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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페이, 돈이냐 독이냐]②'찻잔속 태풍' 그칠까

  • 2023.02.24(금) 06:11

페이외 다른 서비스 강점도 존재…中·日 도입 영향↓
보편화된 간편결제 시장…수수료 낼 제휴사 필요

애플페이가 이르면 내달 국내에 상륙한다. 경쟁 혹은 협력해야 하는 국내 기업들은 서로 다른 해석을 내놓는다. 애플페이가 국내 스마트폰 시장과 간편결제 시장의 '판'을 바꿀 것이란 관측과 효과가 미미 할 것이란 예측이 공존한다. 애플페이 도입이 향후 시장에 미칠 영향을 다각도로 분석해본다. [편집자] 

/그래픽=비즈워치

애플페이의 도입이 국내 스마트폰 시장과 간편결제 시장의 '판'을 바꿀 것이란 긍정적인 시각도 있지만 그렇게 큰 영향은 없을 것이란 관측도 존재한다. 

간편결제 서비스 사용자들이 기존에 사용하던 서비스의 익숙함을 포기하고 애플페이 사용을 위해 아이폰 구매와 새로운 신용카드 발급이라는 순환구조를 구축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이유에서다. 

특히 애플페이가 국내에 정착하기 위해서는 '파트너'를 확보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애플이 파트너들에게 돈을 받는 구조라 당장 추가 제휴처를 찾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삼성의 벽 넘을까

#30대 직장인 남성 B씨는 애플페이 출시 소식을 듣고 고민하다 이내 마음을 접었다. 애플페이 도입만 보고 기기를 바꾸기엔 장벽이 많았다. 현재 2년 넘게 사용 중인 갤럭시 스마트폰이 아직 멀쩡한 데다, 최근 스마트폰 가격이 많이 올라 선뜻 지갑을 열기도 부담스러웠다. 또 당장 애플페이를 삼성페이처럼 대부분의 매장에서 사용할 수 있으리라는 보장도 없었다.

애플페이 도입 이후 애플이 삼성전자의 국내 스마트폰 점유율을 뺏어갈 것이라는 전망과 반대로, 애플의 도전이 단순히 '찻잔 속 태풍'에 그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도입 초반에는 많은 관심이 쏠릴 수 있지만, 실제 애플페이로 인해 기기를 변경하는 사람은 적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삼성페이와 같은 다른 간편 결제 수단이 보편화된 상황에서 애플페이 도입이 스마트폰을 바꾸기 위한 큰 동기 부여가 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애플페이./사진=애플 홈페이지

현실적으로 애플페이가 국내 시장에서 삼성페이만큼의 지위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갈 길이 멀다. 대표적인 건 결제 시스템이다. 애플페이는 NFC(근거리 무선통신) 기반 결제 시스템을 사용하는데, 국내에서는 MST(마그네틱 보안전송) IC칩 기반의 단말기가 보편화돼 있다. 현재 국내 NFC 단말기 보급률은 10% 안팎에 불과하다. 

NFC 단말기 설치 비용은 대당 15~20만원 정도다. 국내 신용카드 가맹점에 단말기를 보급하려면 수천억원의 비용이 필요하다. 애플페이의 국내 도입이 미뤄졌던 이유기도 하다.

애플페이의 국내 상륙 소식이 전해진 이후 부가통신업자(VAN사)들이 연이어 NFC 결제가 가능한 단말기를 출시하기는 했다. 아울러 현재 영세 혹은 중소가맹점에 대해서는 신용카드 사회공헌재단과 동반성장위원회가 함께 NFC 결제가 가능한 단말기를 지원하고 있는 중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NFC 단말기의 보급에는 여전히 오랜 시간이 필요하단게 업계의 관측이다.

현재 갤럭시를 사용하는 한 직장인 여성(23)은 "갤럭시의 최대 장점이 삼성페이인데 애플페이가 도입되면 꼭 갤럭시를 사용할 이유가 없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다만 아이폰 구매까지 현실적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애플페이를 삼성페이처럼 모든 곳에서 쓸 수 있어야 한다는 전제가 있다"고 말했다.

교통카드 사용 여부 역시 애플페이 연착륙의 성패를 가를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애플에 우호적인 연령대가 대중교통 이용 비중이 높은 젊은 세대인 만큼, 교통카드 사용 가능 여부가 애플페이 사용자 증가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아서다.

다만 이 역시 시간이 필요하다. 교통카드 단말기에는 NFC 기능이 있어 애플페이 사용이 가능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교통카드 사업자와의 계약 체결이 우선돼야 한다. 삼성페이 역시 국내 출시 이후 약 반년 이후에나 교통카드 사업자와 계약을 체결하고 교통카드 서비스를 시작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애플페이 도입으로 국내 스마트폰 시장이 유의미한 변화를 보일 가능성은 낮다"며 중국·일본의 사례를 들었다. 지난 2016년 애플페이 도입 이후 일본과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의 점유율은 유의미한 변동을 보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2016년 애플페이 도입 후 중국·일본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추이./그래픽=비즈워치

카운터포인트리서치 자료에 따르면 애플페이 도입 이후인 2017년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아이폰의 점유율은 11%로 전년과 동일했다. 같은 기간 일본 시장에서는 점유율이 5%P(포인트) 감소했다. 

