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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산업 비상벨이 울린다]④"보험사기로 멍들고 있다"

  • 2019.12.09(월) 11:05

진형오 손해보험협회 보험사기조사1팀장 인터뷰
보험금 누수 6조원대, 보험 가입 가구당 연 31만원 피해
"보험사 손실·소비자 피해·보험산업 부정적 인식 등 심각"

보험산업에 비상벨이 울리고 있다. 핵심 사업의 데이터는 일제히 '역성장'을 보여주고 있고 무엇보다 위기의 내용이 복합적이어서 실타래를 풀기가 쉽지 않다. 보험산업의 현재를 진단하고 어디로 가야할 지 모색해본다. [편집자]

보험사기가 조직화·전문화 되고 심화되고 있다는 점도 보험업계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보험사기로 인한 보험금 누수 규모가 연간 수조원대에 달한다는 업계 추산이다.

특히 보험사기는 보험사뿐만 아니라 보험산업 전체를 멍들게 하는 요인이다. 보험금 누수는 보험사에 손실을 입힐 뿐 아니라 보험소비자 개개인에게 미치는 피해가 적지 않고, 보험산업 자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이거나 잘못된 인식을 심어줄 수 있어 심각한 문제로 꼽힌다.

보험사기로 인한 보험금 누수금액은 2017년 한해만 6조2000억원 규모로 추산된다. 이는 2010년 3조3000억 규모에서 몇년새 두배 가까이로 껑충 뛰었다.

보험사기 누수금액이 6조원을 넘는다는 것은 보험사기로 인해 가구당 해마다 30만원 이상의 돈이 새나간다는 의미다. 보험사기로 누수된 만큼 전체 가입자의 보험료가 인상되기 때문에 피해가 보험사나 해당 당사자뿐 아니라 보험가입자 전체에 귀결된다. 보험사기 피해가 결코 '남의 일'이 아니라는 얘기다.

진형오 손해보험협회 보험사기조사1팀 팀장은 "보험사기는 보험가입자 전체에게 그 피해가 귀결된다는 게 가장 큰 문제"라며 "보험사기 피해로 가구당 연간 31만5000원이 새어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보험금은 눈먼 돈이라는 식의 사회적 도덕불감증을 야기하는 문제도 심각하다"며 "보험사기를 방지하는 것은 보험사를 배불리는 일이 아니라 불필요한 보험료 인상을 막기 위한 일이라는 인식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진형오 손해보험협회 보험사기조사1팀 팀장

진 팀장은 협회내에서 금융감독원, 경찰청, 각 보험사와 생보협회 등과 협업해 보험사기 적발 및 근절을 위한 제도개선 건의와 교육·홍보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올해 장기보험을 담당하는 팀이 확대개편돼 총 7명이 업무를 맡고있다.

진형오 팀장은 "보험사기가 특히 보험산업에 있어 중요한 문제인 이유는 보험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심어줄 수 있기 때문"이라며 "나 하나쯤이야하고 보험사기에 동조하거나 연루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심각한 범죄이며 이에 따른 피해가 내 가정 혹은 이웃의 보험료 인상으로 귀결된다는 인식을 갖고 보험사기 목격시에도 적극적인 신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진 팀장은 최근 보험사기가 가파르게 지능화·조직화 되는데다 아직 사회경험이나 도덕적 인식이 부족한 10대 등으로 확대되는 점에 대해서도 크게 우려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해 보험사기 적발금액은 7982억원으로 전년동기 7302억원 대비 680억원, 9.3% 증가했다. 이는 역대 최고수준으로 보험사기 적발금액은 매년 최고 기록을 경신중이다. 올해들어서는 상반기에만 4134억원이 적발돼 이미 지난해 절반 규모를 뛰어넘었다.

더욱이 올해들어 10대 청소년 보험사기가 전년보다 24.2%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험사기 형태는 사회적 변화와 밀접한 모습을 보이는데, 최근 카셰어링 서비스 등 렌터카 이용 증가와 이륜차 이용 배달서비스 활성화로 관련 보험사기 사례도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륜차는 만 16세부터 면허 취득이 가능하기 때문에 배달서비스 활성화가 미성년자 보험사기 증가 원인으로 파악되고 있다.

실제 금감원 적발사례를 보면,

미성년자가 포함된 이륜차 배달직원 A씨 등 10여명은 다른 배달직원 및 업주 등과 공모해 교차로 등에서 진로변경 차량을 대상으로 약 90건의 고의사고를 유발, 5억원 가량의 보험금을 편취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험사기의 심각성이 드러나는 부분이다. 조직적으로 일어나는 보험사기는 반복적으로 행해지고 그만큼 도덕적 문제의식이 희석된다. 미성년자가 범죄에 쉽게 노출될 수 있다는 점 역시 문제다.

사회초년생을 포함한 보험범죄도 늘어나는 추세다.

금감원에 따르면 사회초년생 선후배관계인 B씨 등 77명은 렌터카 및 단기 카쉐어링 서비스를 이용해 다수가 탑승 후 차선을 변경하는 승용차와 고의 충돌하는 수법으로 110차례에 걸쳐 보험금 8억원을 수령한 것으로 나타났다.

렌터카 등은 사고피해를 차주나 업체에 전가할 수 있기 때문에 경제적 능력이 부족한 20대 초중반 혐의자들이 이 같은 사고를 유발하는 경향이 높아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박명광 금감원 보험사기대응단 팀장은 "보험사기가 범죄라는 인식이 부족해 또래 친구들과 어울리며 보험사기에 노출되기 쉬운 측면이 있다"며 "사회경험, 범죄인식이 낮은 미성년, 청년층에서 주변의 유혹 등으로 보험사기 연루사례가 증가하는데 보험사기로 처벌될 수 있다는 점을 주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진형오 팀장은 보험사기 근절을 위해서는 제도개선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진형오 손해보험협회 보험사기조사1팀 팀장

그는 "보험사기 범죄가 급격하게 늘어나는 것에 비해 이에 대응한 제도개선 뒷받침이 적절히 이뤄지지 못한다는 점에서 보험사기 근절이 쉽지 않다"며 "보험사기 특별법이 2016년 9월 시행된 이후 실효성 확대를 위한 다양한 법안이 발의됐으나 아직까지 국회 계류에 머물러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보험업계에서는 상품개발, 판매, 계약심사, 보험금 지급 전 단계에서 보험사기 유발요인을 분석해 예방체계를 구축해 실행하고 있지만 무엇보다도 보험사기를 심각하게 바라보는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며 "보험사기 피해가 나를 포함 모두에게 미칠 수 있는 만큼 적극적으로 이를 회피하고 줄이기 위한 노력을 함께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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