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화당국 수장직을 마치고 떠나는 이창용 전 한국은행 총재가 "통화정책의 효율성을 담보하기 위해서라도 구조개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구조개혁은 단기 부양책으로 풀기 어려운 저성장·양극화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동시장, 교육, 연금, 산업 체계 전반을 재조정하는 것을 뜻한다.

그는 20일 이임식에서 "구조개혁은 현재진행형인 만큼 앞으로도 한은이 교육, 주거, 균형발전, 청년고용, 노인빈곤 등 우리경제가 당면한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중장기 과제를 계속 연구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구조개혁의 필요성을 줄곧 강조하며 '미스터 오지랖'이라 불린 이 전 총재의 4년 임기는 고물가·고금리, 성장 둔화, 환율 불안이 겹친 복합위기 속에서 중앙은행의 역할과 한계를 동시에 드러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취임 직후 이 전 총재의 통화정책은 우선 물가를 잡기 위한 강한 긴축으로 출발했다. 2022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7월 6.3%까지 치솟자 한은은 7월과 10월 두 차례 사상 첫 '빅스텝'을 단행했고, 기준금리를 연 3.50%까지 끌어올렸다. 이후 2023년 2월부터 2024년 9월까지는 금리를 높은 수준에서 유지하며 물가를 2.0% 목표 수준에 가깝게 안정시키는 데 주력했다.
다만 물가 안정 성과와 별개로 금리만으로는 성장과 금융안정, 환율 문제가 얽힌 현실에 대응하기 어렵다는 점도 드러났다. 물가가 어느 정도 잡힌 뒤에는 상황이 더 복잡해졌기 때문이다.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지자 한은은 2024년 10월 기준금리를 3.50%에서 3.25%로 내렸고 11월에도 다시 0.25%포인트 인하했다. 여기에 비상계엄이라는 초유의 사태가 터지고 경제 역성장, 국내 정치 불안, 미국 행정부의 관세정책 급변까지 겹치자 한은은 지난해 5월까지 네 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총 1.00%포인트 내렸다.
하지만 추가 금리 인하에는 신중할 수밖에 없었다. 수도권 집값이 다시 뛰어 가계부채가 불어날 우려가 있었던 데다, 원·달러 환율 변동성이 걷잡을 수 없이 커졌기 때문이다.▷관련기사 : 중동·환율·물가에…한은, 연 2.5% 기준금리 7연속 동결(2026.04.10)
이 전 총재는 "여러 위기 상황을 관리하면서 다시 한번 깨달은 건 통화·재정정책만으로는 경제 안정과 성장을 이루기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는 점"이라며 "영향력이 점차 약화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책당국의 역할에 대한 국민적 기대는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양자 간 괴리가 커지고 있다"고 했다.
이어 "저출생과 저성장 문제 또한 고통을 감수하더라도 노동, 교육 분야 등의 개혁을 통해 이해관계와 갈등을 조정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면서 "반도체 호황으로 최근 경기와 외환시장이 일정 부분 안정됐지만 동시에 특정 산업 의존과 그에 따른 양극화가 더 심화되고 있다는 점에서 마냥 긍정적으로만 볼 수 없다"고 우려했다.
그는 "외환·금융시장이 충분히 안정되지 못한 채 자리를 넘기게 돼 마음이 무겁다"면서 "임직원들이 보여준 위기 관리 능력은 어느 선진국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기에 신임 총재 체제에서도 외환·금융시장을 빠르게 안정시킬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그는 '국민의 믿음으로'라는 구절로 시작하는 한은 행가를 인용하면서 "중앙은행에 대한 국민의 믿음은 결국 중앙은행의 실력이 결정한다"며 "안주하지 말고 목표를 높게 잡고 더 많은 발전을 이루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후임 총재로 지명된 신현송 후보자는 국회 인사청문 절차를 마치는 대로 21일부터 새 임기를 시작할 예정이다. 국회는 이날 오후 재정경제기획위원회 전체회의를 열어 인사청문 경과보고서 채택 여부를 논의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