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티몬과 위메프(티메프) 미정산 사태를 사전에 방지하지 못한 점에 책임을 통감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동시에 구영배 큐텐 대표에 대해 "양치기 소년 같은 행태가 있다"고 비판하며 자금출처 과정에서 강한 불법 흔적을 발견해 검찰수사를 의뢰했다고 밝혔다.
금융당국은 소비자 피해를 막고 판매자 유동성 문제 해결을 위한 금융지원 후 추가 대안을 논의하겠다는 입장이다.
30일 국회 정무위원회는 '티메프' 사태 관련 긴급현안질의를 진행했다. 티메프 사태는 2134억원 규모의 정산 지연으로 판매자는 판매대금 미정산과 위약금 지급 등으로 유동성 애로 등의 피해가 발생했다. 소비자는 상품권 사용불가와 환불 미완료 등의 피해를 입었다. 이에 금융당국은 5600억원 이상의 금융지원으로 유동성 문제를 해소한다는 방침이다. ▷관련기사: '티메프' 미정산 이미 2100억…정부 '5600억+α' 지원(7월29일)
질의에선 티메프의 사라진 자금에 대한 추궁이 집중적으로 이어졌다. 국회에 출석한 구영배 대표는 "큐텐에서 미정산 사태 해결을 위해 투입할 수 있는 자금으로 800억원가량이 있지만 바로 쓰일 수 없는 한계가 있다"고 답했다.
이에 대해 금감원은 현재 티메프 모기업인 큐텐의 자금흐름 등을 확인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금감원장은 이번 사태에 대응하기 위해 큐텐·티메프 등과 논의하는 과정에서 보인 구영배 회장의 행태를 강하게 비판했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구영배 대표 등을) 가급적 신뢰해야겠지만 최근 언행을 보면 상당히 양치기 소년 같은 행태가 있어 말에 대해 신뢰를 하지 못하고 있다"며 "지난주부터 자금추적에 집중하고 있고 이 과정에서 강한 불법 흔적이 있어 (지난) 주말 전 검찰에 수사 의뢰와 주요 대상자 출국금지 등 강력한 조치를 요청한 상태"라고 말했다.
이어 "20여명 가까운 인력을 동원해 검찰에도 수사인력을 파견했다"며 "(자금추적을 위해) 공정거래위원회와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당국이 이번 사태를 미연에 방지하지 못했다는 책임론을 피하지 못했다. 앞서 금감원이 티몬·위메프와 경영개선계획 양해각서(MOU)를 체결했고, 이를 통해 두 기업이 자본잠식 상태로 유동성 비율이 기준치에 미치지 못했다는 점을 파악하고 있었지만 대응이 없었다는 이유에서다.
유동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금감원이 관련 사실을 알고도 어떤 조치를 했나"는 지적에 이복현 원장은 "(대응이) 부족해서 송구스럽다"며 "작년 말 미상환금액 등에 대한 별도 관리 등을 요청했지만 해당 기업이 응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금융당국의 지원 방안에 대해선 유동성 위기를 막는 수준에 그친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이번 사태로 판매자들은 대금 정산을 받지 못하면 빚만 늘어나는 결과로 이어지는데 이에 대한 대응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한창민 사회민주당 의원은 "유동성 위기 해소를 위한 이자상환 유예 등은 피해구제를 위한 대책이 아니다"라며 "업점업체 잘못도 아닌데 사업자는 신용불량자, 직원들은 실업자가 될 처지인 만큼 추가대책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이 원장은 "큐텐 측에서 얼마나 책임질 수 있는 자산을 확보할 수 있는지 검사를 먼저 끝내고 추가적인 내용을 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유동성 해소가 가장 급해 조치한 것이고 추가 대책은 관계 부처와 논의해서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