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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 벽을 넘다]②예능 따라 여행간다

  • 2014.01.14(화) 09:30

응사, 꽃보다 할배 등 성공법칙 입증
콘텐츠 국내 검증후 해외진출 이어져

지난해 공직에서 정년 퇴임한 김은구(가명)씨는 TV를 보다가 불연듯 아내와 함께 대만으로 자유여행을 떠나기로 결심했다. 인천국제공항에서 새벽 1시15분에 떠나는 비행기를 타고 새벽 3시(현지시간) 타이페이에 도착해 출국수속을 마치고 공항을 빠져나오자 새벽 3시45분. 1시간여쯤 기다려 대중교통을 타고 시내로 이동, 아침식사를 마치고 김씨 일행이 타이페이 시내에서 둘러본 곳은 고궁박물관, 중정기념당, 위런마터우, 타이베이101빌딩 등 '꽃보다 할배'에서 나왔던 장소들이다. 

 

tvN 방송프로그램 '꽃보다 할배'가 인기를 끌자 대만 여행 수요가 급증했다. 하나투어에 따르면 지난해 9월 출발 대만 여행수요가 5000여명으로 전년동기 대비 90%, 10월에는 143% 증가했다. 이는 휴가철인 7, 8월에 각각 전년동기 대비 23%, 33% 증가했던 것과 비교하면 이례적이다.

 

'꽃보다 누나'의 촬영 무대인 동유럽 여행상품도 없어서 못 팔 정도였다. CJ오쇼핑이 지난해 12월 판매한 크로아티아와 아드리해 인근 발칸반도 5개국 여행상품은 당초 목표보다 20% 높은 매출고를 올렸다. 터키일주 여행상품도 기대보다 40% 이상 더 팔렸다. GS홈쇼핑도 마찬가지다. 크로아티아 7박9일 패키지를 목표대비 140% 넘게 판매했다.

 

해외 여행을 주제로 한 예능프로그램의 인기로 여행상품이 히트를 친 창조경제 현상이다.

 

◇콘텐츠 힘입어 파생상품 재등장

 

드라마 응답하라 1994(이하 응사)에 등장했던 1990년대 패션도 다시 인기를 끌고 있다.

 

이마트에 따르면 1990년대 인기를 끌었던 힙합 패션 브랜드 보이런던이 최근 다시 이마트몰에 입점했다. 보이런던은 서태지와 아이들 4집 발매 당시 이주노가 착용하면서 젊은이들 사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아이템이다. 특히 응사 방영 이후 최근의 유명 아이돌까지 이 패션을 입으면서 갑자기 매출이 10배 이상 늘었다.

 

이마트 관계자는 "이달초부터 비키, 베스띠벨리, 체이스컬트 등 1990년대 인기를 끌었던 패션 브랜드를 모아 추억의 브랜드 모음전을 진행하고 있다"면서 "초반 매출이 일반 의류 기획전의 2배를 넘어섰다"고 밝혔다.

 

뚜레쥬르와 빕스는 응사를 모티브로 한 '뚜레쥬르 추억의 빵' 시리즈와 '응답하라 스테이크'를 출시했다. 특히 1990년대는 국내 패밀리 레스토랑의 태동기로 당시 연인들의 데이트 및 가족모임 장소로 유명했다.

 

현대백화점 천호점도 최근 '응답하라 7080 체험전'을 진행했다. 마징가 제트, 검정 고무신, 베르사유의 장미 등 80∼90년대 인기 만화를 상영하는 극장을 비롯해 너구리·갤로그 등 오락실 인기 게임, 추억의 가요를 들을 수 있는 다방 등으로 구성했다. 고객 통로는 80년대 거리로 조성해 과거로 돌아간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도록 꾸몄다. 콘텐츠 제작이 가져온 경제효과에 힘입어 관련업계 매출도 증가한 셈이다.

 

 

◇콘텐츠 이끌고 세계로

 

콘텐츠의 성공법칙이 입증되자 정부도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

 

미래창조과학부, 방송통신위원회,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해 12월 공동정책 발표를 통해 "방송산업 발전으로 방통융합 및 ICT산업의 발전을 촉진하고 나아가 문화, 관광, 제조, 유통업까지 연계 발전하는 창조적 생태계를 구축시키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를 위한 구체적 전략으로 기존 방송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방송규제 혁신 및 방송콘텐츠 시장 활성화를 추진할 방침이다"면서 "새로운 시장 창출을 위해 기술 발전을 적극 수용하고 글로벌시장 진출도 확대키로 했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방송시장 규모가 지난해 13조2000억원 규모에서 오는 2017년 19조원으로 성장하고, 고용규모도 3만4000명에서 4만4000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기대했다. 방송콘텐츠 수출은 지난해 2억4000만 달러에서 2017년 4억 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실제로 응사, 꽃보다 할배 등의 화제작을 낳은 CJ E&M은 올해 글로벌 사업 매출 비중을 전체 매출의 15%까지 끌어올리기로 했다. CJ E&M이 해외 매출 비중을 확대한 배경에는 포화 상태인 국내시장에선 새로운 수익모델을 찾는 게 쉽지 않다는 현실 진단과 함께 최근 해외에 선보인 콘텐츠가 좋은 성적을 얻고 있다는 평가 때문이다.

 

CJ E&M이 중국 시장을 겨냥해 자체 기획하고 투자한 영화 '이별계약'은 현지개봉 이후 5주 동안 약 2억 위안(약 370억 원)의 박스오피스 기록을 세웠다. 방송에선 오디션 프로그램 슈퍼스타K를 중국판으로 선보여 시청률 1%를 넘겼고, 올해는 꽃보다 할배의 중국버전을 제작키로 했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관계자는 "방송산업 발전은 산업 전체적으로 2013∼2017년중 약 12조원의 생산유발효과를 발생시킬 전망"이라면서 "고용 측면에서는 산업 전체에 3만7000명의 순증 고용 유발효과를 낼 것이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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