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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적자 늪 빠진 K배터리, '캐즘'은 변명?

  • 2026.02.06(금) 10:10

글로벌 전기차 시장 성장 속 국내 3사 '역성장'
50대 1 체급 차이…로봇으론 전기차 공백 못 메워
버티기 아닌 구조적 체질 개선이 생존 열쇠

그래픽=비즈워치

배터리 업계에 불어닥친 겨울바람이 매섭습니다. 최근 발표된 삼성SDI·LG에너지솔루션·SK온 등 국내 배터리 3사의 성적표는 그야말로 '쇼크' 수준이었는데요.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은 지난해 대규모 적자를 기록했고 삼성SDI마저 1조원대 적자 전환이 현실화됐습니다.

한때 제2의 반도체라 불리며 우리 경제의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던 K배터리에 정말 무슨 일이 생긴 걸까요? 단순히 잠시 차가 좀 안 팔리는 '캐즘(Chasm)' 탓으로 돌리기엔 우리가 마주한 민낯이 생각보다 깊어 보입니다.

"우리만 안 팔린다"… 캐즘 뒤에 숨은 점유율의 역설

그래픽=비즈워치

업계에서는 현재의 위기를 일시적 수요 정체인 캐즘으로 정의하곤 합니다. 하지만 시장의 지표를 꼼꼼히 뜯어보면 조금 다른 이야기가 보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전기차 판매량과 배터리 사용량은 여전히 우상향 곡선을 그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에너지 전문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1년 동안 세계 각국에 등록된 순수전기차(EV)·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PHEV)·하이브리드차(HEV)에 탑재된 배터리 총사용량은 약 1187GWh(기가와트시)로, 작년 동기 대비 31.7%나 증가했습니다.

문제는 판은 커지는데 우리의 몫이 줄어들고 있다는 점입니다. 국내 배터리 3사의 글로벌 합산 점유율은 전년 대비 3.3%p(포인트) 하락한 15.4%에 그쳤습니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전 세계 배터리 수요는 계속 늘고 있는데 우리 기업의 마켓셰어만 줄어드는 구조적 위기"라고 진단했습니다.

박철완 서정대 스마트자동차학과 교수 역시 "전체 시장이 커지는데 점유율이 떨어진다는 것은 앞으로 평균 성장률도 못 따라가는 상황이 올까 우려된다"라며 현 상황을 냉정하게 바라봐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그동안 우리가 싸구려 기술이라며 치부했던 중국의 LFP(리튬인산철) 배터리가 이제는 가격뿐만 아니라 성능 혁신까지 이뤄내며 시장의 표준으로 자리 잡았고 하이엔드급 고성능 제품인 삼원계(NCM)에만 집중했던 K배터리가 보조금 없는 진짜 전쟁터에서 고전하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로봇은 희망사항? 냉혹한 체급 차이

./그래픽=비즈워치

실적이 곤두박질치자 배터리 3사는 에너지저장장치(ESS)나 로봇 시장을 탈출구로 내세우고 있습니다. 특히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의 성장은 배터리 업계에 새로운 먹거리가 될 것이란 기대를 모으고 있죠. 그러나 이 신사업들이 전기차의 빈자리를 채우기엔 아직 체급 차이가 너무나 명확합니다.

가장 큰 걸림돌은 배터리 용량의 격차입니다. 최근 전기차 한 대(80~100kWh)에 들어가는 배터리 양은 로봇 한 대(2kWh 내외)의 무려 40~50배에 달합니다. 당장 매출 측면에서 로봇이 전기차 수요를 대체하기엔 너무 이른 감이 있죠.

해외 공장 가동률이 50% 밑으로 떨어진 상황에서 유휴 설비를 ESS 라인으로 전환하는 전략도 거론됩니다. 하지만 이 역시 판로가 확실히 확보되지 않으면 고정비 부담만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결국 하반기엔 좋아질 것이라는 막연한 낙관론보다는 가동률이 떨어진 라인을 효율화하고 중국에 내준 저가형 시장을 어떻게 탈환할 것인지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보조금이라는 온실을 벗어난 K배터리에게 2026년은 그 어느 때보다 혹독한 진실의 시간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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