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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국‧신영‧대신, 자사주 쌓아만 놓는다…소각은 미래에셋 '유일'

  • 2024.02.28(수) 07:30

저PBR 극복 위해 자사주 소각 등 주주환원 대두
부국‧신영증권 자사주 비중 압도적, 대신도 30%
유화‧SK‧이베스트 등도 자사주 보유…소각 전무
미래, 유일한 소각...키움은 자사주 전량 소각 예정

정부가 자기주식(이하 자사주) 제도 개선에 나서고 있다. 최근 역대급 랠리를 펼치는 일본증시를 바라보며 우리 증시도 저평가 해소를 위해 자사주 매입·소각 등 주주환원 범위를 넓혀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는 상황이다.

이처럼 정부 정책과 시장 참여자들의 요구가 맞물리면서 이른바 '저 PBR주'로 불리는 상장 증권사 가운데 자사주를 많이 보유한 회사에도 투자자의 관심이 쏠린다. 최근 분위기에 맞물려 주주환원 정책에 자사주를 활용하겠다는 증권사도 나오고 있다.  

총수일가가 지배주주로 있는 증권사도 자사주 처리여부를 두고 고심 중이다. 총 발행주식수의 3분의 1이 넘을 정도로 비중 있게 자사주를 보유한 증권사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정부가 인적분할 시 자사주에 신주를 배정하는 행위 자체를 원천적으로 금지하겠다고 나선 상황에서 상당량의 자사주를 어떻게 활용할 지 관심이다. 정부, 인적분할 시 자사주에 신주배정 금지 

금융위원회는 지난 1월 30일 상장법인 자기주식 제도개선 간담회를 개최하고 일반투자자의 권익을 높이기 위해 상장사 인적분할 시 자사주에 신주를 배정하는 행위를 금지하겠다고 밝혔다.  ▷관련기사: 앞으로 상장사 인적분할때 자사주에 신주배정 못한다(1월 30일)

상장사가 기업을 둘 이상으로 쪼갤 때 흔히 물적분할과 인적분할 방식을 활용한다. 물적분할은 A라는 기업을 존속회사 A, 신설회사 B로 쪼개 B가 A의 종속회사(지분율 100%)로 들어가는 방식이다. 인적분할은 A라는 기업을 분할비율에 따라 존속회사 A, 신설회사 B로 나누고 A회사 주주들의 주식도 분할비율에 따라 존속회사 A와 신설회사 B 주식으로 나뉜다. 

문제는 인적분할 시 존속회사 A가 가지는 자사주에도 신설회사 B회사 주식을 배정한다. 자연스럽게 존속회사는 신설회사에 대한 지배력을 확대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존속회사의 최대주주는 자연스럽게 '최대주주존속회사 A신설회사 B'로 이어지는 지배력 강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일명 '자사주 마법'이라 불리는 과정이다. 자사주 마법이 문제가 되는 이유는 의결권 부활 때문이다. 본래 자사주는 의결권이 없지만 자사주 지분만큼 배정받은 신주에는 의결권이 생긴다. 이 의결권은 최대주주의 영향 아래에 놓이면서 신설회사 지배력에 변화를 가져온다.

금융위는 이러한 자사주 마법을 막기 위해 자본시장법 시행령을 고쳐 인적분할 시 자사주에 대한 신주배정을 제한하겠다고 밝혔다. 시행령 개정은 국회를 거치지 않고 정부 의지만으로 가능하다. 부국·신영‧대신증권 자사주 비중 압도적

문제는 총 발행주식수의 30% 이상 혹은 그에 육박하는 수준으로 자사주를 가지고 있는 일부 증권사들이다. 공교롭게도 총수일가가 회사의 지배주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26일 기준 부국증권‧신영증권‧대신증권 3곳은 총 발행주식수 대비 30%가 넘는 자사주를 보유하고 있다. 3곳 증권사의 자사주 보유비중은 부국 42.7%, 신영 36.2%, 대신 29.2% 순이다. 

이들 증권사는 지난 수년 간 꾸준히 자사주를 취득해 모았다. 그 결과 부국증권은 443만764주, 신영증권은 339만7836주, 대신증권은 1483만3465주의 자사주를 가지고 있다. 

부국‧신영‧대신증권은 많은 자사주를 쌓아두고 있음에도 최근 10년 간 주주환원을 위해 자사주를 소각한 횟수가 단 한 건도 없었다. 

신영증권과 대신증권은 자사주를 일부 처분하는 공시를 올리고 있다. 다만 이는 임직원 성과보상 지급 수단으로 자사주를 활용하는 것이다.  

주요 상장 증권사 자기주식 및 PBR 현황

쌓아놓은 자사주, 인적분할 활용 옵션 막혀 

지난해 9월(보통주) 기준 부국증권은 김중건 회장이 12.22%, 동생 김중광씨가 11.79%를 가지고 있다. 친인척 및 특수관계자 지분을 모두 포함하면 총수일가가 보유 지분율은 28.53%다. 

신영증권은 원국희 전 회장이 16.18%, 원종석 현 회장이 10.71%를 보유 중이다. 친인척 및 특수관계자 지분을 더한 지분율은 28.3%다. 대신증권도 양홍석 부회장(10.19%), 어머니 이어룡 회장(2.5%)과 특수관계인 지분을 더하면 16.19%다. 

