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 시장 고전은 주식시장 거래 침체와 더불어 수년째 지속될 만큼 해묵은 얘기다. 그러나 시장이 완전히 고사한 것은 아니다. 한국형 헤지펀드 태동 2년째인 올해는 이들의 주된 전략인 롱숏 전략 덕분에 롱숏펀드가 덩달아 크게 성장했다. 내년에도 이들의 인기는 쭉 이어질 전망이다.
해외펀드 가운데서는 단연 일본펀드가 돋보였다. 연초 대비 수익률 40%로 다른 펀드들을 압도한다. 반면 이머징 펀드는 양적완화 축소 여파로 꽤 깊은 부침을 겪었다. 내년에도 미국이나 유럽 등 선진국 중심의 펀드에 관심이 쏠린다. 글로벌 경기회복과 맞물려 성장주나 대형주에 투자하라는 조언도 눈에 띈다. 정부의 펀드시장 살리기 노력도 본격화될 전망이이서 펀드시장이 화려하진 않아도 어느정도 부활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를 해본다.
◇ 경제 회복되면 성장주 펀드 유리
내년 화두는 올해에 이어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다. 이머징 유동성이 위축될 수 있지만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의 경기 회복 속도는 지금보다 더 빨라질 것이다. 채권보다 주식에, 주식 가운데서도 오랫동안 사랑받았던 가치주나 중소형주보다는 경기에 민감한 성장주와 대형주가 주목받고 있다.
펀드 역시 성장형 펀드에 대한 기대감이 상당히 높다. 소극적으로 대응하는 인덱스펀드 등 패시브펀드보다는 경기민감주로 구성된 이들 펀드의 선방이 점쳐진다.
배성진 현대증권 연구원은 내년에는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 해소가 국내 기업이익 증가로 이어지면서 지난 수년간 정체에서 벗어날 것으로 기대된다며 성장형 펀드로 수익을 추구할만 하다고 말했다.
◇ 헤지펀드따라 롱숏펀드 전성기
올해 자금유입만 놓고 보면 가장 인기를 끈 펀드는 롱쇼펀드였다. 국내 주식형 펀드에서 6조원이 넘는 돈이 빠져나가는 사이 롱숏펀드에는 1조원이 넘는 자금이 유입됐다. 지난해 롱숏펀드 설정액은 1500억원에 불과했다. 1년새 5배 이상 급증한 것이다.
롱숏펀드는 헤지펀드들이 주로 쓰는 롱숏전략을 활용한 펀드다. 2년전 태동한 한국형 헤지펀드들은 무섭게 성장했고 주로 상승이 예상되는 종목은 사고, 하락이 예상되는 종목은 공매도를 하는 롱숏 전략을 활용해 수익률 면에서 주목받았다. 롱숏전략은 코스피가 넓은 박스권에 머물면서 진가를 발휘했고 이런 트렌드는 공모형 펀드에도 반영되면서 롱숏펀드에도 돈이 몰렸다.
2007년 이후 롱숏펀드의 연평균 수익률(5.5%)은 코스피(6.6%)보다 낮다. 그럼에도 변동성은 코스피의 4분의 1 수준에 불과해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수익률이 갈수록 계속 부각되고 있다. 내년에는 경기회복세가 기대되지만 양적완화 축소 변수 등으로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는 측면에서 롱숏펀드에 대한 관심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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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롱숏펀드 설정액 추이 |
◇ 해외펀드, 선진국·주식형 유망
해외펀드 역시 선진국 펀드가 유리하다. 최근 미국과 함께 유럽펀드로 꾸준히 돈이 몰리고 있는 이유다. 올해 수익률만 놓고 봐도 격차가 확연하다. 북미주식 펀드 수익률은 30%에 육박하고 있는 반면, 글로벌 신흥국은 -2%대, 남미 신흥국은 -15%대로 나타났다.
주식과 채권 사이의 희비도 갈렸다. 해외채권 혼합형은 1% 수익률에 머물렀고 해외주식혼합형은 14%대로 주식이 선방했다.
이머징이나 해외채권 펀드가 `배신`을 안겼지만 해외펀드 투자는 내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주식형이 상대적으로 유리하지만 선진국의 경기확장세가 계속된다면 하반기에는 이머징 펀드도 유망하다. 주식에 이어 펀더멘털이 상대적으로 양호한 이머징 국채도 매력이 부각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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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진국과 이머징 펀드 자금 유입추이(단위:10억달러, 출처:현대증권) |
◇ 정부도 적극적.."제발 통해라"
최근 금융감독원은 금융투자협회와 함께 국내에서 판매되는 펀드 관련 정보를 한데 모은 검색서비스를 마련했다. 내년부터 본격화될 '펀드정보 원클릭 시스템'은 여러 사이트에 산재해 있는 펀드정보를 출처와 함께 한 곳에서 검색이 가능할 수 있게 만들었다. 투자자들이 쉽게 펀드에 투자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내년 3월에는 온라인 펀드슈퍼마켓인 펀드온라인코리아도 출범한다. 펀드슈퍼마켓을 이용하면 판매사마다 펀드 종류가 국한돼 있던 것과 달리 운용사들이 내놓는 펀드를 한 곳에서 검색해 가입까지 할 수 있다. 수수료도 크게 낮아져 전반적인 펀드 판매 활성화는 물론 대형운용사에 비해 판매망이 많지 않았던 중소형운용사들의 펀드 판매에도 기여할 수 있다.
최근 금융위원회는 '100세 시대를 대비한 금융의 역할 강화방안'에서 펀드 투자 활성화안도 포함시켰다. 장기펀드에 대한 소득공제가 부활된 것이다. 연봉 5000만원 이하 근로자가 주식에 40% 이상 투자하는 장기펀드에 5년 이상 가입하면 소득공제 혜택을 주기로 했다. 올해 봄엔 연금저축펀드가 새롭게 탄생했는데 다양한 펀드에 투자할 수 있는 연금저축펀드 역시 의무가입 기간이 5년으로 짧아지고 소득공제 혜택도 받을 수 있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