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이 최근 금융당국이 추진하고 있는 '코스닥 시장의 좀비기업 퇴출' 등 제도 개선 등에 관해 "상장 폐지 제도를 바꾸는 것은 투자자 보호를 강화하기 위한 취지일 뿐 금액(매출액·시가총액 기준 상향)이 코스닥 기업에 제약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정 이사장은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2025년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기업공개(IPO) 제도 개정과 좀비기업 퇴출 등과 관련해 코스닥 시장 위축 가능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이같이 대답했다.
금융당국은 지난달 21일 'IPO 및 상장폐지 제도 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구체적으로 △IPO시 기관투자자의 의무보유확약 확대 △기관 수요예측 참여자격 강화 △주관사의 역할과 책임을 강화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또 상장폐지와 관련해서는 △시가총액과 매출액 요건 등을 단계적으로 강화하고 △상장폐지 절차를 단축해 효율성을 높인다는 것이 핵심이다.
정 이사장은 "IPO 제도 개선은 가격을 결정할 때 책임성을 강화하고 상장 이후 과도한 주가 변동성을 막자는 취지"라며 "오히려 상장기준을 충족할 경우 빠르게 상장하는 등 원칙에 맞고 신속하게 상장하는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상장 폐지와 관련해서도 여러 이해관계자의 불합리한 요구와 시위 등 때문에 원칙이 훼손돼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중복상장 논란에 관해서도 입장을 밝혔다. 정 이사장은 "국내 자본시장에 상장된 기업 수가 GDP 대비 많은 것은 사실"이라며 "그 결과 주가 상승 여력이 제약된다는 것에 대해 공감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중복상장과 관련해)투자자 보호와 상충하는 문제를 야기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기업의 자유로운 의사선택을 일괄적으로 막을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그는 "해외 어느 거래소도 공식적으로 개별 기업이 전략적 성장을 위해 물적분할한 후 재상장하는 것을 막지는 않는다"며 "투자자 보호와 관련한 문제가 없다면 기업의 자유로운 의사결정도 존중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의 구조 개편에 대한 필요성도 역설했다. 거래소는 주식시장 구조 개혁을 통한 경쟁력 강화를 위해 연구 용역을 진행하고 있다. 정 이사장은 "코스피와 코스닥, 코넥스 시장을 구조적 측면에서 개편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문제의식이 있다"며 "코스닥 시장이 투자자의 신뢰를 얻는 데 어려움이 있는 만큼 투자자의 신뢰를 회복하는 데 중점을 둘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정 이사장은 가상자산 상장지수펀드(ETF)와 관련해서도 의견을 제시했다. 그는 "외국 주요 자본시장에서 가상자산 선물, 선물 ETF, 현물 ETF까지 거래하는 시장이 있다"며 "(외국과 비교해) 너무 늦춰지지 않는 선에서 투자자 보호 방안와 함께 정책당국과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