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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서도 잘해요'…운용업계는 TDF 홀로서기 중

  • 2021.07.21(수) 15:58

키움 이어 KB도 직접…독자운용 자신감
운용경험에 업계 1위 미래에셋 성공 자극

증시 호황과 연금시장의 성장세를 기폭제로 삼아 타깃데이트펀드(TDF) 시장이 급격히 몸집을 불리고 있다. 

이 가운데 글로벌 자산운용사와 손잡고 TDF를 운용해온 국내 운용사들이 잇달아 홀로서기를 선언해 눈길을 끈다. 그간 축적된 운용 경험과 노하우를 활용해 외부의 도움을 최대한 받지 않고 독자적인 성공 사례를 만들어내겠다는 각오다.

/그래픽=비즈니스워치

키움 이어 KB도 '독자 운용 선언'

21일 자산운용업계에 따르면 KB자산운용은 글로벌 운용사 뱅가드와 맺은 TDF 자문 계약을 올해 말로 마무리하고 내년부터 독자 운용에 들어간다. KB운용은 뱅가드와 협업해 2017년 7월 'KB온국민TDF'를 내놓은 뒤 4년간 뱅가드의 자문을 받아 펀드를 운용해 왔다.

뱅가드의 연내 아시아 시장 철수가 계약 종료의 표면적인 이유지만 KB운용은 이미 자체 운용 계획을 세우고 결별을 준비하고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위탁 운용이 아닌 자문 계약을 맺었던 만큼 그간 운용주체로 활동하면서 독자적인 운용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단 자문 계약 종료 후에도 뱅가드의 글라이드 패스는 그대로 사용하기로 했다. '글라이드 패스(Glide Path·활강 경로)'는 투자자 연령대에 맞춰 주식과 채권 등 자산 비중을 조절하는 일종의 설계도면으로, TDF의 핵심 운용 전략이다. 생애주기에 맞춰 주식 비중을 늘리다가 은퇴시점이 가까워지면 이를 줄이는 개념이 마치 비행기가 착륙하는 곡선과 비슷하다고 해서 이런 이름이 붙었다.

KB운용은 또 피투자펀드로 보수가 저렴한 뱅가드의 상장지수펀드(ETF)를 계속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이는 뱅가드와의 계약 종료 후 운용성과가 떨어지는 게 아니냐는 일각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한 목적도 있다.

키움투자자산운용은 KB운용보다 앞서 이달부터 TDF 독자 운용에 나섰다. 키움운용은 지난 2018년 6월부터 미국 글로벌 자산운용사 SSGA(State Street Global Advisor, Limited)로부터 글라이드 패스를 제공받아 '키움 키워드림 TDF'를 운용해 왔다. 

키움운용 측은 홀로서기 배경으로 3년간 TDF 운용에 대한 충분한 노하우를 축적했다는 점과 더불어 해외 운용사 글라이드 패스의 한계점을 들었다. 마치 블랙박스처럼 정보 접근이 차단된데다 자문 또는 위탁 계약을 체결한 운용사 펀드로 포트폴리오가 치중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에 키움운용은 성주호 경희대 교수의 자문을 받아 글라이드 패스를 자체 개발했다. 국내 최초로 투자자의 행동재무학적 특성(손실 회피 성향)을 반영해 변동성을 낮췄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자체 운용만 10년…미래에셋 성공에 '자극'

국내 운용사 가운데 TDF를 독자 운용하는 대표적인 곳은 미래에셋자산운용이다. 미래에셋운용은 국내에 본격적으로 TDF가 소개되기 전인 지난 2011년 '라이프사이클펀드'라는 이름으로 TDF 상품을 내놓은 뒤 2017년 리뉴얼을 거쳐 현재 전략배분과 자산배분 등 2개 형태의 13개 TDF를 모두 독자적으로 운용하고 있다. 

특히 미래에셋운용은 외부의 도움을 받지 않고 자체적으로 TDF를 운용하면서도 최강자로서의 입지를 확고히 해 업계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지난 13일 기준 미래에셋운용의 TDF 점유율은 43.8%로 삼성자산운용(22.7%)을 넉넉한 격차로 따돌리고 여유 있게 선두 자리를 지키고 있다. 올 들어서도 TDF 전체 자금 유입액의 절반 이상을 흡수할 정도로 성과가 탄탄하다.

최근 운용사들의 야심 찬 홀로서기 역시 미래에셋운용의 성공 사례와 무관치 않다.

미래에셋, 키움에 더해 업계 점유율 4위인 KB운용이 내년부터 자체 운용을 본격화하면 국내 TDF 시장의 독자 운용 규모는 50%를 넘어설 전망이다. 올 초 프랑스 BNP파리바그룹과의 합작을 정리한 신한자산운용도 TDF 독자 운용에 나설 유력 후보다.

한편 각각 미국 캐피털그룹, 티로프라이스에 위탁운용을 맡기면서 이들 운용사 펀드에 재간접투자하고 있는 업계 2, 3위 삼성자산운용과 한국투자신탁운용은 당장 독자 운용 계획은 없다는 입장이다.

한국투신운용 관계자는 "자사 TDF에서 대부분의 투자 비중을 차지하는 글로벌자산배분의 경우 티로프라이스의 역할이 큰 상황"이라며 "현재 자체 운용 비중 조정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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