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생명이 '기관경고' 등 중징계 처분을 취소해 달라며 금융당국을 상대로 제기한 행정소송에서 일부 승소했다. 행정소송의 항소 시한이 오는 17일로 임박한 상황이라 일부 패소한 금융당국이 반격에 나설지 관심이 모인다.
15일 금융당국 및 보험업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2부는 지난달 한화생명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을 상대로 제기한 '기관경고 등 취소청구의 소'에 대해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한화생명에 내려진 기관경고 처분 중 대주주 거래제한 위반 부분이 취소된 것이다.
다만 기초서류 기재사항 준수의무 위반(보험금 부당 과소 지급) 등 나머지 취소 청구는 기각됐다. 위반에 따른 당국 징계가 적법했다는 판단을 법원으로부터 확인한 것이다.
한화생명의 실익은 컸다. 재판부는 과징금 18억3400만원 중 200만원을 초과하는 부분을 취소했다. 애초 과징금의 0.1%로 경감됐다는 뜻이다. 재판부는 또 소송비용 중 4분의 1을 한화생명이, 나머지는 금융위와 금감원이 각각 부담하도록 했다. 이 같은 1심 판결은 올해 1월 중 나올 예정이었으나 재판부의 기일변경 명령으로 지연됐다. ▷관련기사 : 한화생명 '대주주 부당지원' 취소 1심 판결, 내달 26일 선고(2022년 12월 1일)
이런 내용을 담은 판결문은 지난 3일 피고 측인 금융당국에 송달됐다. 금융당국이 2주 뒤인 오는 17일까지 항소하지 않으면 재판은 이대로 확정된다. 금감원 관계자는 "항소 여부에 대해 검토하겠다"는 입장만 내놓고 있다.
다만 보험업계는 금융당국이 항소할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본다. 1심 판결에서 나온 대주주 거래제한 위반 취소를 뒤집기 어렵다는 게 중론이라서다.
앞선 사례가 있다. 대주주 거래제한 위반으로 금융당국의 재제를 받았다가 행정소송을 벌인 흥국화재는 2021년 5월 대법원 판결에서 최종 승소했다. 흥국생명 역시 비슷한 것으로 행정소송을 진행했고 같은 해 7월 1심 재판부가 흥국생명의 손을 들어줬다. 이후 금융당국이 항소하지 않아 판결이 확정됐다.
지난해 금융위는 삼성생명이 대주주를 부당지원(대주주 거래제한 위반)했다는 금감원의 판단에 대해 조치명령을 부과하는 것으로 끝냈다. 과징금은 1억5500만원으로 크게 줄여줬다. 당초 금감원은 중징계인 기관경고를 주장했고 과징금도 118억원으로 책정했었다. ▷관련기사 : 금감원 체면만 차려준 금융위의 삼성생명 '기관경고'(2022년 1월 26일)
제재수위도 낮아지는 추세다. 금감원은 DB손해보험에 대한 검사에서 대주주 거래제한 위반에 대해 기관주의를 주는 데 그쳤다. 기관주의는 금융기관에 대한 제재 5단계(△등록·인가 취소 △영업정지 △시정명령 △기관경고 △기관주의) 중 가장 약한 수준의 조치다.
한화생명과 삼성생명의 경우와 비교해 볼 때 대주주에 대한 부당지원 액수가 적었다는 게 표면적인 이유다. 하지만 한쪽에선 "금감원 내부에서는 잇단 행정소송에 대한 피로감이 누적된 상태"라며 "정은보 전 원장 이후 지나친 징계를 피해 제재 수용성을 높이려는 분위기가 강해지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