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생명이 금융당국을 상대로 제기한 기관경고 등 중징계 취소 항소심에서 당초와 달리 과징금이 11억원 넘게 증액됐다.
사실상 패소한 한화생명이 반격에 나설지 업계 관심을 끈다. 특히 쟁점으로 알려진 자살자에 대한 사망보험금 과소지급 건은 생명보험업계 전반이 주목하는 문제라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6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행정11-1부는 한화생명이 금융당국을 상대로 낸 '기관경고 등 취소청구의 소'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1심과 같이 원고(한화생명) 일부승소 판결했다. 소송이 시작된 지 약 3년7개월여 만이다.
2심 재판부는 금융당국이 2020년 원고에게 부과한 과징금 18억3400만원 중 11억1400만원을 초과한 부분을 취소한다고 밝혔다. 금융당국이 한화생명에 부과한 18억3400만원의 과징금 중 200만원만 인정했던 1심 판결을 뒤집은 것이다. 이에 따라 한화생명 과징금은 1심보다 11억1200만원 늘어났다.
재판부가 금융당국이 한화생명에 지적한 '기초서류 기재사항 준수의무 위반'을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9년 금감원은 한화생명에 대한 종합검사 뒤 이 회사가 4734건의 보험계약에 대해 약 21억원의 보험금을 과소 지급했고, 18건의 보험계약을 부당 해지하고 보험료를 과소 반환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사망보험 가입자가 우울증 등 정신질환으로 자살하면 재해사망 보험금을 지급해야 하는데 한화생명은 그보다 2배가량 보험금이 적은 일반 사망보험금을 지급했다.
한화생명과 금융당국은 판결문 송달 이후 2주 안에 항소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기간 내 항소장을 접수하지 않을 경우 항소를 포기한 것으로 보고 판결이 그대로 확정된다. 현재까지 양 측에 판결문이 도달하진 않은 상태다.
지난 1심 판결 때는 판결문 송달 13일만에 금융당국이 항소장을 제출했다. 1심 재판부가 금융당국이 한화생명에 부과한 과징금을 0.1% 수준으로 모조리 삭감한 건 지나치다는 판단에서였다. 이번엔 상황이 달라졌다. 한화생명이 2심에서도 일부 승소했지만, 과징금이 대폭 늘어나면서 사실상 불리한 방향으로 결정됐다.▷관련기사 : '한화생명 기관경고 1심 결과, 인정 못해' 금융당국, 항소(3월17일)
한화생명과 금융당국 모두 "판결문을 면밀히 검토한 뒤 항소 여부를 결정하겠다"며 말을 아끼고 있다. 대법원 판결까지 소요되는 인적·물적 비용과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따져본 뒤 이들이 행동에 나설 것이라는 게 금융권 안팎의 의견이다.
다만 자살자에 대한 사망보험금 과소지급 문제가 본질적으로 시시비비가 발생할 가능성이 큰 이슈라고 업계는 보고 있다. 생보사 전반이 비슷한 문제로 고민하고 있는 가운데, 관련 판례들이 엇갈리고 있기 때문이다. 관련 판례가 하나 더 쌓이게 되는 만큼 재판부가 신중한 판단을 해야 한다는 의미다.▷관련기사 : "자살·자사 보험금 지급…새 접근법 필요" 금감원 간부의 제언(3월28일)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보험금 과소 여부를 떠나 합리성에 근거한 판단이 이뤄져야 그로인한 사회적 비용과 도덕적 해이가 예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