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고꾸라지는 글로벌 해운 운임에도 HMM에 대한 실적 기대감은 여전히 꺾이지 않는 모양새다.
3000포인트(p)를 상회하던 해운 운임은 석 달 만에 2000포인트대로 내리면서 숨 고르기 구간에 들어섰다. 그러나 7~9월 3분기 동안 이미 운임이 손익분기점을 한참 넘긴 데다 업계 성수기에 들어선 만큼 견고한 물동량이 실적 견인의 지렛대가 돼 줄 것이란 기대에서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HMM이 올해 3분기 실적을 정점으로 이익 감소 구간에 접어들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2년 만에 영업익 '1조 클럽' 복귀할까
23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는 HMM이 올해 3분기 영업이익으로 1년 전보다 1458% 늘어난 1조1818억원을 거둘 것으로 봤다. 시장 예상대로라면 2022년 4분기(1조2589억원) 이후 7개 분기 만에 1조원대 복귀다.
같은 기간 매출과 당기순이익 역시 각각 3조3653억원, 1조2246억원으로 기록할 것으로 예상돼 전년 동기 대비 58.2%, 1183% 개선될 것이란 관측이다.
HMM의 실적 개선은 해상 운임 상승이 영향을 끼쳤다. 일반적으로 해운사들이 손익분기점을 넘기려면 글로벌 해상 운임의 지표로 활용되는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가 1000p 이상이 돼야 한다.
지난해 3분기 평균 985.7포인트였던 SCFI는 올해 3분기 3082포인트로, 1년 만에 212.6%나 뛰었다. 올해 상반기 벌어진 홍해 사태와 이에 따른 글로벌 물류 병목, 중국발 물량 밀어내기 등의 영향이다.
해운업계에 따르면 이달 18일 기준 SCFI는 2062.1포인트로 집계됐다. 운임이 5000포인트를 넘던 코로나19 펜데믹 기간과 비교하면 많이 내렸지만 지난해 10월20일(917.6포인트)과 비교하면 두 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운임 효과와 함께 하반기가 해운사의 최성수기인 점도 실적 개선 전망을 키우는 요인이다.
특히 3분기는 해운업계의 계절적 성수기로 여겨진다. 미국 블랙프라이데이부터 크리스마스까지 이어지는 쇼핑 시즌을 앞두고 물동량이 크게 늘어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지난 분기 높아진 운임이 실적에 반영되는 것을 감안하면 상반기보다 하반기 실적에 대한 기대가 높다.
증권가에서도 긍정적 전망을 내놓으며 3분기 호실적 분위기를 더하고 있다. 올해 4월부터 상승한 운임이 시차를 두고 반영되며 실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란 분석에서다.
정연승 NH투자증권 연구원은 "HMM이 올해 3분기 시장 컨센서스(평균 전망치)를 상회하는 실적을 낼 것"이라며 "과거와 달리 글로벌 컨테이너 선사들이 시황에 따라 탄력적인 공급 조절 전략을 펼쳐 급격한 운임 폭락 가능성도 낮다"고 평가했다.
글로벌 해상 운임·경쟁 과잉 변수
다만 글로벌 해상 운임 흐름이 불안한 만큼 HMM의 실적이 계속 상승 곡선을 그릴지는 미지수다.
SCFI는 앞서 8월30일 2963.3포인트로 5월24일 이후 석 달 만에 3000선 밑으로 내려가더니 최근에는 2000선마저 불안한 모습이기 때문. 중국의 밀어내기 수출 물량이 줄어들면서 운임이 하락세를 보이는 만큼 향후 HMM 실적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우려도 존재한다.
여기에 컨테이너선의 공급 과잉 문제 역시 앞으로 해운사들의 경쟁 과잉을 불러올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강성진 KB증권 연구원은 "현재 시황을 지지하고 있는 지정학적 리스크가 강화될지 완화될지 예측하기는 어렵지만 과거 중동 위기가 종료된 뒤 장기 불황이 찾아왔던 역사가 반복될 가능성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