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I가 지난해 1조7000억원이 넘는 대규모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수익성 위주 경영 자부심에 깊은 상처를 입었다.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의 직격탄을 맞으며 연간 매출 규모는 2021년 수준으로 뒷걸음질 쳤고 이익률도 곤두박질쳤다.
그나마 사상 최대 실적을 낸 에너지저장장치(ESS) 부문이 4분기 적자폭을 절반으로 줄이며 반등의 실마리를 찾은 것이 위안이다. 삼성SDI는 올해를 턴어라운드 원년으로 선포하고 하반기 흑자 전환을 위한 체질 개선에 돌입했다.
몸집 줄어든 삼성SDI…4Q ESS가 끌어올린 '바닥'
2일 삼성SDI가 발표한 2025년 실적을 살펴보면 연결 기준 연간 매출은 13조2667억원으로 전년 대비 20% 급감했다. 영업이익은 1조7224억원의 손실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했다. 지난 5년간 7%대를 유지하던 영업이익률이 마이너스로 돌아선 것은 전기차 시장 수요 둔화와 주요 고객사 판매 부진이 겹친 탓이다.
다만 4분기 실적에서는 희망과 과제가 동시에 확인됐다. 4분기 매출은 전분기 대비 26.4% 증가한 3조8587억원을 기록했으며 영업손실은 2992억원으로 전분기(5913억원) 대비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적자 폭을 줄인 일등 공신은 ESS 부문이다.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투자 확산에 힘입어 ESS용 배터리가 역대 최대 분기 매출을 냈고 미국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 수혜 증가와 전기차용 배터리 물량 감소에 따른 보상금 등이 실적 방어에 기여했다. 특히 삼성SDI는 데이터센터 전력 공급의 핵심인 BBU(Battery Backup Unit·배터리 백업 유닛) 부문에서 셀 기준 글로벌 시장 점유율 약 50%를 달성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BBU는 데이터센터나 통신 시설 등에서 주전원이 차단될 경우 저장된 에너지를 즉각 공급해 서버 가동 중단과 데이터 손실을 막아주는 예비 배터리 장치다. 최근 AI 데이터센터 확산으로 고출력·고안전성 BBU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반면 주력인 배터리 부문의 연간 영업손실은 1조8519억원에 달해 전사 실적을 짓눌렀다. 시설투자(CAPEX) 역시 3조3000억원으로 전년(6조6000억원) 대비 반토막 났다.
LFP·전고체, '턴어라운드' 열쇠될까
삼성SDI가 내세운 올해의 화두는 반전이다. 이날 실적 발표 후 진행된 컨퍼런스콜에서 오재균 경영지원담당 부사장은 "1분기 계절적 비수기 영향을 제외하면 분기별 개선이 이루어져 상저하고의 모습을 보일 것"이라며 "하반기 중에는 분기 흑자 전환도 가능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반등의 첫 번째 열쇠는 ESS 시장의 주도권 강화다. 삼성SDI는 올해 ESS 매출을 전년 대비 50% 가까이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를 위해 올해 4분기 미국 현지에서 각형 LFP(리튬인산철) 배터리가 적용된 'SBB 2.0'을 적기에 양산해 미국 전기차 수요 감소 영향을 상쇄하고 AMPC 수혜를 극대화할 방침이다.
미래 기술 확보를 위한 선택과 집중도 가속화한다. 삼성SDI는 BMW와 전고체 배터리 실증을 위한 협약을 맺고 2027년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또 주요 자동차 고객사를 대상으로 NCA 기반 46파이 원통형 배터리 수주를 완료했으며 하이브리드 전기차(HEV)용 탭리스 초고출력 원형 배터리 시장에도 신규 진입해 수익 구조를 다변화할 계획이다.
실적 악화의 근본 원인인 가동률 저하 문제는 고객사와의 협의를 통해 풀어가겠다는 입장이다. 헝가리 공장의 46파이 라인 구축과 미국 LFP 라인 개조 등 미래 성장에 필수적인 투자는 이어가되 전체적인 시설투자 규모는 전년 대비 소폭 감소시키며 재무 건전성을 지키겠다는 전략이다.
삼성SDI 관계자는 "경영 효율화를 위한 선택과 집중, 고객·시장에 대한 대응 속도 향상, 미래 기술 준비 등을 통해 올해가 턴어라운드의 원년이 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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