오히려 중국 시장에서 애플의 점유율이 반등한 것은 아이폰12 시리즈가 나온 2020년이다. 애플은 아이폰12 시리즈부터 10여년 전 출시했던 아이폰4와 유사한 직각 디자인을 적용하기 시작했다. 이를 통해 7개월 만에 1억대 판매를 돌파하며 인기를 모은 바 있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애플페이가 도입된 이후에도 가장 중요한 것은 새로운 편의 기능이 아닌 제품의 성능과 디자인이라는 점은 변함없을 것"이라며 "애플페이 하나로 인해 국내 스마트폰 시장이 눈에 띄는 영향을 받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애플페이 서비스만으로 삼성전자의 텃밭인 국내 시장을 공략하기 역부족이라는 시각도 많다. 갤럭시의 최대 장점이 삼성페이로 꼽히지만 그밖에 통화중 녹음, 편리한 A/S(고객서비스) 등 애플이 제공하지 않는 서비스가 많아서다.

애플페이 도입 이후에도 아이폰을 구매할 생각이 없다고 밝힌 20대 직장인 여성은 "갤럭시는 A/S가 편리하고 수리 비용이 저렴한 데다, 최근 들어 디자인이 개선되면서 개인적인 취향에도 맞아 만족한다"며 "한국에서는 삼성전자 제품을 사용하는 게 편한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래픽=비즈워치

차고 넘치는 경쟁자

금융권에서 애플페이가 해외와 같은 성공방정식을 이어나가기 힘들 것이라 관측이 나오는 이유는 크게 두가지다.

애플페이의 국내 공백 10년간 이미 국내 시장은 다른 사업자들이 안착했고 비용 증가라는 부담을 짊어질 제휴사들을 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이유 등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기준 국내 일평균 간편결제 이용금액 규모는 7231억원에 이른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일반적으로 결제되는 경제활동에서 간편결제 서비스로 이용되는 결제 규모로 환산할 경우 약 23%에 달한다는 조사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결제규모가 계속해서 성장하면서 서비스 제공사업자도 꾸준히 늘어 이미 포화상태다. 빅테크 기업으로 분류되는 네이버파이낸셜, 카카오페이, 비바리퍼블리카(토스)는 물론 은행, 카드사, 유통사, PG사, 단말기 제조사 등 결제와 관련이 조금이라도 있는 기업은 모두 간편결제 시장에 깃발을 꽂은 상황이다.

지난해 상반기 기준 간편결제 서비스 제공 사업자는 51곳에 달한다. 즉 간편결제 서비스는 이미 국내 핵심 결제 수단으로 자리잡았다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간편결제가 자리잡는 과정에서 사용자들은 이미 자신들이 원하는 사업자의 서비스를 선택했고 사업자들이 제공하는 혜택을 누리고 있기 때문에 굳이 새로운 결제수단에 눈을 돌리지 않을 것으로 보고있다.  

간편결제 업계 관계자는 "이미 익숙한 간편결제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는 사용자가 새로운 간편결제 서비스를 내놓는다고 해서 서비스를 바꿀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본다"라며 "사용자의 익숙함이라는 경험과 해당 서비스를 사용하면서 포인트 등의 혜택이 쌓여왔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래픽=비즈워치

애플페이가 국내에서 자리잡기 힘들 것이란 관측이 힘을 얻는 또다른 이유는 제휴사 찾기다. 애플페이를 통한 결제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카드사와의 제휴가 필수다. 애플페이는 결제 '수단'일 뿐 결제를 위한 신용을 공여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핵심은 국내 카드사들은 간편결제사들과의 제휴 과정에서 서비스 제공 대가로 수수료를 지급하지 않아왔다는 점이다.

일례로 삼성페이가 국내 오프라인 간편결제 영역에서 가장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었던 데에는 삼성전자가 삼성페이 서비스 제공을 대가로 카드사들로부터 수수료를 받지 않았던 것이 성공의 열쇠라는 평가가 많았다.

이를 교훈삼아 이후 출범한 국내 간편결제 사업자들은 모두 카드사들에게 수수료를 요구하지 않았다. 이미 국내 카드사들은 '무료'에 익숙해진 것이다. 

오프라인 간편결제 프로세스 및 수수료 . /그래픽=김용민 기자 kym5380@

그런데 애플측은 애플페이라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대가로 결제금액의 0.15%가량의 수수료를 카드사에 부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카드사들은 애플페이와 제휴할 경우 나가지 않아도 되는 비용이 발생하게 되는것이다. 

예를 들어 현재 국내 기존 간편결제 서비스 사용자가 1000원을 결제할 경우 카드사는 카드 가맹사로부터 약 2.1%의 수익을 얻는다. 그리고 이 중 VAN사에 약 0.2% 가량의 수익을 주고 최종적으로 손에 쥐는 수익은 0.19%, 즉 19원가량이다.

만약 애플페이를 사용하는 사용자라면 카드사는 여기에 결제금액의 0.15%를 애플에 납부해야 한다. 수익은 약 17.5원으로 줄어든다. 수익의 7.8%가량이 줄어드는 셈이다.

특히 최근 금융당국은 이같은 과정에서 발생하는 수수료를 고객 혹은 가맹점에게 전가하는 행위를 깐깐하게 모니터링 하겠다고 밝혔다. 결국 부담은 오롯이 카드사들이 부담해야 한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최근 카드사들은 기준금리 인상으로 인한 현금서비스 사용량 감소, 조달금리 상승 등으로 형편이 녹록지 않은 가운데 추가적인 수수료 부담이 들어가는 서비스의 도입에 대해 부정적인 기류가 있는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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