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

'종이로 보관 원해서'…증권 전자화 100% 힘든 이유

  • 2019.09.26(목) 15:26

상장사 주식 0.6% 여전히 실물종이 형태
분실 가능성, 지나친 투명성 반감 등 작용

전자증권제가 지난 16일 시행하고 일주일이 지났으나 시중에는 여전히 전자화하지 않은 종이 증권이 상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상장사 주식 가운데 99% 이상이 실물에서 전자증권으로 전환했으나 100% 완벽한 달성은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다.

◇ 제도 시행 이후에도 100% 달성 못해

26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전자증권으로 등록한 상장사 주식 비율은 지난 6일 99.2%에서 최근 99.33%까지 확대됐다. 제도 시행을 전후해 적극적인 홍보를 펼치면서 전자증권제에 대한 인식이 확산됐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그럼에도 상장사 전체 주식의 0.6%는 아직도 실물 종이 형태로 남아있다. 비록 1%에 못 미치는 미미한 비율이지만 물량으로는 약 7억주의 적지 않은 수치다. 실물주권은 자칫 위변조 및 도난 우려가 있고 주주권리 행사 등에 불편이 따르는데 굳이 들고 있으려는 이유가 뭘까.

박종진 한국예탁결제원 전자증권개발지원단장은 “실물 주식을 어디에 보관했는지 잃어버려 찾지 못한 경우가 많아 보인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종이로 된 실물 증권을 보관하고 싶어하는 투자자도 있어 이러한 사례들을 감안하면 100% 전환은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물증권을 가진 투자자가 해외로 이민 갔거나 외국계 회사가 보유하고 있을 가능성도 있다. 박 단장은 "실제로 해외에서 관련 문의가 많이 들어오고 있다"라며 "과거 외국환촉진법 등에 따라 일본에서 국내 실물주식이 발행된 적이 있는데 일본계 회사 가운데 한국 실물증권을 보유한 곳이 상당한 것으로 파악했다"고 말했다.

전자증권제도가 시행됨에 따라 이러한 실물증권은 효력을 상실했다. 다만 주주명부에 기재된 주식 소유자라면 특별계좌에 권리가 등록돼 있다. 이로 인해 실물증권을 명의개서 대행회사인 예탁결제원이나 국민은행, 하나은행에 제출하고 권리를 되찾을 수 있다.

문제는 주주명부에 기재되지 않은 사람이 실물증권을 사들여 갖고 있는 경우다. 주식매매계약을 입증할 수 있는 매매계약서가 있다면 이를 근거로 전자증권으로 전환이 가능하다. 만약 근거 자료가 없으면 실물증권은 아무런 쓸모가 없다.

의무 전환 대상이 아닌 비상장사의 전자증권제도 참여는 상대적으로 저조하다. 현재 비상장사 주식 가운데 전자증권 전환 비율은 88.29%이며 나머지 11% 가량이 실물증권으로 남아 있다.

박 단장은 "비상장사 가운데 2000여개 회사가 전자증권제로 넘어오지 않았다"라며 "발행회사 입장에선 전자증권 전환 절차가 까다롭게 여기지는데다 지나친 투명성에 대한 반감, 무관심 등의 이유가 작용한다"고 소개했다.

이어 "제도가 많이 알려지면서 발행회사보다 주주들이 오히려 관심을 보이고 있다"라며 "비상장사에 인센티브 유인을 제공하고 설명회를 개최해 전자증권제도로 넘어오게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 금융시장 전반에 변화 예고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전자증권제는 금융투자 시장 전반에 변화를 일으킬 전망이다. 우선 전자등록 방식에 따라 증권의 위·변조와 도난, 분실, 멸실 위험이 없어진다. 증권 위변조 시도는 지난 5년간 총 11회(156조원 규모) 발생했다.

투자자는 주주 권리를 빼먹지 않고 챙길 수 있게 된다. 지난 6월 기준 실물주권 소지 주주가 자신의 주식을 수령하지 않은 규모는 무려 601만주, 평가 가치는 504억원에 달한다.

주주권 행사가 한결 쉬워진다. 현행 제도에선 주총 등을 개최하기 위해 주주명부를 폐쇄하면 최소 7일에서 최장 90일간 주주권 행사가 제한됐다. 전자증권제도에선 명부상 주주와 실제 주주가 동일하기 때문에 주주 명부를 폐쇄하지 않아도 된다.

발행사인 기업 입장에선 자금 조달이 신속해진다. 증권실물이 존재할 경우 필요한 절차가 사라짐에 따라 상장 등 자금조달이 빨라지는 것. 신규상장은 5영업일, 무상증자는 8영업일, 액면분할은 약 20영업일이 단축될 전망이다.

주주 관리도 수월해진다. 기존에는 주주현황을 통상 연 1회 파악했으나 전자증권제도에서는 필요할 때마다 주주현황 파악이 가능하다. 대주주 지분율 변화 및 우호주주 파악 등이 쉬워지고 적대적 M&A 등 경영위험에 대한 신속한 대처가 가능해진다.

증권사나 은행 등 금융기관의 사무 업무도 편해진다. 증권증명서 발급시 예탁원 창구 등을 직접 방문할 필요 없이 온라인으로 간편하게 발급할 수 있다. 증권사는 실물증권 입‧출고 요청에 따른 사무부담 및 비용부담이 사라진다.

지난해 실물증권 입출고 업무처리를 위해 하루평균 20여개 증권사가 예탁원 창구를 방문했으며 연간 약 9600건의 실물입출고 업무를 처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naver daum
SNS 로그인
naver
facebook
goog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