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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의 장기전략 속엔 'SV'가 있다

  • 2021.06.03(목) 11:13

[창간기획]ESG경영, 이제는 필수다
이방실 SK하이닉스 부사장 인터뷰
"투자자 관점에서 출발…지속가능성 척도"

ESG 경영이 대세다. 투자유치, 수주 등 경영활동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면서 국내 많은 기업과 금융사들이 핵심 경영목표로 설정하고 있다. ESG 경영은 투자유치, 수주 등 경영활동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면서 국내 많은 기업과 금융사들이 핵심 경영목표로 설정하고 있다. ESG 경영은 금융투자, 스타트업 육성, 제품 개발 등 실질적인 기업활동에 적극적으로 녹아들고 있다. 비즈니스워치는 다양한 ESG 경영활동이 이뤄지는 현장을 발굴해 공유함으로써 ESG경영 확산에 기여하고자 한다. [편집자]

SK그룹은 국내 기업 가운데 ESG(Environment·Social·Governance, 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선도하는 곳 중 하나로 꼽힌다. 자유기업원이 지난 1월 발표한 'ESG에 대한 대학생 인식 조사'에서 응답자 38.6%는 국내 기업 중 SK가 ESG 경영을 가장 잘 수행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SK하이닉스 등 SK그룹 주요 관계사들은 지난해 12월 국내 최초로 'RE100'에도 가입했다. RE100은 '재생에너지(Renewable Energy) 100%'의 약자다. 2050년까지 사용 전력량의 100%를 풍력,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전력으로 조달하겠다는 것을 뜻한다. 영국 런던 소재 다국적 비영리기구 '더 클라이밋 그룹'(The Climate Group)이 2014년 시작했으며 구글과 애플, GM, 이케아 등 글로벌 기업들이 가입했다. 

경제적 성과 빼어난 SK하이닉스에게 'ESG란?'

특히 SK그룹 계열사 중 재무성과가 가장 탁월한 SK하이닉스의 ESG 경영을 살펴보면, SK그룹이 추진하는 ESG 경영의 현재와 미래를 동시에 엿볼 수 있다. SK그룹이 동시에 추구하는 경제적 가치(EV)와 사회적 가치(SV)를 가장 성공적으로 담을 회사라는 점에서다.

먼저 EV 측면부터 보면 SK하이닉스의 작년 영업이익은 5조126억원으로 전년 2조7127억원 대비 84%나 늘어났다. 그룹 내 비중으로도 군계일학이다. SK그룹 주요 계열사 8곳(SK하이닉스·SK텔레콤·SK머티리얼즈·SK가스·SKC·SK네트웍스·SK케미칼·SK이노베이션, 이상 영업이익 순)의 영업손익 총합에서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은 나머지 7곳을 합친 것보다 많다.

​ 이방실 SK하이닉스 ESG전략담당 부사장. /그래픽=유상연 기자 prtsy201@ ​

SV 측면은 어떨까. SK하이닉스는 올해 1월부터 SV 창출을 극대화하기 위한 중장기 추진 계획 'SV 2030' 로드맵도 발표했다. 로드맵은 △환경 △동반성장 △사회 안전망 △기업문화 등 4대 SV 창출 분야를 정한 것이다. 이와 함께 분야별로 2030년까지 달성하려는 목표도 구체화했다. 구체적으로, 'RE100'을 실행하기 위해 저전력 소모 제품 개발에 힘을 쏟고, 반도체 제조 과정 전반에 친환경 기조를 구축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SK하이닉스는 2050년까지 소비 전력량의 100%를 재생 에너지를 통해 조달하는 인프라를 구축할 계획이다. 중국 생산시설은 내년까지 RE100 달성이 목표다. 향후 투자확대 과정에서도 대기오염물질 배출량을 현재 수준으로 유지하기 위해 질소산화물 포집(De NOx6) 설비를 생산 공정에 확충하기로 했다.

SK하이닉스의 ESG경영전략을 더욱 자세히 알아보기 위해 이방실 ESG전략담당 부사장을 서면 인터뷰했다. 기자 출신인 이 부사장은 미국 듀크대 푸쿠아 경영대학원(MBA)에서 석사, 서울대 대학원에서 공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2017년 공저한 '빅 프라핏'을 통해 사회문제 해결과 수익 창출을 함께 하는 기업성장모델을 소개해 주목받기도 했다.

그는 인터뷰에서 "ESG 경영은 기업의 장기적 전략 차원이고, 새로운 가치도 창출하려는 것"이라며 "투명한 정보 공개를 통해 투자자들의 신뢰를 확보하고, 사외이사들이 ESG 이슈에 대해 리더십을 갖고 관리·감독 할 수 있는 거버넌스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이 부사장과의 일문일답이다.

