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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가 RP열풍]②불완전 판매는 없나?

  • 2014.04.05(토) 07:10

투자위험 낮지만 예금보장은 안돼
경쟁 심화되면 증권사 `역마진` 부담

비교적 높은 금리의 환매조건부채권(RP) 상품이 연일 인기를 끌면서 낮은 예금 금리에 불만인 투자자들로서는 귀가 솔깃할 법하다. 하지만 워낙 보이지 않는 위험을 숨기고 있는 상품이 많은 터라 가입하기 쉽지 않을 수 있다. 다행히 RP는 고객 입장에서는 꽤 안전한 상품으로 평가된다. 예금보장이 되지 않지만 돌려받지 못할 가능성은 거의 예금만큼 희박하다.

 

오히려 높은 금리를 얹어줘야 하는 증권사로서는 부담이 있을 수 있다. 저금리 상황에서 약정금리를 맞추는 것이 쉽진 않기 때문이다. 역마진 얘기도 심심찮게 나온다. 당장은 괜찮지만 우량 담보채권 확보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자금을 유치하더라도 금리를 노리고 일시적으로 머물 가능성이 높은 만큼 자산의 연속성을 담보할 수 있을지 역시 물음표다.

 

◇ 편입채권보다 증권사 신용도 중요

 

RP는 금리가 안정적인 국공채나 특수채, 신용등급이 높은 회사채를 담보로 발행된다. 담보채권이 있는데다 안정적으로 운용되기 때문에 원금손실 가능성은 극히 낮다. 원금보장 상품이 아니지만 담보채권의 부실화 가능성이 낮기 때문이다. 투자자들이 청약을 위해 너도나도 몰리는 이유다. 증권사들은 만기가 짧은 채권이기 때문에 위험하지는 않고 주로 대형사 위주로 RP판매를 하는 점도 안심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말한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도 "대고객 RP는 규제가 엄격하기 때문에 편입자산에 대해서도 기준이 강화돼 있다"며 "위험성이 낮다"고 설명했다. 황 연구위원은 "다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예금자보호가 안되기 때문에 위험이 낮더라도 안전성이 지극히 뛰어난 것은 아니다"며 "위험에 대한 최종적인 부담은 투자자한테 전가되는 점은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설사 RP 담보채권이 부도가 나더래도 RP를 발행하는 주체가 증권사인 만큼 판매 증권사의 신용도가 더 중요하다. 최악의 경우 증권사가 부도가 나더라도 RP채권의 고객분은 예탁하도록 돼 있다. 그래도 편입채권이 궁금하다면 증권사에 문의를 하면 된다. 증권사 RP 상품 가입자는 "금리가 매력적이긴 하지만 RP를 판매하는 증권사의 신용도를 꼼꼼히 따져보는 편"이라고 말했다.

 

 

 

▲ 국내 증권사 신용등급 현황. 전문가들은 RP 청약시 편입채권보다 발행 증권사의 신용도가 중요하지만 현재로서는 크게 문제될 것이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표 출처: 한기평)

 

증권사별로 신용도가 다른 만큼 일부 투자자들은 중소형 증권사나 대그룹 계열사에 속해 있는 증권사의 RP에 대해서는 불안해 한다. 하지만 증권사가 부도가 날 가능성이 거의 없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해 지나친 우려를 할 필요는 없다는 조언이다. 황세운 연구위원은 "RP에 편입되는 채권 신용도가 높은데다 증권사가 동일그룹 내 회사채를 담는 규정도 강화되는 추세기 때문에 그 부분에 대해서는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만기 이후에는 일반 RP로 편입되고 제공하는 금리도 다시 크게 낮아진다. 또 이런 내용을 증권사 은행처럼 따로 고객들에게 고지하지는 않는 경향이 높다. 보통의 만기예금처럼 악속된 금리를 제공하는 기간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투자자 입장에서는 은행 예금보다는 꼼꼼히 챙겨야 한다.

 

◇ 우량 담보채권 확보 관건..경쟁심화시 `부작용`

 

RP상품이 예금만큼 안전한 것으로 평가되기는 하지만 RP 경쟁이 지속되면서 자금을 끌어들일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문제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RP 판매 시 담보채권을 미리 확보하지만 증권사 입장에서는 지속적으로 우량채권을 구하는 것이 쉽지 않아질 수 있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우량한 채권을 높은 금리에 가져오면 좋겠지만 금리 매력이 있는 채권이 상대적으로 더 우량할 리는 없다"며 "RP 경쟁이 심화되면 심화될수록 증권사가 제시한 RP 금리와 매칭할 수 있는 자산을 찾기가 더 어려워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증권사 입장에서는 RP금리와 스프레드 차익을 손쉽게 노릴 수 있지만 이를 위해 필요한 우량 장기채 또한 유통물량이 넉넉하지 않을 수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초과수익을 낼 수 있는 여지가 줄어드는 셈이다. 지난해 동양 사태 이후 우량채권과 비우량채권 간의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우량채권은 실제로 품귀현상을 빚고 있다.  선발주자들의 경우 이미 우량채권을 확보하면서 크게 문제될 것은 없다. 하지만 뒤늦게 뛰어든 후발주자들은 물량을 구하는 것이 쉽지 않을 수 있고 경우에 따라 확보된 담보채권보다 자금이 더 몰린다면 담보채권을 사후에 확보해야 하는 상황도 발생할 수 있다. 

 

그는 "당장은 전혀 문제가 없는 게 맞지만 대개 문제는 중심이 아닌 주변에서 생기기 마련"이라며 "금리 경쟁으로 증권사 경계의 영역까지 넘나들 가능성이 있고 금융당국으로서도 이런 점을 우려해 편입채권의 건전성을 주의깊게 보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역마진 감수하려면 수익연결·고객유지 관건

 

이런 점에서 투자자보다는 증권사가 오히려 걱정이다. 아무리 운용을 잘하는 증권사로서도 고금리를 제공하다보니 역마진을 아예 신경쓰지 않을 수 없다. 현재 AA- 등급의 회사채 금리는 3% 초반에 불과하고 국공채 금리는 훨씬 낮다. 은행 수신금리가 낮은 이유이기도 하다.

 

한 채권운용 매니저는 "채권을 들고만 가는 것이 아니라 장기채나 선물매도 등 여러 전략을 활용하기 때문에 수익률을 맞추는 것이 가능하긴 할 것"이라며 "다만 워낙 단기금리가 낮은 상황에서 운용이 결코 쉽지는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 증권사 관계자는 "회사마다 사정이 다르겠지만 일선부서에서 고객 유치 차원에서 역마진을 감수하고 자금을 끌어오려는 경우가 분명 있다"며 "일단 신규계좌 확보를 위한 자산경쟁 차원에서 출혈을 감수한다"고 말했다. 

 

황세운 연구위원은 "증권사 입장에서 역마진 우려가 있지만 대개 장기채로 운용해 단기금리를 제공하기 때문에 금리 스프레드만큼 이익이 생길 수 있다"며 "스프레드가 많이 낮아진 점은 있지만 손실을 보면서까지 고금리를 제공해 유인하지는 않을 것"으로 판단했다.

 

증권사가 낼 수 있는 장기적인 효과에 대한 의문도 있다. 고금리를 쫓아 들어왔을뿐 그 외의 수익을 크게 내기 힘들다는 것이다. 이는 결국 증권사 자산의 질로 연결된다. 미끼상품으로 들어왔다면 만기가 지난 후 곧바로 빠져나가기 마련이다. 이점이 바로 일부 증권사들이 굳이 RP 특판에 나서지 않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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