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이 지난해 임시 주주총회에서 호주 손자회사인 선메탈코퍼레이션(SMC)을 통한 상호주 관계 형성으로 영풍의 의결권을 제한했던 행위가 적법치 않다는 판결이 나오며 장기간 이어지고 있는 분쟁에 영향을 줄지 주목된다.
아직 1심 판결인 데다 영풍 측 역시 새로운 순환출자구조를 통해 의결권을 부활시켰던 만큼 당장 이사회 재편 가능성은 낮은 상태다. 하지만 당시 의결권 제한 조치에 앞장섰던 박기덕 대표이사의 개인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되면서 주주권 침해에 따른 적격성 문제 등이 불거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법원 "고려아연, SMC 통한 영풍 의결권 제한 위법"
13일 제련업계에 따르면 지난 10일 서울중앙지방법원 제17민사부(부장판사 장지혜)는 영풍이 박기덕 고려아연 대표이사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원고 영풍의 청구를 인용하고 박기덕 대표에게 손해배상금 1억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지난해 1월 고려아연 임시주총 직전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은 고려아연의 호주 손자회사인 선메탈코퍼레이션(SMC)에 최윤범 회장 일가 3명과 영풍정밀이 보유하고 있던 영풍 지분 10.33%를(19만226주)를 575억원에 장외거래로 넘겨 고려아연→선메탈코퍼레이션(SMC)→영풍→고려아연으로 이어지는 상호주 관계를 형성한 바 있다. 상법 상 상호주 관계 형성 시 모회사의 의결권이 제한된다는 점을 파고든 거다.
이후 SMC가 유한회사기 때문에 이러한 상호주 관계가 형성되지 않는다는 지적에 최윤범 회장 측은 SMC가 보유하던 영풍 지분 10.33%를 모회사인 썬메탈홀딩스(SMH)에 현물배당해 상호주 관계를 재형성, 같은 해 3월에 있었던 정기주총에서도 의결권 제한을 통해 경영권 수성에 성공했다.
이후 영풍 측이 이를 적법하지 않다며 법원에 법적인 판단을 꾸준히 요구해 왔는데, 1심 법원에서 불법 소지가 있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다.
한 상법 전문 변호사는 "앞서 대법원이 SMH를 통한 의결권 제한 가처분 신청에 대해 적법 판단을 내렸던 건 SMH라는 주식회사를 통해 상호주 관계를 형성했던 건이고, 이번 판단은 이러한 상호주 관계의 시작이 됐던 SMC에 지분을 넘겨 의결권을 제한했던 사안으로 법적 판단의 근거가 다른 사안"이라고 말했다.
이어 "경영권 방어 목적 자체를 불법으로 판결한 것은 아니지만 경영권 방어 과정에서 SMC를 근거로 영풍 의결권을 제한한 구체적인 행위는 위법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읽힌다"고 덧붙였다.
영풍·MBK파트너스 관계자는 "이번 판결은 단순히 손해배상금 1억원의 문제가 아니라 기존 경영진의 경영권 방어를 이유로 최대주주 의결권을 인위적으로 제한하는 행위는 허용될 수 없으며 그러한 불법행위를 주도한 경영진에 법적 책임이 따른다는 점을 법원이 분명히 확인한 판결"이라고 말했다.
경영진 '적격성' 부담 주나
이번 판단이 1심이라는 점, 영풍 측 역시 MBK와 함께 YPC라는 새로운 회사로 지분을 이전시켜 의결권을 부활시켰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당장 고려아연 경영권이 흔들리거나 이사회가 재편될 가능성은 낮다.
다만 박기덕 대표이사를 중심으로 하는 경영진의 적격성이 흔들릴 수 있다는 점이 주목된다. 대표이사이자 주총 의장이 주주의 의결권을 고의로 제한시킨 것으로 법원이 판단했기 때문에 박기덕 대표이사를 중심으로 하는 고려아연 측 인사들의 적격성이 도마 위에 오를 수 있다.
앞선 변호사는 "임시주총 당시 의장이었던 박기덕 고려아연 대표이사가 법적으로 확실한 근거를 바탕으로 의결권을 제한한 게 아니어서 박 대표이사에게도 책임이 있다는 게 이번 법원의 판단"이라며 "박기덕 대표이사에 1억원이 손해배상 평결이 나온 점이 중요하다"고 짚었다.
당시 주총 의장이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상황에서 주주 의결권을 제한하는 등 주주권리를 침해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향후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의 캐스팅 보트가 될 수 있는 외국인 주주나 소액 주주에게는 부정적으로 비춰질 수 있다는 평가다.
박기덕 대표이사의 임기가 내년 3월 종료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연임이 힘들 거라는 관측이 나오기도 한다. 재계 한 관계자는 "내년에 임기가 종료되는 박기덕 대표이사가 연임을 하면서 경영권 수성에 집중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이번 법원 판단이 1심이기는 하지만 지속적으로 문제가 제기되면서 부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