ESG, 기업 지속가능경영의 척도"

- SK하이닉스는 ESG를 어떻게 정의하고 있나요.

▲ ESG는 기본적으로 투자자 관점에서 출발한 개념입니다. 환경과 사회, 지배구조라는 세 구성 요소만 놓고 보면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과 비슷해 보이지만, 누구의 관점이냐는 데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투자자는 재무적 수익을 올릴 목적으로 자본을 투입하고 회수합니다. 지금까지 투자자는 주로 매출액, 영업이익 등 재무적 정보를 가지고 기업 가치를 평가해 투자 의사결정을 내려왔습니다.

하지만 최근 들어 환경, 사회, 지배구조라는 비재무적 정보까지 고려하겠다는 흐름이 생겨났습니다. 과거엔 미처 고려하지 않았던 비재무적 요인들이 이젠 기업 가치에 중대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투자자들이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투자자들이 ESG 요인을 투자 의사결정에 반영하기 시작하면서 그들로부터 자금을 유치해야 하는 기업들에도 변화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기업마다 앞다퉈 ESG 경영에 나서고 있는 이유입니다.

- SK하이닉스는 ESG를 어떻게 접근하고 있나요.

▲ ESG경영의 핵심은 ESG를 통해 어떻게 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에 기여할 수 있는 가치를 만들어낼 것인가라는 문제와 직결돼 있습니다.

이런 맥락에서 SK하이닉스는 ESG를 단순 리스크 관리나 운영 효율성 제고와 관련된 이슈로만 국한해 보지 않습니다. ESG를 기업의 장기 전략과 관련된 개념으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즉, 기업의 지속가능경영 수준을 객관적으로 진단해 볼 수 있는 유용한 틀인 ESG를 기업의 장기 전략에 통합해 리스크를 관리하고 신사업 기회를 발굴해 나감으로써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 내는 성장 동력으로 활용하려 하고 있습니다.

- 내세울 만한 SK하이닉스 만의 ESG 경영 실현 전략이 있을까요.

▲ CEO 주관 의사결정 협의체인 ESG 경영위원회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ESG 경영위원회는 이석희 CEO를 포함해 주요 부문별 최고경영진 10여명이 참여하는 의사결정 협의체입니다. ESG 이슈와 관련한 단순 현황 보고가 아니라, 기후변화 대응 전략 등 기업의 중장기 전략과 관련된 어젠다를 심도 깊게 논의하는 자리입니다.

이곳에서 논의되는 내용은 향후 이사회 안건으로 올려 기업의 최상위 의사결정기구인 이사회 차원에서 ESG 이슈를 관리감독 할 수 있도록 할 계획입니다. 이를 위해 올해 CEO 직속으로 ESG 전략 조직을 신설하는 등 ESG 경영 내재화를 위해 다각도로 노력하고 있습니다. 

SK하이닉스 반도체 생산 라인./사진제공=SK하이닉스

- 반도체 제조업은 전력소모량이 많아 ESG 경영 실현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획기적인 에너지 절감 방법엔 무엇이 있으며 그 효과는 어떤지 설명 부탁드립니다.

▲ SK하이닉스는 2018년 '2022 ECO 비전'을 통해 오는 2022년까지 온실가스 배출 원단위(매출액 대비 배출)를 2016년 BAU(Business As Usual, 저감노력을 하지 않았을 때 예상되는 배출량) 대비 40% 감축하기로 했습니다. 또 매년 목표 달성을 위해 전사적으로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 결과 지난해 온실가스 배출 원단위는 기준 연도인 2016년 실적치(29.7톤/억원)보다 훨씬 낮은 20톤/억원이하가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저희 회사가 사회적 가치 추구를 위해 올해 초 제시한 'SV 2030' 로드맵에도 환경 분야 중장기 추진계획인 '그린(Green) 2030'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아울러 시스템 증설, 노후장비 교체, 시스템 최적화를 통해 공정 에너지 효율화에 지속적으로 힘써왔습니다. 예를 들면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해 외조기(OAC) 최적 운전 모델을 도출, 지난해 OAC 운전 최적화로만 44억원에 달하는 전력비를 절감했습니다. 냉동기와 냉각탑, 폐열회수 시스템 최적 운전을 통해서도 69억원에 달하는 전력비를 절감하는 등 에너지 절감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밖에 SK하이닉스 이천사업장의 경우 비록 규모는 작지만 소수력 발전설비(용량 45kW)와 태양광 발전설비(용량 641kW)를 설치해 건물 내 일부 조명으로 사용하는 등 재생에너지 사용을 늘리기 위한 노력도 병행하고 있습니다.

