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한화생명에 내린 '기관경고' 등 중징계 처분을 일부 취소한 1심 판결에 대해 불복해 항소했다.
17일 금융당국 및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 소송대리인인 법무법인(유한) 바른은 항소 기한 이틀 전인 지난 15일 서울행정법원에 항소장을 제출했다. 앞서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한화생명이 당국을 상대로 제기한 '기관경고 등 취소청구의 소'에서 일부 패소했다.
1심 재판부는 당국이 한화생명에 내린 기관경고 처분중 대주주 거래제한 위반 부분을 취소했다. 다만 기초서류 기재사항 준수의무 위반(보험금 부당 과소 지급) 등 나머지 취소 청구는 기각했다. 이와 함께 재판부는 한화생명에 부과된 18억3400만원의 과징금을 0.1% 수준인 200만원으로 경감시켰다. ▷관련기사 : "한화생명 과징금 18억원→200만원"…패소한 금융당국 선택은(3월 15일)
양측은 1심에서 다뤄졌던 쟁점을 두고 항소심에서 다시 맞부딪힐 것으로 예상된다. 금감원은 지난 2019년 한화생명에 대한 종합검사를 진행한 뒤 대주주 거래제한 위반과 기초서류 기재사항 준수의무 위반을 문제 삼으며 중징계인 기관경고를 확정했다. 이와 함께 금융위는 과징금 18억3400만원, 과태료 1억9950만원 처분을 의결했다.
금감원 검사에 따르면 한화생명은 그룹에서 추진한 한화갤러리아 면세점 63빌딩(한화생명 본사) 입주 과정에서 공사비를 받지 않고 내부 인테리어를 해줬다. 사옥관리 회사인 한화63시티(한화생명 자회사)에 주변 건물 임차료보다 낮은 수준으로 임대차 계약을 체결했다.
금감원은 이를 대주주 거래제한 위반으로 판단했다. 대주주 부당지원에 해당한다고 본 것이다. 현행 보험업법에 따르면 보험사는 대주주에게 부동산 등 유·무형 자산을 무료로 제공하거나 정상범위를 벗어난 가격으로 매매·교환할 수 없다.
금감원은 기초서류 기재사항 준수의무를 위반한 잘못도 지적했다. 사망보험 가입자가 우울증 등 정신질환으로 자살하면 재해사망 보험금을 지급해야 하는데 한화생명은 그보다 2배가량 보험금이 적은 일반 사망보험금을 지급했다.
특히 금융당국은 대주주 거래제한 위반 취소 판단에 불복해 2심에서 다시 한번 따져보겠다는 입장이다. 금융위와 금감원 검사국에서 법리적으로 좀 더 다툴 여지가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전해진다. 대주주 유·무형 자산 무상양도 등 당국 주장을 1심 재판부가 전혀 고려하지 않아 이 부분을 집중적으로 다퉈보겠다는 입장으로 알려졌다.
과징금이 200만원 수준으로 크게 깎인 것도 항소 이유 중 하나다. 애초 산정된 과징금 18억3400만원은 대주주 거래제한 위반과 기초서류 기재사항 준수의무 위반 등 두 부분을 전체적으로 합산해 나온 금액이다.
그런데 1심 재판부가 대주주 거래제한 위반만 취소하면서 과징금을 한꺼번에 모조리 삭감한 건 지나치다는 주장이다. 건별 과징금을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법의 판단을 다시 받아 보겠다는 취지"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