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

[공시줍줍]스팩(SPAC)이 '극장골' 넣지 못할때 생기는 일

  • 2022.07.18(월) 07:00

[공시줍줍 PICK]7월 18일 출근길에 살펴보는 주요 기업공시
하이제5호스팩, 파멥신, 범한퓨얼셀, 유나이티드제약, 케어젠 外

안녕하세요 공시줍줍 독자여러분. 상장기업의 주요 공시내용을 선별해 아침 출근길에 전해드리는 [공시줍줍 PICK]

오늘은 지난주 금요일(7월 15일) 나온 공시 가운데 기업인수목적회사 하이제5호스팩의 상장폐지 관련 내용을 시작으로 핵심 파이프라인 임상 중단을 발표한 파멥신, '복붙' 공시한 신세계의 서울옥션 인수, 범한퓨얼셀과 한국유나이티드제약의 2% 부족한 자사주 매입, 잦은 판매계약 해지 반복하는 케어젠, 누굴 위한 배당확대인지 궁금한 신흥 등 다양한 이야기를 모아봤어요.

한국거래소는 지난 15일 장 마감 후 기업인수목적회사(SPAC) 하이제5호스팩에 대해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했다고 밝혔어요. 

스팩은 상장후(정확히는 상장공모 당시 납입일 이후) 3년 안에 합병을 완료해야 하고, 합병을 못 하면 상장폐지(=청산) 절차에 들어가는데요. 여기서 3년이란 시한은 최종적으로 도장을 찍는 합병등기를 의미해요.

그런데 합병대상을 찾는다고 곧바로 도장을 찍을 수 있는 게 아니어서 합병계약부터 등기까지 6개월 정도의 후속 절차(주로 한국거래소의 심사)가 필요해요.

따라서 상장후 3년이 아닌 2년 6개월(30개월)이 지날 때까지 합병대상을 찾지 못하면 관리종목 지정, 이후 1개월의 추가시간에도 찾지 못하면 곧바로 상장폐지 절차를 밟아요. 축구 경기에 비유하면 정규 경기 시간(30개월)이 지나고 연장전(1개월)마저 끝날 때까지 '극장골'을 넣지 못하면 그대로 게임 종료!

하이제5호스팩이 바로 이러한 상황이에요. 2019년 12월 16일이 상장공모 납입일이었고, 이후 2년 6개월(2022년 6월 15일)이 지날 때까지 합병대상을 찾지 못하자 지난달 16일 관리종목 지정. 이후 추가로 주어진 1개월(2022년 7월 15일) 기간에도 합병대상을 찾지 못하면서 결국 게임 종료(상장폐지) 상황을 맞이한 것이죠. 

하이제5호스팩은 작년 12월 광고대행업체 드림인사이트와 합병 계획을 발표했다가 올해 4월 합병을 철회했고, 이후 합병대상을 더는 찾지 못했어요. 이제 18일 하루 거래정지를 거쳐, 19일부터 27일까지 7영업일 간 정리매매, 이후 28일부터는 주식시장에서 더는 볼 수 없어요.

참고로 정리매매는 상·하한가 제한 없이 30분에 한 번씩 거래를 체결하는 단일가 매매방식으로 이뤄지는데요. 스팩주는 정리매매 기간에 매수세가 몰리는 흐름이 나타나기도 해요.

이유는 일반주식과 달리 스팩주식은 상장 폐지되더라도 공모 당시 은행에 예치한 자금을 활용, 주주들에게 청산 자금을 돌려줘야 하는 의무가 있는데요. 이때 돌려줘야할 금액이 주식시장에서 거래 중인 가격보다 높을 때 차익을 노린 매수 세력이 등장하기 때문이에요.

하이제5호스팩은 현재 시세(15일 기준)가 2030원인 반면 2019년 상장 공모 당시 설명한 반환 예정 금액은 2090원(이율 1.5% 가정, 변동 가능)이어서 정리매매 기간 차익거래를 노린 매수세가 나타날 수도 있어요. 다만 청산 금액이 즉각 들어오는 것이 아니고, 스팩의 상장주식수가 많지 않아서 원하는 만큼 매집도 쉽지 않기 때문에 일반 개인투자자들은 기회비용 등 종합적인 고민을 해봐야 해요.

