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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도 못 지킨 GM·르노·쌍용차…왜

  • 2021.07.08(목) 08:18

상반기 외국계 완성차 3사, 점유율 9.8%
"벌어진 기술력, 잦은 파업, 높아진 눈높이"

국내 자동차 업계의 올해 판매 '중간 성적표'를 집계해보면 10대 중 7대는 현대차·기아, 2대는 수입차, 1대는 외국계 자본 완성차 3사(한국GM·르노삼성자동차·쌍용자동차)였다. 

현대자동차·기아는 3년 연속 70% 판매 점유율을 유지하며 독보적인 내수시장 장악력을 보였다. 반면 외국계 자본 완성차 3사의 점유율은 10% 밑으로 떨어지며, 수입차에도 확 밀린 신세가 됐다. 현대차그룹과 기술 격차는 더 벌어지고 수입차로 인해 소비자 눈높이는 더 높아진 결과로 풀이된다. 여기에 '습관성 파업'도 발목을 잡고 있다.

현대차·기아, 수입차는 '질주'

/그래픽=유상연 기자 prtsy201@

올해 상반기(1~6월) 국내에서 판매된 자동차 대수는 90만861대로 작년 상반기보다 소폭(0.8%) 감소했다. 현대차·기아와 외국계 자본 완성차 3사는 판매 대수 기준이며 수입차는 등록 대수 기준이다. 점유율로 보면 현대차·기아 73.8%, 수입차 16.4%, 외국계 자본 완성차 3사 9.8%다.

전체 '파이'는 줄었지만 업계 1위의 점유율은 더 높아졌다. 올 상반기 현대차·기아의 판매량은 66만4479대(현대차 38만6095대·기아 27만8384대)로 작년 상반기(현대차 36만4108대·기아 27만8287대)보다 3.4% 늘었다. 현대차·기아의 상반기 내수 판매는 2017년 60만대, 2018년 62만대 2019년 63만대, 2020년 64만대 등으로 매년 늘고 있다. 

현대차 실적은 그랜저와 아반떼가 견인했다. 올 상반기 그랜저는 5만2830대, 아반떼는 4만222대가 팔리며 전체 판매량의  4분의1을 차지했다. 현대차의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도 눈에 띄게 성장했다. 올해 상반기에만 7만2710대를 팔며 작년 상반기(4만8886대)보다 48.7% 증가했다.

기아는 레저용 차량(RV) 카니발이 치고 나갔다. 올 상반기 카니발 판매량은 4만6294대로 전년동기대비 167.1% 증가했다. 반면 세단 모델인 K시리즈는 부진했다. 이 기간 K3, K5, K8, K9의 총 판매량은 7만4186대로 전년동기 대비 1만7289대 줄었다.

외국계 자본 완성차 3사의 상황은 더욱 악화됐다. 올 상반기 총 내수 판매량은 8만8625대로 작년동기대비 35.4% 감소했다. 반기 판매량 10만대 선조차 무너진 것이다.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가 본격화했던 지난해보다 부진한 성적이다. 5년 전(17만9059대)과 비교하면 절반 넘게 줄었다.

이들 중 판매가 가장 급감한 곳은 한국GM이다. 2017년 상반기에 7만대를 넘게 판매한 한국GM은 올해 상반기엔 3만3160대를 파는 데 그쳤다. 다른 두 곳의 상황도 좋지 못하다. 기업회생절차를 밟고 있는 쌍용차는 올 상반기 판매량이 2만6626대에 머물렀다. 이는 현대차의 싼타페 한 모델 상반기 판매량(2만6104대)과 비슷한 수치다. 이 기간 르노삼성의 판매량은 2만8840대로 전년동기대비 47.8% 감소했다.

외국계 자본 완성차 3사 판매가 후진하는 동안 수입차는 전진했다. 올 상반기 수입차 판매량(14만7757대)은 작년동기대비 15.2% 증가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가 집계를 시작한 2003년 이후 최대 기록이다. 이 기간 메르스데스-벤츠가 4만2170대를 팔며 1위 자리를 지켰고 BMW(3만6261대), 아우디(1만798대)가 뒤를 이었다.

"파업으로 경쟁력 저하"

/그래픽=유상연 기자 prtsy201@

외국계 자본 완성차 3사의 판매 부진은 최근 5년간 상반기 국내 점유율을 비교해보면 더욱 두드러진다. 2017년 상반기 한국GM·르노삼성차·쌍용차의 점유율은 각각 8.1%, 5.9%, 6%였지만 올해 각각 3.7%, 3.2%, 3% 등 절반 수준으로 감소했다. 3사 합산 20% 남짓했던 점유율이 이제는 10%도 되지 않는다.

3사의 점유율은 현대차·기아와 수입차가 채웠다. 특히 수입차는 2018년 점유율 15.6%로 외자계 국내 3사의 점유율을 처음 역전한 뒤 올해는 격차를 6.5%포인트로 벌렸다. 

업계에선 외국계 완성차 3사의 부진 원인 중 하나로 강성 노동조합으로 인한 경쟁력 저하를 꼽고 있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파업으로 외국계 완성차 3사의 품질 경쟁력이 크게 저하됐고 그 결과, 국내 소비자들에게 외면받았다"며 "현재 현대차·기아와의 기술 차이가 더 많이 벌어진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소비자의 눈높이가 많이 높아진 상황에서 외국계 완성차 3사가 생존하는 방법은 품질개선 뿐"이라며 "장기화되고 있는 노사 갈등을 하루 빨리 마무리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현재도 외국계 완성차 3사 중 2곳에서는 노사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한국GM 노조는 최근 진행한 쟁의행위 찬반 투표에서 76.5%가 파업에 찬성했다. 지난해 임금 및 단체협약을 마무리 짓지 못한 르노삼성차는 노조가 교섭대표 지위를 상실해 새 교섭단을 지정해야하는 교착상태에 빠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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