이들 증권사의 공통점은 총수일가의 지분율이 30%에 미치지 못한다는 점이다. 비록 의결권은 없지만 자사주가 1대주주인 셈이다. 신영증권과 대신증권이 꾸준히 총수일가에게 연봉의 상당부분을 자사주 상여금으로 지급하는 것도 이런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총수일가의 낮은 지분율과 대조적인 높은 자사주 비율 때문에 세 증권사는 인적분할 가능성이 점쳐지기도 했다. 인적분할을 통해 지주회사 전환 시 자사주에 신주를 배정하고, 현물출자 유상증자를 거치면 '총수일가→지주회사→신설회사'로 이어지는 연결고리가 단단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정부가 시행령을 뜯어고쳐 인적분할시 자사주에 신주를 배정하는 행위 자체를 금지하겠다고 나선 만큼 앞으로 세 증권사가 자사주를 활용할 수 있는 유력한 방법 중 하나가 막히게 된다.

신영증권 관계자는 "최근 주주환원정책 등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관련, 자사주 활용 가능성에 대한 질문이 많다"며 "다만 현재 구체적으로 자사주 처리 방향에 대해 논의한 것은 없다"고 밝혔다. 

대신증권 관계자는 "주주환원 등으로 자사주를 쓸 계획은 별도로 없다"며 "기존처럼 임직원 성과급으로 자사주를 활용해 지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냥 가지고 있다'…자사주 쌓아놓고 소각은 전무

부국‧신영‧대신증권보다는 적지만 유화증권도 자사주 비중이 총 발행주식수의 19.3%를 차지한다. 다만 이 회사는 윤경립 회장을 중심으로 총수일가 지분율(48.12%)이 50%에 육박할 정도로 지배력이 탄탄하다는 점이다. 당분간 자사주와 관련한 움직임이 나오기 쉽지 않은 구조다. 20%에 육박하는 자사주를 가지고만 있는 상황이다. 유화증권 역시 최근 10년 간 주주환원을 위해 자사주를 소각한 적이 없다. 

자사주를 가지고만 있는 회사들은 유화증권뿐만이 아니다. SK증권도 총 발행주식수의 12.4%에 달하는 자사주를 가지고 있지만 최근 10년 간 이를 소각한 일은 단 한 번도 없다. 이베스트투자증권도 총 발행주식수의 9.1%를 자사주로 보유하고 있지만 자사주 소각은 한 차례도 없었다. 

그 밖에 △키움증권(5.3%) △유진투자증권(5.2%) △DB금융투자(3.9%) △유안타증권(3.5%) △다올투자증권(2.9%)이 자사주를 보유하고 있지만 이들 증권사 역시 자사주 소각은 단 한 차례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삼성증권과 현대차증권 한양증권은 현재 자사주를 가지고 있지 않다. 삼성과 현대차증권은 과거 자사주를 취득하긴 했지만 이를 시장에 처분했고 한양증권은 단 한차례의 자사주 매입도 진행하지 않았다.저PBR 증권사, 자사주 활용 활발해질까? 

증권사들이 언제까지 자사주를 소극적으로 가지고만 있을지는 미지수다. 최근 국내 증시는 자사주 매입과 소각을 통해 주주환원을 확대하자는 분위기로 흘러가고 있기 때문이다. 

또 증권업은 대표적으로 주가순자산비율(PBR)이 낮은 종목, 즉 '저 PBR주' 가운데 하나다. 26일 기준 주식시장에 상장한 미래에셋증권‧키움증권‧삼성증권 등 19개 증권사의 평균 PBR은 0.39에 불과하다. 

이중 키움증권, 한화증권, NH투자증권, 삼성증권 4곳만이 PBR이 0.5가 넘었고 나머지 15개 증권사는 0.5 이하였다. 

주식시장에 이름을 올린 상장회사인 이상 증권사들도 주주들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최근 저PBR을 끌어올리자는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이 정부 주도로 유례없는 관심을 받고 있는 만큼 증권사 역시 주주환원정책을 확대해 주가부양에 나서야한다는 요구를 외면하긴 어렵다는 얘기다. 

앞서 키움증권은 지난해 10월 중기 주주환원정책을 내놓고 2025년까지 주주환원율을 30% 이상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자사주를 추가 취득해 소각하고 배당을 확대할 예정이다.  

키움증권 관계자는 "자사주 추가 매입 등을 통해 향후 140만주의 자사주를 전량 소각할 예정"이라며 "소각 일정은 현재 논의 중"이라고 설명했다. 

미래에셋증권은 증권사 중 유일하게 자사주를 소각한 곳이기도 하다. 최근 10년 간 미래에셋증권이 진행한 자사주 소각은 총 6번이다. 지난 2월에도 자사주 1000만주를 소각하겠다고 밝혔다. 

앞으로도 미래에셋증권은 2026년까지 주주환원을 위해 매년 자사주 1500만주 이상을 소각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6월 기준 미래에셋증권은 총 발행주식수의 22.5%를 자사주로 보유하고 있다. 다만 미래에셋증권의 자사주 물량은 1억3600만주가 넘기 때문에 약 9년간 매년 자사주를 1500만주씩 소각해야 보유한 자사주 전량을 없앨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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