코스닥 상장 바이오벤처 파멥신이 매우 안 좋은 내용의 공시를 발표했어요. 호주와 미국에서 진행중이던 '재발성 교모세포종 신약(TTAC-0001)' 임상 2상을 조기 종료한다는 내용인데요.

회사 측은 "코로나 팬데믹 이후 임상 계획 대비 일정 지연 및 비용 증가로 임상 완료까지 상당한 금액의 추가 자금 투입이 필요하고, 투입 자원 대비 효익 및 회사의 추가 임상 예정 등 회사의 효율적인 자원 배분 검토 후 조기 임상 종료를 결정했다"라고 아주 복잡하게(?) 설명했는데요.

한 마디로 더 나아질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고, 그렇다고 돈을 더 투입하기도 어려워서 끝냈다는 뜻이고요. 참고로 파멥신은 2018년 기술특례로 코스닥에 들어온 회사.

이번에 임상시험을 종료한 파이프라인(신약후보 물질)은 상장 당시 회사 가치의 핵심으로 꼽았고, 이를 바탕으로 상장 이후에도 주주들로부터 추가 자금을 조달하는 유상증자까지 진행했다는 점에서 앞으로 주주들에게 회사의 미래를 어떻게 설명할지 지켜봐야겠네요. 

신세계는 미술품 경매업체 서울옥션 인수 추진과 관련한 조회공시 답변에서 "검토한 바 있으나, 현재까지 확정된 바는 없다"는 내용을 지난 6월에 이어 다시 한번 '복붙'(복사해 붙이기) 공시했어요. 피인수 대상인 서울옥션도 조회공시 답변에서 "당사의 최대주주가 지분 매각을 검토한 바 있으나, 현재까지 구체적으로 결정된 바 없다"고 똑같이 밝혔어요. 

서울옥션의 최대주주는 이호재 회장(13.31%)이며, 가족과 친인척 지분을 더하면 31.3%로 현재 시세로는 약 1000억원 수준인데요. 신세계는 올해 1월 서울옥션 지분 4.82%를 280억원(주당 3만2680원) 주고 제3자배정 유상증자로 취득했는데, 당시 미술품 판매사업 및 사업제휴 강화를 지분투자 이유로 들었어요. 

신세계는 현재 서울옥션 최대주주 측을 제외하면 가장 많은 주식을 가진 주주이기도 하고요. 신세계와 서울옥션은 향후 구체적인 사항이 결정되는 시점 또는 3개월 이내에 재공시한다고 밝혔어요.

이 밖에 더 간추려본 공시

지난달 17일 코스닥시장에 상장한 수소연료전지 업체 범한퓨얼셀이 상장 한 달 만에 자사주 취득을 발표했어요. 취득 예정 주식은 8만8000주로 약 25억원 규모인데요. 상장 이후 공모가(4만 원)를 약 30% 밑도는 부진한 주가 흐름을 보였던 터라 회사가 주가 안정을 위해 자사주 매입을 결정한 것으로 보여요. 

참고로 범한퓨얼셀은 2019년 12월 범한산업의 수소연료전지 사업부를 물적분할해 새로 만들어진 곳인데, 자사주를 매입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고요. 그렇다고 '사상 첫 자사주 매입'이라고 마냥 칭찬하기에는 매입 규모가 크지 않고, 특히 상장 1개월이 지나면서 상당한 매도 가능 물량이 대기 중이어서 자사주 매입 효과가 어느 정도 나타날지 미지수예요.

범한퓨얼셀이 상장하기 전부터 자금을 댄 기존주주(벤처캐피탈 등) 지분 10.66%(93만4625주)가 18일부터 매각 제한이 풀리고, 같은 날 상장 때 공모주를 받은 기관투자자 물량 0.55%(4만8600주)도 의무보유확약 해제 일정이 있어요. 

