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달러 환율이 1500원선을 돌파하며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이번 환율 급등을 외환위기급 구조적 위험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진단이 나온다.
지난 31일 원·달러 환율은 1530원을 넘어서며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장중 1535.9원까지 치솟으며 2009년 3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장중 1530원을 넘어선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7년 만이다. 1일 오전 8시30분 기준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7.00원 내린 1510.50원을 기록 중이다.
이번 환율 상승은 여러 요인이 겹친 결과다. 중동 전쟁이 길어질 수 있다는 불안이 커지면서 안전자산인 달러로 자금이 몰렸고 국제유가 상승으로 물가 압력이 다시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더해졌다. 이 과정에서 미국의 금리 인하 시점이 늦어질 수 있다는 전망까지 겹치며 달러 강세가 이어졌다. 여기에 한국은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만큼 원유 공급 차질 우려가 반영됐고 외국인 투자자들이 국내 주식을 대거 팔면서 환율 상승 압력이 더 커졌다.
원화 약세가 특히 두드러졌다는 점도 특징이다. 김유미 키움증권 연구원은 "중동 전쟁이 시작된 2월 말 이후 주요 통화의 변동률을 보면 달러는 약 3% 상승한 반면 원화 가치는 5% 넘게 하락했다"며 "대만달러와 엔화가 2% 내외 하락에 그친 점을 고려하면 원화 낙폭이 상대적으로 두드러진다"고 설명했다. 단순한 달러 강세를 넘어 국내 경기와 펀더멘털에 대한 우려가 일부 반영됐다는 해석이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현재 환율 수준을 위기 상황으로 보지는 않는다. 과거 환율이 1500원을 넘었던 시기는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금융위기 두 차례에 불과하다. 당시에는 외환보유고 고갈이나 글로벌 신용경색 등 구조적인 위기가 동반됐지만 현재는 상황이 다르다는 평가다.
전규연 하나증권 연구원은 "현재 한국의 CDS(신용부도스와프) 프리미엄, 대외부채 등 건전성 지표는 안정적인 상황"이라며 "1500원대 환율을 구조적 위기로 인식하기보다는 전쟁 이후 얼마나 상승했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김유미 연구원도 "경상수지는 흑자를 유지하고 대외순자산 역시 흑자를 기록하고 있어 과거 외환위기 당시와 같은 외화 유동성 부족 상황과는 다르다"며 "정책적으로 유동성을 공급할 수 있는 여력이 존재한다는 점에서 달러 유동성 경색 가능성도 제한적"이라고 진단했다.
앞으로 환율은 단기 변동성은 이어질 수 있지만 방향 자체는 점차 안정 쪽으로 기울 것이라는 전망이다.
환율 안정 요인으로는 외국인 자금 흐름 변화가 먼저 꼽힌다. 최근 환율 상승에는 외국인의 대규모 주식 매도가 영향을 줬는데 증시가 안정되면 이 흐름도 되돌려질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4월부터 단계적으로 진행되는 한국 국고채의 글로벌 채권지수(WGBI) 편입도 달러 유입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김 연구원은 지정학적 리스크가 완화될 경우 환율 상단이 제한될 것으로 봤다. 그는 "환율이 2008년 고점인 1570원을 넘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며 "2분기에는 1400원대로 내려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쟁 이슈가 완화되면 달러 흐름도 달라질 수 있다. 현재 미국은 연내 금리 인하 기대가 유지되는 반면 유럽과 일본은 물가 상승을 경계하며 긴축 기조를 이어갈 가능성이 있어 주요국 금리 격차가 줄어들 수 있다. 이는 달러 강세를 완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전 연구원은 "전쟁 이슈가 완화된 이후 달러는 연준 금리 인하 기대에 발맞춰 완만하게 하락할 것"이라며 "원·달러 환율도 큰 틀에서 미 달러의 전개 방향에 연동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