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8일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청와대에서 열린 '자본시장 안정과 정상화 간담회'에서 정부가 자본시장 안정 대응과 함께 체질개선 방안을 내놨다. 코스닥 시장을 프리미엄군과 스탠다드군으로 나누는 승강제를 도입하고, 중복상장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등 시장 구조 개편을 비롯해 주가조작 근절 주주보호 강화까지 담은 종합 대책이다.
이날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대외충격에 대응해 최고의 경각심으로 시장안정에 총력을 기울이는 한편, 자본시장의 근본적인 체질개선을 추진해 위기에 흔들리지 않는 시장구조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코스닥 이원화 구조 도입…코넥스 활성화 시동
금융당국은 근본적인 자본시장의 체질개선을 위해 신뢰, 주주보호, 혁신, 시장 접근성 등 4대 축을 중심으로 제도 개선에 나선다. 특히 혁신기업의 성장 단계별로 맞춤형 자금지원이 이루어지도록 코스닥·코넥스 시장구조를 개편한다.
먼저 코스닥 시장은 세그먼트로 나누고 '승강제'를 운영한다는 구상이다. 현재 코스닥 시장은 성숙기업과 초기 성장기업이 혼재돼 '우량 기술주 시장'이라는 정체성이 약화된 상태다. 이에 코스닥 시장을 프리미엄과 스탠다드로 구분하는 세그먼트 구조를 도입하고 승강제를 운영한다. 시가총액과 실적 지배구조 요건을 충족한 대형 성숙기업은 프리미엄에 배치하고 일반 성장기업은 스탠다드에 편입한다. 상장폐지 우려 등 위험기업은 별도 관리군으로 분리해 운영한다.
각 세그먼트에는 차별화된 진입과 유지 요건을 적용한다. 상위 요건을 충족하면 프리미엄으로 이동하고 유지 기준을 충족하지 못할 경우 하위로 내려가는 방식이다. 단일 시장 구조에서 발생하던 평가 왜곡을 줄이고 기업 성장에 따른 단계별 이동을 유도하겠다는 취지다.
또 프리미엄 세그먼트 내 최상위 기업 중심 지수를 개발하고 연계 ETF를 도입해 기관투자자 유입 등 투자 기반 확대도 추진한다. 이를 통해 코스닥 시장의 역동성과 경쟁력을 동시에 끌어올린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 거래소 상장·공시 규정 개정을 추진하고 지수 개발과 ETF 출시를 위한 업계 협의도 올 하반기까지 진행할 계획이다.

거래소 규정 시행세칙을 개정해 맞춤형 기술특례상장 분야도 첨단로봇, K-콘텐츠, 사이버보안 등까지 확대한다. 딥테크 등 장기투자가 필요한 분야는 모태펀드 투자시 장기만기 펀드를 우대하는 방법으로 개선함으로써 모험자본 생태계도 개선한다.
시장기능이 저하되고 있는 코넥스 시장은 상장 비용 일부를 지원하고 투자펀드를 확대하는 등 활성화에 나선다. 현재 1000억원 규모의 투자가 이루어지고 있는 유관기관 코넥스 투자펀드를 확대해 시장 유동성을 제고한다. 또 코넥스 상장 지정자문인에 대해 해당 기업이 코스닥 이전상장시 상장주선인 우선권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증권사들의 지정자문인 참여 유인도 확대한다.
중복상장 원칙 금지…저PBR 기업 공개
중복상장의 경우 '원칙 금지, 예외 허용' 기조로 엄격히 심사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거래소 상장규정은 '분할 후 중복상장(쪼개기 상장)'에 대해서만 '주주보호 노력을 충실히 이행할 것'이라는 다소 추상적인 기준으로 중복상장을 규율하고 있다. 하지만 앞으로는 분할 뿐 아니라 '인수·신설한 자회사'도 실질적 지배력이 있으면 중복상장의 유형으로 심사한다. 심사를 위한 '종합적·구체적 기준'을 신설해 기준을 명확히 충족하는 예외적인 경우만 허용한다. 세부기준은 올 2분기 거래소 규정개정 과정에서 의견수렴을 통해 확정될 예정이다.
자회사 중복상장 추진시 모회사 이사회가 주주충실의무에 따라 일반주주 관점에서 영향평가 및 공시 등을 수행하도록 의무를 부과한다. 이는 상장된 모회사가 자회사를 한국거래소가 아닌 해외거래소에 상장하는 경우도 포함된다. 이와 함께 낮은 주가 방치 등 기업가치 훼손 행위를 방지한다. 이를 위해 현재 발의돼 있는 M&A시 공정가액 산정 및 외부평가 의무화를 위한 자본시장법 개정안의 신속한 입법을 지원한다.