한국유나이티드제약(공시 회사명 유나이티드)은 신한금융투자와 50억원 규모의 자사주취득 신탁계약을 체결했어요. 계약기간은 내년 7월 14일까지 1년간. 즉 1년동안 신탁계약을 통해 총발행주식의 약 1.2% 정도를 취득할 계획인데요. 이 회사가 자사주를 취득하기로 한 것은 2016년 10월 이후 약 6년만. 오랜만에 자사주 취득을 결정한 건 주주들에게 좋은 일이지만, 1년 동안 50억원 규모라니까 뭔가 부족한 듯한 느낌도 있어요. 참고로 유나이티드는 지금도 자사주 8.62%를 보유하고 있어요. 

코스닥 상장 케어젠이 바디스컬프트(Body Sculpt)란 업체와 체결했던 92억원 규모의 스킨케어 및 헤어케어 제품 공급 계약을 해지했다고 밝혔어요. 이 계약은 2017년 7월 102억원 규모로 맺은 계약이었는데 일부 금액(10억원)을 제외하곤 모두 취소 처리된 것이죠.

계획대로라면 올해 7월 16일, 그러니까 어제까지 모든 제품 공급을 완료하고 계약금액을 받아야 했는데 회사 측은 상대방의 계약 불이행으로 해지한 것이라고 설명했어요. 

다만 케어젠은 올해 2월에도 또 다른 공급 계약 해지 공시를 발표했고, 이로 인해 코스닥시장본부로부터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됐어요. 수출 비중이 94%인 사업 특성상 해외 거래처와의 잦은 계약 변경이 불가피할 수 있지만, 해마다 공급 계약 해지 공시를 내는 회사란 점도 참고할 필요가 있어요. 

코스닥 상장 규정에 따라, 불성실공시로 인한 벌점이 8.0점 이상이면 하루 거래정지, 해당 벌점을 포함해 최근 1년간 벌점이 누적 15점 이상이면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일 수 있어요. (케어젠은 현재 1년간 벌점누적 9점)

치과용 의료기기업체 신흥이 주당 120원의 중간배당을 결정했어요. 신흥은 1년에 2번(중간배당, 결산배당) 배당하는 곳인데요. 이번 중간배당은 예년 수준(주당 100원)보다 20% 높아진 금액이에요. 다만 신흥은 2세 경영자 이용익 대표(지분율 19.32%)를 비롯해 이 대표의 아버지 이영규 회장(13.2%) 어머니 김양순 씨(5.08%) 형 이용현 부회장(10.87%) 삼촌 이동규 전 대표(8.51%) 등 친인척과 계열사가 총발행주식의 78.01%의 보유하고 있어요.

이 주식을 제외하고 일반 투자자들이 사고팔 수 있는 유통주식이 많지 않아서 이번 배당금 인상의 수혜가 최대주주 일가에 쏠린다는 점. 한편 이용익 대표는 이날 친인척인 박유리 씨에게 4만5000주(0.47%)를 무상 증여했다는 내용도 함께 발표했어요. 

하나금융지주는 최대주주 국민연금이 주식 271만1240주(총발행주식의 0.79%)를 팔았다고 공시했어요. 국민연금은 여전히 하나금융지주의 주주 가운데 가장 주식을 많이 보유한 투자자이지만 이번 지분 매각으로 지분율이 9.19%(2757만7533주)에서 8.4%(2486만6293주)로 낮아졌어요.

TS트릴리온이란 회사가 자산재평가 결과를 공시했는데요. 저도 쓰고 있는 TS삼푸를 만드는 곳(정확히는 공장없이 전부 외주생산)인데 상장회사인 줄 처음 알았네요. 지난 6월에 장부가 352억원짜리 땅 3곳(서울 본사, 파주, 평창)의 자산재평가를 한다고 밝혔고, 감정평가를 받은 결과 438억원으로 나와서 재평가차액이 약 86억원이 발생했어요. 그만큼 회사의 유형자산이 늘어난 것이죠.

*[공시줍줍 PICK]은 매일 아침 8시30분 유튜브 라이브방송을 통해 더 자세하고 직관적인 영상으로 만나볼 수 있어요. 유튜브에서 '공시줍줍'을 검색해주세요.

 

naver daum
SNS 로그인
naver
facebook
goog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