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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대출 줄고 정부는 금리 압박…은행 '이중고'

  • 2022.07.04(월) 15:46

상반기 가계대출 잔액 감소…하반기도 난망
기준금리 오르는데 정부는 금리 압박

'역대급' 실적 행진을 지속하며 호황을 누리던 은행권이 이중고(二重苦) 상황에 휩싸였다. 원화대출의 절반을 차지하는 가계대출 규모가 줄었고, 예대금리차를 줄이라는 정부 압박은 갈수록 거세지고 있어서다.

하반기에도 예상되는 기준금리 인상 역시 부담이다. 금리 상승은 은행들의 이자수익 개선 요인이지만 대출 수요를 감소시키고 현 상황에선 기준금리 인상을 대출금리에 반영하는 것도 쉽지 않은 까닭이다.

이런 이유로 은행들의 경영 환경은 갈수록 녹록지 않아 고심이 깊어질 전망이다.

줄어든 가계대출…하반기도 회복 어렵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의 6월말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699조6521억원으로 지난해 말(709조1472억원) 대비 1.3% 감소했다. 

KB국민은행이 2.5% 줄어 감소폭이 가장 컸고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이 각각 1.9%, 1.6%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그래픽=유상연 기자 prtsy201@

작년까지만 해도 가파른 기울기로 증가하던 가계대출이 방향을 바꾼 것은 금리 인상에 따른 이자부담에 부동산과 주식 등 자산시장 침체가 본격화됐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한 은행 관계자는 "원리금 상환으로 주택담보대출은 자연스레 감소하는데 반해 신규 대출이 급격히 감소해 전체적인 가계대출 규모가 줄었다"라며 "신용대출 역시 마땅한 투자처가 없어 마이너스 통장에 돈을 넣는 차주들이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원화 대출 자산의 절반을 차지하는 가계대출 시장이지만 하반기 영업 상황도 만만찮다. 정부가 생애최초 주택매입 등에 대해선 LTV(주택담보인정비율)를 80%까지 완화하고 보금자리론과 적격대출 상환 만기 50년,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산정시 장래소득 반영 등 대출 규제 문턱을 낮출 계획이지만 이보다 실제 대출 한도에 더 큰 영향을 미치는 DSR 3단계가 적용되는 까닭이다. ▷관련기사: 신용대출 한도 는다지만 더 세지는 DSR 규제는?(6월29일)

여기에 부동산과 주식시장 침체도 장기화될 것으로 보여 대출 수요를 끌어오기가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금리 올라 수익성 개선? 양날의 검

전 세계적인 고물가 현상으로 미국 등 주요국의 통화긴축 정책도 은행에는 부담이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도 하반기 추가적인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높다.

통상 금리 인상은 은행들의 이자수익 증대로 이어진다. 작년 하반기부터 은행들이 높은 이자수익을 기록한 것도 기준금리 인상 영향이 컸던 게 사실이다. 은행에선 기준금리가 0.25%포인트 오르면 연간 이자수익은 1000억원 가량 늘어나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하지만 현 상황에선 은행들도 금통위의 기준금리 인상이 반갑지 않다. 특히 금리 상승에 따른 대출 차주들의 이자부담 증가를 최소화하기 위해 정부가 금융권에 지속적으로 예대금리차 축소를 요구하고 있다는 게 부담이다.

최근 은행들은 금리 인상을 반영해 수신금리는 올리는 반면 대출금리는 가산금리 조정과 우대금리 확대 등의 방식으로 낮추며 정부 압박에 대응하고 있다. 이는 은행들의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이와 함께 과도한 물가 상승과 이에 대응하기 위한 금리 인상은 은행들에게도 부정적이라는 분석이다.

전배승 이베스트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최근처럼 원자재가격 상승을 동반한 비용측면 물가 상승 압력이 심화되면 기업채산성 악화 등 차주 신용위험이 증가해 은행 수익성 확보에 부정적 영향을 준다"고 설명했다.

은행 관계자도 "기준금리가 오르면 조달금리 부담과 함께 차주들의 리스크도 커져 은행에 유리한 것만은 아니다"라며 "은행들이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금리를 인하하는 것도 리스크 관리를 위해 선제적으로 움직인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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