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가 '골목상권과의 상생' 방안 차원에서 빠른 택시 배차 서비스 '스마트호출'을 폐지키로 했으나 정작 택시 업계에선 '비난 회피성 꼼수'라는 반발이 나오고 있다.
스마트호출을 없애도 비슷한 유료 호출 서비스인 'T블루(카카오 가맹택시)'가 그대로 남아 있어 비가맹 택시 입장에선 이렇다 할 상생안이라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오히려 유료 호출을 필요로 하는 이용자들의 T블루로 쏠림 현상이 가속화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16일 서울개인택시조합은 카카오의 상생안에 대해 "그동안 택시업계가 줄기차게 요구해 온 공정배차 담보와 수수료 체계에 대한 근본적인 변화가 전혀 없어 비난 회피성의 얄팍한 술수"라고 지적했다.
카카오의 모빌리티 계열사 카카오모빌리티는 지난 14일 상생안을 내놓으면서 스마트호출을 폐지한다고 발표했다. 스마트호출은 인공지능(AI)을 활용해 배차 성공 확률이 높은 택시를 매칭해주는 유료 서비스다.
기존에는 주간 1000원, 심야 2000원으로 요금이 부과됐으나 지난달 2일부터 0원~5000원의 탄력 요금제가 적용됐다.
이용자 입장에서는 사실상 요금 인상으로 받아들여지면서 논란이 됐다. 결국 카카오모빌리티는 지난달 13일 스마트호출 탄력 요금제를 '0원~5000원'에서 '0원~2000원'으로 재조정, 한발 물러섰다. 그럼에도 '고무줄식 인상'에 대한 비난 여론이 수그러들지 않자 이번에 서비스 자체를 전면 폐지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조합은 카카오가 이용자 선택권을 없애는 동시에 가맹 택시 호출로 유입을 늘리려는 '꼼수'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카카오의 모빌리티앱 '카카오T'에서 택시를 호출하면 무료 서비스인 '일반호출'과 유료 서비스인 스마트호출 및 T블루 등이 제공된다.
그동안 스마트호출은 카카오 가맹 여부와 상관없이 택시를 호출 할 수 있었다. 이번에 스마트호출을 없애면서 비슷한 유료 서비스이자 카카오의 가맹택시 T블루에 대한 쏠림이 커질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조합은 "택시 기본요금보다 비싼 호출요금으로 전국민적 공분을 샀던 스마트호출은 (택시 업계와) 협의를 통해 적정수준의 호출료를 받으면 자연히 해결되는 문제인데 이를 폐지한 것은 승객들의 선택권을 일반호출과 T블루 호출로 한정시켜 기존의 유료서비스 이용 승객들을 통째로 T블루 호출로 유입시키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합은 카카오의 택시 기사 대상 유료 서비스 '프로멤버십' 요금 인하에 대해서도 독점 체제를 견고화하려는 의도라고 비난했다.
올 3월 출시한 프로 멤버십은 월 9만9000원을 내면 택시 기사가 원하는 목적지의 호출(콜)을 확인할 수 있는 '목적지 부스터' 기능 등 배차 혜택을 주는 방식으로 구성됐다. 카카오는 이번에 상생안을 내면서 월 요금을 9만9000원에서 3만9000원으로 내리기로 했다.
이에 대해 조합은 "프로멤버십 진입장벽을 낮춤으로써 더 많은 택시사업자들의 멤버십 가입을 부추겨 일부 손실을 보전하고 독점체제를 보다 견고히 구축하겠다는 속내"라고 지적했다.
조합은 "진정으로 카카오가 택시업계와 상생을 원한다면 그동안 요구한 수수료 1%(카카오 이용건만 산출) 및 중형택시 가맹사업 중단과 광고료, 정보제공료 지급 등을 수용하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