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보험업계 최고경영자(CEO)들과 만나 '보험개혁'이 실질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깊은 관심을 가져 달라고 주문했다. 보험업계가 혁신성장보다 출혈경쟁에만 몰두하고 있다고도 지적했다.
지난해 새 회계제도(IFRS17) 도입 이후 국내 보험사들이 찍고 있는 역대급 실적이 '착시'라는 논란이 거센 가운데 나온 발언이라 주목된다. 금융당국은 이달 초 출범한 보험개혁회의를 통해 새 회계제도 연착륙을 위한 대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이 원장은 30일 서울 광화문 생명보험교육문화센터에서 생명·손해보험사 CEO들과 올해 첫 간담회를 갖고 "지난 7일 출범한 보험개혁회의에서 영업관행, 상품구조, 건전성 규제 등 업계 전반에 대한 개선방안을 도출할 예정"이라며 "보험업계가 소비자의 든든한 동반자가 되도록 보험개혁에 적극 동참해 줄 것"을 당부했다. 그러면서 "이 회의에서 마련된 개선방안이 실질적으로 작동하도록 내부통제에도 깊은 관심을 기울여 달라"고 말했다.
이 원장이 보험개혁회의 참여를 가장 먼저 언급한 건 IFRS17 도입 후 보험사 '실적 뻥튀기' 논란이 지속하고 있어서로 보인다. 보험사들은 지난해 새 회계제도 도입 이후 13조원이 넘는 순이익을 기록하며 사상 최대 실적을 냈다. 올해 1분기에도 손해보험사들을 중심으로 순이익이 전년 대비 15% 이상 늘어나며 사상 최대 이익행진을 이어갔다.
계리 가정 산출의 기본 원칙만 제시하는 IFRS17상 보험사들이 자의적으로 느슨한 가정을 사용해 새로운 수익성 지표인 보험계약마진(CSM)을 부풀렸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CSM 확보를 위해 단기 성과에만 몰두해 출혈 경쟁을 벌이고 있다는 쓴소리도 나왔다. 이를 둘러싼 논란이 일파만파 확산하자 금융당국은 보험개혁회의를 통해 2분기 결산이 이뤄지는 8월 전까지 새 회계제도를 수술대에 올려 메스를 대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원장은 "국내 보험시장은 과포화 상태로 성장 한계에 직면했고 인구‧기후‧디지털 등 3대 보험환경 변화에 크게 노출돼 있는데도 혁신을 추구하기보다 출혈경쟁에만 몰두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소비자 후생을 제고할 수 있는 신사업 발굴과 해외진출 확대 등 보험산업이 다시 한번 도약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짚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 연착륙도 힘써 달라고 강조했다. 금융당국은 옥석 가리기를 통해 PF사업장 정리 및 재구조화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이 원장은 "그간 금융시장이 불안할 때마다 보험업계가 장기자금을 적시에 공급했던 것과 같이 이번 부동산 PF 대책에 있어서도 기관투자자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이행해 주길 바란다"며 "금융당국도 실효성 있는 인센티브 방안을 철저히 준비해 조속히 실행하는 등 업계의 참여에 필요한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