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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산은 왜 '탄약사업' 매각을 철회했을까

  • 2026.04.10(금) 16:15

'덩치' 작아도 '내실' 꽉…팔기엔 아까운 타이밍 분석
공정위 기업결합 심사 부담…정부 설득 안된다 판단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방산 '패키징' 기업으로의 한단계 도약을 위해 추진했던 추가 인수합병(M&A)이 불발됐다. 인수 대상으로 물색해온 풍산의 탄약사업부 인수가 풍산 측의 매각 철회로 무산되면서다. 

방산업계에서는 풍산 측이 탄약사업부를 팔기엔 아까운 상황이 반영됐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현재 풍산의 수익성 대부분을 책임지고 있는 데다가 방산 산업 호황이 지속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게다가 풍산 측이 매각에 나서더라도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 심사가 쉽지 않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대내외적으로 타이밍이 적절치 않았다는 거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풍산은 탄약사업 매각과 관련해 현재 추진하는 바가 없다고 공시했다. 탄약사업부를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 매각한다는 소식이 전해진 이후 이를 공식적으로 부인한 거다. 인수 대상자로 꼽혔던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역시 방산 경쟁력 강화와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 풍산의 탄약사업 부문을 포함한 다양한 사업 기회를 지속 검토하고 있으나 풍산 방산부문에 대한 인수 검토는 중단됐다고 밝혔다. 

매각 철회 이유 ① 거위 '배' 가를 수 없었다

풍산 탄약사업부 매각 이슈가 최근 수면 위로 떠오른 건 아니다. 검토는 지난 2020년부터 본격화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 2022년에는 방산 부문을 물적분할해 '풍산디펜스'를 신설하려는 계획을 이사회에서 결의했지만, 핵심 사업부 매각 가능성 및 추가 상장에 대한 기존 풍산 주주들의 반발로 철회됐다. 

올해에는 좀더 본격적으로 추진됐다. 이달 사업구조 개편 등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공시 이후 인적분할을 통해 탄약사업부를 떼어낸 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 매각하는 비공개 입찰까지 진행된 것으로 전해진다. 

이처럼 매각이 본격화 하는 모양새였지만 풍산 측이 돌연 매각을 철회한 건 탄약사업부가 그만큼 매각하기에는 아까운 알짜 사업부분이란 게 부각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지난해 기준 풍산의 방위산업부문 매출(별도 기준)은 1조1868억원이다. 핵심 사업축인 신동사업부문의 매출 2조6623억원과 비교해서는 절반에 가까운 수준이다. 매출만 따져봤을 때는 '핵심'은 아닐 수 있다.  

하지만 수익성을 따져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신동사업부문의 영업이익률은 1% 안팎인 반면 방위사업부문의 영업이익률은 20%를 상회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덩치는 작을지언정 실속은 꽉 차 있다는 얘기다. 

여기에 더해 최근 방산산업이 호조를 달리고 있어 매출과 수익성은 향후 더욱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 방산이 핵심사업으로 치고올라올 가능성이 있고 매각 일정을 늦추면서 몸값이 더 높아질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매각 철회 이유 ② '정부' 눈치보기

또 다른 매각 철회 이유로는 정부가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풍산 탄약사업부 인수를 승인하지 않을 가능성이다. 방산업계에서는 이번 인수가 추진되더라도 공정거래위원회가 기업결함 심사 시 이를 불허하거나 매우 까다로운 조건부 승인을 내릴 가능성이 높다고 봐왔다. 

먼저 두 회사가 합병하게 되면 공정거래위원회는 우선 한화그룹이 국내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차지하게 될 가능성을 짚어볼 거라는 분석이다.

현재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K9 자주포 등을 바탕으로 국내에서 입지가 탄탄하다. 풍산은 이 자주포에 들어가는 155mm포탄 등 국내 탄약 시장을 사실상 독점 중이다. 두 기업이 합병하게 되면 한화는 무기와 포탄, 그리고 이를 위한 화약까지 모두 아우르게 된다. 국내 지상 무기체계 밸류체인 전체를 독점하게 되는 셈이다. 

경쟁사 견제 장치 또한 사라지게 된다. 예컨데 풍산은 현대로템의 K2전차에 탑재되는 포탄을 납품한다. 한화가 풍산을 품게 되면 현대로템 등 다른 방산기업이 탄약을 공급받을 때 가격이나 납기에 대한 차별을 둘 가능성도 높다.

실제 한화가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을 인수할 당시에도 공정위는 한화가 함정용 부품을 독점하고 있는 상황에서 HD현대중공업 등 경쟁사에 부품 납기나 가격에 차별을 둘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기도 했다. 

여기에 더해 국내 방위산업의 유일한 구매자인 정부 역시 한화와의 계약시 불리한 입장에 놓여질 가능성이 높다. 한화가 대체불가능한 협상력을 갖추게 되면서 정부 통제를 넘어 단가 인상 등에 나설 경우 이를 막을 마땅한 수단이 없을 수 있다는 거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국내 다른 방산기업 역시 두 기업간의 합병에 대해 지나치게 독점적인 위치에 놓여지는 상황을 우려했던 상황"이라며 "방산업계의 가장 큰 구매자가 정부인 만큼 공정위가 기업결함을 깐깐하게 볼 가능성이 높아보였는데 결국 풍산 입장에서도 이로 인해 매각이 차질을 빚는 것은 바라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향후에 다시 매각 이슈가 수면 위로 떠오르더라도 이같은 문제를 선행적으로 해결할 방안을 구체적으로 마련해야하지 않겠느냐"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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