/ 그래픽 = 비즈니스워치

- SK하이닉스가 지난해 말 RE100에 가입한 것은 어떤 의미가 있나요.

▲ 환경문제를 해결할 때 최우선 선결과제인 기후 문제는 '에너지원'의 전환을 필요로 합니다. 재생에너지 비율을 높이기 위해 당장 비용이 늘어나는 건 부담이긴 합니다. 하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볼 때 RE100 참여는 미래를 생각한 선제적인 대처였다고 자평합니다.

지난 3월30일 주주총회에서 이석희 CEO가 밝혔듯, '기술을 통해 인류 삶의 질을 높이고 지구 환경 문제 해결에 공헌하는 그레이트 컴퍼니'(Great Company)를 지향하는 SK하이닉스의 경영 철학과도 일맥상통하는 부분입니다.

다만,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하는 국내 기업들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선 기업의 의지와 계획만으로 한계가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정부 차원에서 미래경쟁력 확보를 위한 차세대 기술 개발과 함께 제도적 지원정책이 활성화되면 RE100 전환에도 더욱 속도가 붙을 것이라 기대합니다. 앞으로 SK하이닉스는 정부와 기업 간 유기적 협력에 적극 동참함으로써 국내 재생에너지 시장 확대 및 신성장 산업 육성에 기여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자 합니다.

- '그린 워싱'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습니다. ESG 투자의 투명성을 위해 앞으로 어떤 노력을 기울일 계획인지요

▲ SK하이닉스는 2008년부터 글로벌 지속경영보고서 작성 가이드라인 'GRI'(Global Reporting Initiative) 기준에 따라 지속경영보고서를 냈습니다. 2020년부터는 블랙록 같은 기관 투자자들이 요구하는 'SASB'(Sustainability Accounting Standards Board) 프레임워크와 'TCFD'(Task force on Climate related Financial Disclosures) 권고안도 준용해 보고서를 발간하고 있습니다.

이와 더불어 이사회, 특히 사외이사들이 ESG 이슈에 대해 리더십을 갖고 관리·감독할 수 있는 거버넌스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구체적으로 기후변화 대응 전략과 관련해 ESG경영위원회에서 논의된 내용이 지속경영위와 이사회에서도 논의돼 전문성과 독립성을 갖춘 사외이사들이 관련 이슈를 관리감독할 수 있도록 할 계획입니다.

/그래픽=유상연 기자 prtsy201@

최태원 회장의 오랜 신념 '사회적 가치'

SK그룹은 비교적 오래 전부터 ESG 경영을 꾸준히 강화·추진하고 있다. 최태원 회장이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경영철학을 밝힌 것은 무려 2004년으로 거슬러 올라갈 정도다. 최 회장은 2004년 그룹 경영의 목표를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행복 극대화'로 수립하면서 "SK 경영의 최우선 목표였던 이윤 극대화라는 이념은 다원화되고 복잡한 경영환경 변화에 맞게 새롭게 정립해야 한다"고 했다.

최태원 회장이 2014년 출간한 저서 '새로운 모색, 사회적 기업'을 통해 이같은 경영철학을 더욱 명확하게 한 사실은 유명하다. 이를 토대로 그는 2017년 정관 속 '기업 핵심가치'에 사회적 가치 창출을 반영하며 "과거에는 이익 극대화가 기업 역할이라고 했으나 이제는 기업도 사회적 가치를 창출해야만 '서든데스'(sudden death)를 피할 수 있다"고 했다. 최근 최 회장은 지속가능한 성장을 하려면 '딥 체인지'(Deep Change, 근본적 혁신)가 필요하며, 특히 ESG 경영을 서둘러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해왔다.

더 나아가 지난해 10월 개최한 'SK CEO 세미나'에선 ESG 경영을 "공세적으로 펼쳐나가자"고 했다. 그는 전직원을 대상으로도 "SK는 기업 경영의 새로운 원칙으로 ESG를 축으로 하는 '파이낸셜 스토리' 경영을 설정하고 방법론을 구상하고 있다"고 선언했다.

그가 말하는 파이낸셜 스토리는 기존의 재무성과뿐만 아니라 시장이 매력적으로 느낄 수 있는 목표와 구체적 실행계획을 담은 성장 스토리를 통해 고객, 투자자, 시장 등 이해 관계자의 신뢰와 공감을 이끌어내겠다는 전략을 뜻한다. 최태원 회장이 지난해부터 경영화두로 강조하고 있는 전략이다. 이 전략의 핵심은 ESG라는 설명이다. SK그룹 최고경영자(CEO)들은 이에 맞춰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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