이 많은 듯했다.
해외 공략 첨병
초기 반응은 이마트의 기대 이상이었다. 지난 3월 31일 오픈 당일 방문객은 약 900명을 기록했다. 오픈 직후인 4월 한 달 매출은 목표 대비 약 20% 초과 달성할 정도였다. 인기 상품을 중심으로 품절이 이어지자 추가 물량 확보에 나선 상황이다. 실제로 노브랜드 PB 제품이 진열된 매대 곳곳에는 빈 자리가 눈에 띄기도 했다. 이마트 관계자는 "워낙 빠르게 팔려 재고 확보가 어려울 정도"라고 설명했다.
특히 태국 소비자들에게 가장 반응이 좋은 카테고리는 라면을 비롯한 가공식품과 스낵류다. 버터·초코쿠키, 감자칩, 자색고구마칩, 감자스틱 트러플, 고르곤졸라 치즈 소프트콘 등 한국 간식류가 현지 소비자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센트럴그룹은 센트럴 방나 안에 위치한 자사 슈퍼마켓 TOPS에서도 노브랜드 상품 일부를 노브랜드 전문점과 동일한 가격으로 선보이고 있다.
이마트는 노브랜드 전문점이 태국 등에서 성공적으로 자리 잡은 만큼 해외 공략에 더욱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노브랜드가 가장 먼저 진출한 라오스에서는 2024년 12월 1호점을 낸 뒤 현재 4호점까지 빠르게 점포를 늘렸다. 또 몽골에서는 올해 전문점 3개점 오픈을 시작으로 2028년까지 15개점, 10년 내 50개점까지 확대한다는 목표다.
이마트 관계자는 "향후 태국 소비자들에게 더욱 다양한 노브랜드 상품과 K푸드를 소개해 나갈 계획"이라며 "현지 고객 반응과 판매 데이터를 기반으로 상품 운영 및 카테고리 구성도 지속 확대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