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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개월째 발묶인 달러보험, 가입 까다로워진다

  • 2021.07.22(목) 07:30

[달러보험 이렇게 바뀐다]① 
외환 투자 경험 있는 실수요자로 제한
원화상품 전환할 수 있는 옵션도 마련

달러보험(외화보험) 가입 대상이 외환 투자 경험이 있고, 실제 수요가 있는 소비자로 제한될 것으로 보인다. 또 고객이 원하면 언제든지 원화상품으로 전환할 수 있는 전환 옵션도 마련된다. 다만 당초 알려진 환헤지 의무화는 논의 대상에서 빠졌다.

22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이런 내용으로 달러보험 사전규제안을 마련하고 있다. 다만 아직 최종 결론을 내리진 못한 데다 외환당국인 기획재정부와 협의 절차도 남아 있어 실제 발표까진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 

수개월째 발 묶인 달러보험 

외화보험은 보험료와 보험금을 모두 외화로 내고 받는 상품으로 달러보험이 대부분이다. 금융감독원이 환손실 가능성을 이유로 제동을 걸면서 신규 상품 출시가 수개월째 발이 묶여 있다.

금감원은 지난해 하반기 원·달러 환율 하락으로 환차손 우려가 커지자 외화보험에 대한 소비자경보를 발령했다. 올해 3월에는 외화보험 취급 보험사를 대상으로 부문검사를 실시한데 이어 불완전판매 여부와 교육자료 등에 대한 자체 감사를 주문하기도 했다.

외화보험은 대부분 달러로 보험료를 내고 받는 만큼 안전자산으로 인식되는 데다 환율이 오를 경우 원화보다 높은 수익을 얻을 수 있는 환테크 상품으로 판매되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외화보험은 달러예금이나 해외주식처럼 환율 상승에 따른 환차익을 바로 기대할 수 있는 상품이 아니다. 보험료와 보험금을 달러로 내고 받는 사실을 제외하면 원화보험과 구조가 같아 조기에 해지하면 원금을 못 건질 수도 있다. 

금감원은 외화보험이 환율 변동에 따라 보험료와 보험금이 달라지는 위험에 노출돼 있는데도 보험사들이 제대로 설명하지 않아 소비자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외화보험 가입자 추이/그래픽=유상연 기자 prtsy201@

외환 투자 경험+실수요 여부 따진다

금융당국은 이에 따라 환율 변동에 따른 손실을 막을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보험업계에 주문하고, 외화보험에 가입하는 소비자의 유형을 분석해 그 특성에 맞춘 사전규제 체계 마련에 나섰다. 

사전규제안은 외환 투자 경험이 있고 실제 수요가 있는 소비자에게만 판매하는 쪽으로 초점을 맞추고 있다. 즉 △외환 투자 경험과 △통화 선택의 적정성을 따지고 △실수요 목적이 있는지 △외화 분산투자 목적이 있는지를 따져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될 경우 판매를 금지하겠다는 얘기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외화보험이 어떤 사람에게 수요가 있고 가입자의 소득 수준은 얼마나 되는지, 저축성보험과 보장성보험의 차이는 뭔지 등 소비자의 특성을 파악해 판매에 앞서 반영할 수 있는 규제안을 설계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는 외화예금과 해외펀드, 해외주식 등 외화자산 투자 경험이 있거나 외화표시 보험이나 투자상품을 구입한 적이 있어야 달러보험에 가입할 수 있게 된다. 

또 고객이 원하면 언제든지 적립금의 일부나 전부를 해당 시점 환율의 원화상품으로 전환할 수 있는 전환옵션도 주어진다. 단순히 환율 상승에 따른 이익실현을 위해 보험계약을 해지하려는 수요를 최소화하기 위함이다. 

보험업계는 당국이 정한 적합성 진단 방침에 더해 '납입하는 보험료가 환율 변동에 노출돼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는지' 여부를 추가로 확인하도록 했다. 또 보장성보험과 저축성보험을 구분해 실제 사망보험금이나 외화자금을 외국에서 사용하려는 목적이나 송금 계획이 있는지 등도 구체적으로 명시하도록 했다. 

65세 이상 고령자가 달러보험에 가입할 경우 가족 등에게 이 사실을 알리는 '지정인 알림서비스'도 의무화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현재 규제안을 놓고 보험업계와 의견을 주고받고 있다"면서 "외화보험과 관련한 여러 리스크를 확인한 만큼 이달 말까지 구체적인 안이 나오면 기재부와 협의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외환시장 영향, 기재부 협의도 관건 

이달 중 구체적인 안을 마련하더라도 기재부와 협의 과정이 남아 있다. 금융위는 앞서 한차례 의견을 주고받긴 했지만 아직 구체적인 상품 구조나 내용에 대해서는 공유하지 않은 상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달러보험 규제안은 소비자 보호의 취지가 크지만 외환시장에도 민감한 사안"이라며 "달러보험 증가로 달러 수요가 급증하면 환율에 영향을 줄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 증권업해외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상품에서 대규모 마진콜 발생으로 단기적인 달러 유동성 공급 부족과 함께 환율이 급등했다"면서 "달러보험 시장이 커질 경우 달러 수요 급증에 따른 외환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아 고민해야 할 부분이 많다"라고 설명했다. 

기재부도 달러 수요 증가와 원화 전환 옵션 등이 외환시장에 미칠 영향에 대해 검토하고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외화보험이 아직까진 외환시장에서 큰 변수는 아니라"라면서도 "달러 금융상품 저변 확대 측면에서 의미가 있는 만큼 보험료 납입방법이나 원화전환 옵션 등이 외환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평가해 구체적인 안이 나오는 대로 금융당국과 협의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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