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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바이오 사외이사]①'교수·관료' 출신으로 채웠다

  • 2023.04.12(수) 16:06

사외이사 57명 분석…교수 54%·관료 30%
식약처 및 복지부 출신 사외이사 '눈길'
"견제·감시보다 방패막이 역할" 우려도

제약바이오 업계에서도 거수기 사외이사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경영진에 대한 견제와 감독 기능이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국내 주요 제약바이오 기업의 사외이사는 어떤 사람들인지, 무슨 역할을 했는지 살펴봤다. [편집자]

제약바이오 업계의 정기 주주총회 시즌이 마무리되는 가운데 올해도 대부분 기업이 이사회를 교수나 전직 관료 출신 사외이사로 채웠다. 특히 신약 품목허가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식품의약품안전처나 보건복지부 출신 인사가 눈길을 끌었다.

의료·약학 전문가 다수…여성 비중 10%대

11일 비즈워치가 지난해 결산월 기준 자산 상위 20개 제약바이오 상장사의 사외이사 선임 현황을 분석한 결과 사외이사 총 57명 중 의료·약학 전문가가 15명으로 26.3% 비중을 차지했다. 재무·회계 전문가는 12명(21.1%), 경영 관리 전문가는 11명(19.3%)이었다. 이어 법률 전문가와 8명(14.0%), 행정 전문가 8명(14.0%) 순이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셀트리온은 제약바이오 업계에서는 이례적으로 지속가능경영 분야 전문가를 사외이사로 뒀다. 지난 2020년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첫 여성 사외이사로 발탁된 김유니스경희 사외이사는 임기 3년을 채운 뒤 이번 정기 주주총회에서 재선임됐다. 그는 이화여대 법학전문대 교수 출신으로 한국ESG기준원(KCGS) ESG기준위원회 위원을 맡고 있다. 현재 삼성바이오로직스에서 ESG위원장과 함께 감사위원으로도 활동 중이다.

주요 제약바이오 기업 선임 사외이사 전문 분야. /그래픽=비즈워치

여성 사외이사의 경우 7명으로 12.3% 비중에 그쳤다. 메디톡스는 이번 정기 주주총회에서 오정미 서울대 약학대학 교수를 사외이사로 신규 선임했다. 또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김 사외이사를 포함해 조미진 SK바이오사이언스 사외이사가 다시 발탁됐다. 이밖에 직을 이어가는 여성 사외이사로는 고영혜 셀트리온 사외이사, 손여원 HK이노엔 사외이사, 황선혜 한미약품 사외이사, 김희진 차바이오텍 사외이사 등이 해당했다.

교수·관료 출신 인기 여전…단지 전문성 때문?

주요 제약바이오 기업 선임 사외이사 경력 분포. /그래픽=비즈워치

경력별로 보면 교수 등 학계 출신 사외이사가 가장 많았다. 20개 상장사 사외이사 중 31명이 교수 출신이었다. 전체 사외이사의 절반이 넘는 비중(54%)을 차지한다. 의과대학이나 약학대학 등 제약바이오산업과 관련된 분야의 교수가 대부분이었다. 반면 기업 경영에 대한 의사결정을 하는 자리임에도 불구하고 기업인 출신 사외이사는 상대적으로 적었다.

관료 출신 사외이사 선임도 잦았다. 관료 출신은 17명으로 전체의 30%를 차지했다. 특히 신약 품목허가나 약가 협상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식약처나 복지부 출신 사외이사가 눈에 띄었다. 메디톡스가 새로 영입한 오정미 사외이사는 현재 대통령 직속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위원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가 재선임한 문창진 사외이사는 복지부 차관을 역임했다. HK이노엔의 손여원 사외이사는 식약처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장과 복지부 식품의약품안전본부 보건연구원을 거친 인물이다.

주요 제약바이오 기업 선임 사외이사 경력 분포. /그래픽=비즈워치

제약바이오 기업이 교수나 관료 출신 사외이사를 선호하는 이유는 제약바이오산업이 높은 전문성을 요구하는 분야이기 때문이다. 학계 출신 사외이사를 선임하면 전문성 논란을 비껴갈 수 있는 데다 대외 이미지도 좋게 만들 수 있다. 또 임상 허가나 의약품 품목허가, 급여 등재 절차가 복잡하고 까다로운 만큼 실제 현장에서 충분한 관련 경험을 쌓은 전문가가 필요하다는 게 기업들의 입장이다. 반대로 기업인 출신 사외이사는 영업 비밀 유출 우려와 바쁜 일정 등의 이유로 사외이사직을 꺼리는 사례도 많다.

교수나 관료 출신 사외이사에 대한 시각이 항상 긍정적이진 않다. 독립적인 위치에서 경영진의 잘못된 판단이나 전횡을 막아야 할 사외이사가 기업의 방패막이나 대관 로비 창구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제약바이오 업계에서는 기업이 자사의 제품을 병원에 용이하게 납품하는 데 도움을 받으려고 현직 의대와 약대 교수 출신 사외이사를 선호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관료 출신 사외이사가 임상이나 의약품 품목허가 과정에서 영향력을 발휘하길 기대하는 기업도 종종 있다. 이에 더해 최근에는 리베이트 사건이나 기업 간 기술 유출 소송 등을 염두에 두고 법조계 인사를 선임하는 곳도 증가하는 추세다.

일각에서는 기업 경영을 관료 출신 사외이사에 의존하는 것이 '코리아 디스카운트(국내 증시의 저평가 현상)'의 원인이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한 금융투자 업계 관계자는 "대관 업무 비중이 높은 기업이라면 전현직 관료 출신 사외이사가 기업가치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서도 "이는 사외이사로서 기대하는 역할과는 괴리가 있어 기업의 신뢰를 떨어뜨릴 수 있고 정확하게 따지면 관련 업무는 로펌 등에 자문을 맡기는 게 맞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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