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곡 김진만 전 국회부의장은 강원도 발전을 위해 1970년 관동(關東)문화재단을 설립했다. 5년 뒤인 1975년에는 강원여객, 한국자갈공업사, 강원일보, 춘천문화방송, 삼척문화방송 등 5개 회사의 소유주식을 출연하고, 자신의 아호를 따 동곡(東谷)문화재단으로 키웠다. 강원도 발전에 기여한 숨은 일꾼들을 찾아내 포상하고 그 공적을 알리기 위해 재단 설립과 함께 제정된 상(賞)이 지금의 ‘동곡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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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개 부문에 걸쳐 시상했던 동곡상의 제1회 학술문화부문 수상자가 강원 강릉 출신으로 당시 서울대 사회과학대학장이었던 조순 전 부총리였다. 향토인재 발굴의 산실 역할을 하던 동곡상은, 그러나 1980년 신군부 정권에 의해 김 전 부의장이 운영하던 장학재단이 강제로 해체되면서 5회(1979년) 시상을 끝으로 중단되는 비운을 겪었다.
동곡상은 이후 김준기 회장이 1989년 12월 설립한 동곡사회복지재단에 의해 2011년 김 전 부의장의 5주기를 맞아 32년 만에 부활, 올해로 9회째를 맞이한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대(代)에 걸쳐 고향에 대한 동부가(家)의 애착을 보여주는 동곡재단의 역사는 매우 깊다고 할 수 있고, 지금에 와서는 동부그룹의 사회공헌재단 그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동부그룹 경영에 나름의 조력자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게 그것이다. 지난해 3월 동부그룹의 옛 대우그룹 가전 업체 대우일렉트로닉스(현 동부대우전자) 인수 과정이 대표적인 예다. 특히 공교롭게도 김유기 동도시스템 회장이 지난해 2대주주로 이름을 올린 동곡재단 산하 계열사인 빌텍이 적지 않은 역할을 했다.
대우일렉트로닉스의 인수대금은 총 2720억원. 내역을 보면 51%를 김 회장과 동부그룹 계열사, 우호적 투자자들이 부담하고 나머지 49%를 재무적투자자(FI)가 냈다. 이때 우호적 투자자로서 힘을 보탠 곳이 동곡재단 산하 기업인 빌텍(200억원)과 삼동흥산(150억원)이다.
빌텍은 2009년 이후 5년간 연평균 10%가 넘는 영업이익률로 20억~40억원대의 고른 이익을 내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순이익이 3억원가량 적자로 전환하며 수익성이 나빠졌다. 동부대우전자에 투자하며 차입금이 증가(2012년 말 240억원→2013년 말 410억원)한 게 주원인이다. 차입금이 늘면서 지난해 이자로만 31억원(2012년 14억원)이 빠져나갔다.
아울러 빌텍에 돈을 빌려준 곳도 같은 동곡재단내의 관계사인 삼동흥산(120억)과 강원여객(80억원, 2013년말 잔액 40억원)이다. 동부그룹의 동부대우전자 인수에는 결과적으로 이런 동곡재단 산하 기업들간의 자금 거래와 눈에 보이지 않은 수고스러움이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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