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

[증권가 RP열풍]①없어서 못 판다는데

  • 2014.04.04(금) 10:48

`고금리` 매력..예약해도 청약 될까말까
타상품 판매 유인 효과+우수 고객 발굴

환매조건부채권(RP). 일반 투자자라면 이름부터 생소하지만 요즘 증권사에서 없어서 못파는 상품이다. 과거에도 증권사들의 RP 판매는 있어왔지만 지난해부터 RP 판매가 유행처럼 줄을 잇고 있다. 내놨다 하면 대부분 완판(매진)이다. RP는 예금보장은 안되지만 예금보다 훨씬 높은 금리를 주면서도 예금만큼 안전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증권사 RP 열풍에 담긴 의미와 유의할 점을 짚어봤다[편집자]

 

여윳돈을 굴릴 곳을 찾던 직장인 김지연(33·가명)씨는 최근 한 증권사의 특판 RP 소식을 듣고 증권사에 문의했지만 모두 진작에 소진됐다는 답변을 들었다. 며칠뒤 다른 증권사가 판매에 나선다고 하자 부랴부랴 판매 첫날을 노린 끝에 청약에 성공했다. 김 씨의 경우 운이 좋은 케이스다.

 

지난해 이종규(45·가명)씨는 한 증권사의 특판 RP 물량을 기다리다 수차례 헛탕을 쳤다. 처음에는 신규고객도 청약이 가능하다는 안내가 있었지만 돌연, 첫주 판매는 1억원이상 예치한 고객만 가능하도록 조건이 바뀌었다. 둘째주 판매는 몇초만에 마감이 되면서 이씨는 입맛만 다셨다. 3주째에는 지점을 방문해 신규계좌를 미리 만들고 기다렸지만 청약자격이 또다시 제한되면서 결국 계좌에 넣었던 돈을 인출해야 했다. 증권사에서는 손해를 감수하고 하다보니 엄격하게 고객을 제한하고 있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 쏟아지는 RP 상품..여전히 없어서 못판다

 

두 사람의 사례는 최근 증권사들이 잇따라 내놓고 있는 RP상품의 인기를 한눈에 보여준다. 규모가 한정돼 있다보니 조건이 일부 까다롭더라도 투자자들은 RP 상품에 몰려들고 있다. 예약을 하고 대기하는 것은 필수이고 부지런을 떨지 않으면 청약 기회조차 잡기 어렵다.  
 
RP는 유가증권을 매도 또는 매수한 뒤 특정시점에 다시 환매하는 채권이다. 좀더 단순하게 말하면 하면 채권을 담보로 한 대차거래로 볼 수 있다. 대개 RP 거래는 중앙은행이 유동성 조절을 위한 공개시작조작 수단으로 많이 통용된다. 그렇지만 최근 증권사들이 판매하는 RP는 개인 등을 대상으로 채권을 담보로 자금을 유치하는 대고객 RP에 속한다.

 

지난 3월 증권사 6곳에서 RP 상품을 판매했다. 최소 연 4%대의 금리부터 조건에 따라 연 6% 금리를 제공하는 곳도 나왔다. 은행 예금금리가 3%를 밑도는 상황에서는 `혹`할만한 금리 수준이다.

 

증권사들의 RP 판매는 꾸준히 있어왔지만 지난해부터 주목받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거액을 계좌에 예치한 고액 자산가들을 위한 혜택처럼 한 두곳에서 알음알음으로 팔았다. 이제는 소액만 투자하는 일반 투자자들도 얼마든지 RP 상품 혜택을 볼 수 있게 됐다. 최근 동부증권 등 몇몇 증권사들은 신규고객이나 미거래 휴면고객이라면 다른 조건 없이 특판RP 가입이 가능하도록 했다. 우수고객 요건을 갖추거나 다른 상품에 가입하는 조건을 달지 않은 것이다.

 

RP 판매에서 짭짤한 재미를 본 대우증권은 아예 고객군에 따라 다양한 RP 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추천상품에 가입하는 조건으로 RP 상품을 판매하는 것은 물론 투자금액의 절반을 연 4%의 RP에 투자하면서 나머지는 펀드에 적립하는 형태다. 지난 1월 선보인 `특별한 RP` 상품과 매칭 RP의 경우 각가 1600억원과 1150억원을 유치했다. 신규고객도 8000명에 육박하고 있다.

 

◇ `미끼상품` 넘어 고객자산 확대 노려

 

RP 상품의 인기는 최근 증권가에서 유행하는 롱숏펀드 판매와 겹치는 부분이 있다. RP 인기 역시 중위험·중수익 트렌드와 함께 안전하게 돈을 굴리려는 투자자들이 늘면서 자연스럽게 수요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고객입장에서는 약정된 금리를 받을 수 있고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장점이 있다.

 

게다가 비슷한 운용목적의 정기예금이나 적금 금리와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이율이 높다. 당연히 기존의 자산종합관리계좌(CMA)보다 훨씬 더 매력적인 금리를 제공한다. 증권사들이 경쟁에 나서면서 굳이 거래를 하지 않아도 가입할 수 있는 RP 상품도 부쩍 많아졌다.

 

증권사 입장에서도 일단 고객을 손쉽게 유치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상품 출시에 필요한 다른 마케팅 비용을 들이지 않고 금리 매력만으로 자금을 유치할 수 있는 것이다. 일종의 미끼상품 개념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우량 고객 유치를 위한 다른 마케팅 수단보다 효율적인 방법"이라며 "특판RP 고객 중 상당수는 다른 금융투자상품 거래로도 이어지는 우수 고객이 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요즘 거래부진에 시달리고 있는 증권사들은 `윤활유`가 될 수 있는 자금을 끌어들이는 것이 급선무다. RP는 자금 유치를 통해 개인고객 자산을 크게 늘리려는 복안도 숨어 있다. 자산관리로 영역을 확대하고 있는 대형증권사들이 상대적으로 더 적극적인 이유도 소위 관리를 해줄 수 있는 잠재고객 자금을 확보하려는 목적이라고 볼 수 있다. 

 

대우증권 관계자는 "기존의 고객을 놓고 증권사들이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은행 고객들을 끌어오자는 취지도 있다"며 "증권사에서도 주식과 상품 외에 예금처럼 안전한 상품도 판다는 점을 각인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naver daum
SNS 로그인
naver
facebook
goog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