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동물용 의약품 제조품질관리기준(GMP) 제도를 손질하면서 인체용과 동물용 의약품을 함께 생산하는 제조시설에 대한 중복 규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이 제도가 도입되면 동일 제조시설에서 인체용과 동물용 적합판정을 각각 따로 받아야 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업계는 인체용 의약품 제조시설은 이미 동물용보다 엄격한 GMP 기준을 적용받고 있는 만큼, 별도의 적합판정을 요구하는 것은 불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국제 기준 맞춘 동물 의약품 GMP 개편
앞서 정부는 2023년 '동물용 의약품 등의 제조업·수입자와 판매업의 시설 기준령'을 개정해 인체용 의약품 제조시설에서도 동물용 의약품을 생산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기존 제조시설을 활용해 반려동물 의약품 생산을 확대하고 기업의 시설 투자 부담을 줄이기 위한 조치였다.
하지만 생산시설 공동 사용이 가능해졌다고 해서 관리체계까지 통합된 것은 아니었다. 인체용 의약품은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동물용 의약품은 농림축산식품부가 각각 관리하면서 동일 제조시설을 운영하는 기업들은 두 부처의 관리 기준을 각각 적용받았다.
여기에 정부가 최근 동물용 의약품에도 GMP 적합판정 제도를 도입하기로 하면서 업계는 중복 규제가 한층 강화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달 30일 동물용 의약품 GMP 개편안을 발표하고, 내년부터 GMP 적합판정과 3년 주기 갱신제도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제조시설 단위에서 제품 중심으로 관리체계를 전환해 제품 특성에 맞는 제조공정과 품질관리를 적용하는 것이 골자다.
현재 동물용 의약품은 2년마다 실시하는 실태조사를 통해 제조·품질관리 기준 준수 여부를 확인하고 있지만, 내년부터는 인체용 의약품처럼 GMP 적합판정을 취득한 뒤 3년마다 갱신 심사를 받아야 한다. 제조시설을 보유한 업체 입장에선 인체용과 동물용 의약품 적합판정을 따로 받아야 하는 셈이다.
인체용·동물용 GMP 이중 적용…기업 부담 가중
업계는 이 같은 제도 개편으로 동일 제조시설에서 인체용과 동물용 의약품을 함께 생산하는 기업의 부담이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동물용 의약품에도 GMP 적합판정 제도가 도입되면 동일 제조시설에 대해 인체용 GMP(KGMP)와 동물용 GMP(KVGMP) 적합판정을 각각 취득·유지해야 하고, 정기 현장실사와 사후관리도 이중으로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또 다른 문제는 품질관리 체계가 사실상 중복된다는 점이다. 동일 제조시설에서 하나의 품질시스템을 운영하고 있음에도 표준작업절차서(SOP), 제조기록서, 변경관리, 일탈관리, 교육훈련, 밸리데이션 등 각종 품질문서를 인체용과 동물용 기준에 맞춰 별도로 작성·관리해야 한다. 이에 따라 품질보증(QA) 인력의 업무가 증가하고 제조현장의 운영 효율성도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업계는 인체용 GMP가 동물용보다 훨씬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는 만큼 동일 제조시설에 대해 적합판정을 별도로 요구하는 것은 규제 효율성 측면에서도 실익이 크지 않다고 주장한다. 기업뿐 아니라 정부 역시 동일 제조시설을 두 차례 심사해야 해 행정비용이 늘어나는 반면 품질과 안전성 확보 측면에서 추가적인 효과는 제한적이라는 설명이다.
이에 업계는 현재 법제처 심사가 진행 중인 '동물용 의약품 등 취급규칙' 개정안에 인체용 GMP(KGMP) 적합판정을 받은 제조시설은 동물용 GMP(KVGMP) 적합판정을 받은 것으로 인정할 수 있도록 하는 특례 규정을 마련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인체용 GMP는 동물용보다 훨씬 엄격한 기준으로 운영되는 만큼 동일 제조시설에 대해 다시 동물용 GMP 심사를 받도록 하는 것은 규제 중복에 해당한다"며 "동물용 의약품 시장 활성화와 규제 효율성을 위해 두 제도의 연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