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개 주요 카드사들이 올 상반기(1~6월) 당기순이익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20% 넘게 줄었다. 카드사들의 자금조달 창구인 여신금융전문채(여전채) 금리가 떨어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 데다, 경기여건이 악화하면서 대출 이용자들의 연체도 늘어 대손충당금이 늘어난 탓이다.
하반기에도 여건은 녹록지 않다. 높은 시장금리에 조달비용 압박이 유지될 공산이 높고 대손 관련 불확실성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30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이달 실적이 공개된 신한·삼성·KB국민·우리·하나카드 등 주요 5개 카드사는 올 상반기 순이익 합계는 총 9549억원이었다. 지난해 상반기 1조2270억원과 비교하면 22.2%(2721억원) 감소한 규모다.
5개사 중 한 곳도 순이익을 늘리지 못했다. 업계 분위기를 고려하면 아직 실적발표를 하지 않은 롯데카드와 현대카드의 상반기 실적도 작년 같은 기간보다 나아지지 않았을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업계 1위 신한카드의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3169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4127억원)보다 23.2% 감소했다. 삼성카드의 상반기 순이익은 2906억원으로 전년동기(3159억원) 대비 8% 줄었다. 그나마 선방한 편이다.
KB국민카드와 우리카드의 상반기 순이익은 1929억원, 819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각각 21.5%, 38.7% 감소했다. 하나카드의 경우 전년동기대비 38.8% 감소한 726억원이었다. 삼성카드를 제외하면 상위권, 중하위권 할 것 없이 20~40%가량 순익이 줄었다.
카드사들의 실적 부진은 조달금리 상승이 주된 원인으로 분석된다. 주요 자금조달 창구인 채권시장에서 여전채 AA+ 3년물 민평(채권평가사 평균)금리는 지난 27일 기준 4.292%를 기록했다. 지난해 초 2% 중반대였다가 이른바 레고랜드 사태 직후인 작년 10~11월 중 6%대로 급등했고, 올해 3월 중순 3%대까지 떨어졌지만 다시 4%대에 진입한 것이다.
카드사는 은행과 달리 자체 수신 기능이 없어 카드론(장기카드대출) 등 대출 사업에 필요한 자금 60~70%를 여전채로 조달한다. 조달금리 상승은 카드사의 수익성 악화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관련기사 : '조달비용 상승에 추풍낙엽' 카드사, 모두 울었다(5월16일)
이런 상황에서 연체율도 상승했다. 지난해 0%대였던 연체율이 올해 속속 1%대로 진입했다. 신한카드의 30일 이상 연체율은 지난해 상반기 말 0.92%에서 올해 상반기 말 1.43%로 상승했다. 삼성카드(0.6%→1.1%), KB국민카드(0.78→1.16%), 우리카드(0.80%→1.16%), 하나카드(0.79→1.48%) 등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그 결과 이들 5개 카드사들의 대손비용은 올 상반기 1조5106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9090억원)와 비교해 66.2% 늘었다.▷관련기사 : 빚 못갚는 사람들이 늘어난다…카드 대환론 급증(5월11일)·금융권 연체율에 경고등 '번쩍'…'2분기가 두렵다'(5월5일)
하반기에도 카드사들의 경영 여건은 개선을 기대하기 어렵다. 새마을금고발 채권 대량 매도 여파와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시장금리 상승이 예상돼 조달비용 압박이 더 커질 수 있어서다. 또 경기둔화에 고금리 부담으로 연체율이 더 늘어날 여지가 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조달 부담 지속과 연체율 상승 우려에 따른 리스크 관리 강화로 수익성 확보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하반기에는 카드사들이 비용 감축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