또 업종별 저PBR(주당순자산비율) 기업 리스트를 공표하고 종목명에 태그를 표출시키도록 시스템을 개편한다. 다만 해당 기업이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통해 PBR 현황진단-목표설정-실행계획 등을 공시하는 경우 일정기간 리스트 공표 및 태그 표출을 면제한다. 재평가 기준 자산가치 공시도 도입한다. 기업이 자산가치 상승에도 자산을 시가가 아닌 원가로 계상하는 경우 회계장부상 기업가치가 저평가되는 왜곡이 발생할 수 있다.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장부가치(원가)와 공정가치의 차이를 주석공시하도록 의무화한다.
기관투자자의 적극적 경영 감시기능을 유도하는 스튜어드십코드는 제3자 점검체계를 신설해 이행 여부를 외부에서 점검하고 명단을 공개한다. 주주활동 고려요소도 기존 지배구조 중심에서 환경 사회 등 ESG 전반으로 넓히고, 적용범위도 신규 투자 대상 선정 단계까지 확대한다.
아울러 국내외 자금의 투자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국민참여형 국민성장펀드, BDC(기업성장펀드), RIA(국내시장복귀계좌) 등 장기투자형·국민체감형 신상품을 조속히 출시한다. MSCI 선진지수 편입을 위해 외환시장 24시간 개장 통합계좌 활성화 영문공시 확대 등도 추진한다. 내년 2월 예정된 토큰증권(STO) 법 시행에 맞춰 발행 유통 결제 인프라를 구축하고 디지털 투자상품 활성화를 추진한다.
주가조작 대응단 확대…회계부정 '원스트라이크 아웃'
금융당국은 공정하고 투명한 시장질서 확립을 위해 주가조작 합동대응단의 인력과 권한도 확대한다. 금융위·금감원·거래소 기관간 협력을 극대화함으로써 현재 62명인 인력을 대폭 늘리고, 통신사실확인자료 조회 권한을 부여해 조사역량을 강화한다. 금감원 특사경의 경우, 인지수사권을 부여하고 오남용 방지를 위한 공적 통제장치를 병행 도입한다.
신고 포상금도 대폭 강화한다. 지급상한을 폐지하고 부당이득과 몰수금의 최대 30%까지 포상금으로 지급한다. 내부고발 유도를 위해 가담자도 포상을 실시하고, 금융위·금감원 외 경찰 등 다른 행정기관에 신고하더라도 이첩·공유를 통해 포상금을 받을 수 있게 된다. 미공개정보이용 및 사기적부정거래의 경우에도 투자원금을 몰수할 수 있도록 올해 6월까지 자본시장법 개정을 추진한다.
같은 기간 외부감사법 개정안을 마련해 회계부정에 대한 과징금 한도를 2배로 상향하고 위반 기간 장기화 시 20~30% 가중한다. 회계부정 책임자는 상장사 임원 취업 제한을 적용한다. 지정감사를 확대하고 감사품질 관리가 부실한 회계법인에 대한 감독과 제재도 강화한다. 투자 의사결정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신용평가회사, 회계법인, 증권사리서치센터, ESG평가기관 등은 자본시장법 등 관계법규, 평가기관 가이던스와 함께 이해상충 관리 및 정보교류 차단 관련 관행을 점검하고 위규사항이 있다면 엄정 조치할 계획이다.
부실·저성과 기업의 신속한 퇴출도 본격 추진한다. 지난 2월 발표한 상장폐지 4대 요건 강화의 후속조치를 신속히 완료하고, 내년 6월까지 상장폐지 집중관리기간을 운영한다. 자율적 M&A 활성화를 통해 부실기업 등의 시장 내 구조조정도 추진한다.
M&A 제안이 있을 경우 일반주주도 그 합리성을 판단할 수 있도록 가이던스 마련 TF를 운영, 공시 가이던스를 마련한다. 또 이사회가 전체 주주의 입장에서 M&A 매수가격의 공정성 등에 대해 검토하고 찬·반 입장 등을 공시하도록 올 9월 자본시장법 개정안도 마련할 계획이다. 이사회가 지배주주 입장을 대변해 관행적으로 M&A를 적대시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다.
이 위원장은 "단기적인 시장 안정보다 더 중요한 것은 자본시장의 근본적인 체제를 바꾸는 것"이라며 "자본시장의 발전을 통해 기업의 성장과 국민 자산이 함께 커지는 선순환 시장이 우리가 만들어가야 할 대한민국 자본시장의 방향"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