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 모두의 힘이 하나가 돼 법원도 이기고 국민연금도 이겼다. 저희에게 소중한 의결권을 위임해주신 가수 조용필 선생님을 비롯한 주주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
한미그룹 오너일가 장남인 임종윤 코리그룹 회장은 28일 제51기 정기주주총회가 끝난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승리의 미소를 지으며 이같이 말했다. 이날 주총에서는 한미그룹과 OCI 통합을 추진하던 송영숙 한미사이언스 회장 측 인사들이 모두 이사 선임에 실패하고 임종윤 측 후보 5명이 이사회 진입에 성공했다.
임 회장은 "주총 결과에 첫 번째로 떠오른 생각은 '네버 어게인(never again)'이다. 더 이상 이런 상황은 없었으면 좋겠다"면서 "주주란 주인이다. 저 역시 한미사이언스의 주주이고 사원이자 주인"이라고 운을 뗐다.
한미그룹과 OCI의 통합을 추진하던 송영숙 측의 우호지분은 40.85%, 통합을 반대하는 임종윤 형제 측의 우호지분은 38.40%였다. 이날 주총에 참석한 소액주주들은 임종윤을 지지하는 분위기가 우세했다. 그 결과 임주현 부회장을 포함한 한미사이언스 이사회 추천 이사후보 6명은 출석한 주주 의결권이 보통결의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부결됐고 주주제안 후보자인 임종윤·종훈 형제를 포함한 5명이 신임 이사로 선임됐다.
임 회장은 "기업들에게 고객이 가장 중요하지만 어떻게 보면 고객보다 주주가 더 중요하다"며 "고객은 제품을 사지만 주주는 제품이 아니라 믿음 하나로 주식을 산다"고 했다.
이어 "우리 한미사이언스 주주라는 원팀이 마지막까지 힘을 합쳐 법원과 국민연금을 전부 다 이겼다"면서 "모두의 힘으로 이겼다는 게 큰 위안이 되고 주주들이 자랑스럽지만 이런 일이 또 생기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또 "소액주주라는 단어는 쓰지 않겠다. 주주는 그냥 주주다"라며 "저희에게 의결권을 위임해주신 조용필 선생님께 소중한 한 표 주셔서 감사하다고 전하고 싶고 절대적인 키맨이시자 우리를 믿어주신 신동국 회장님께도 감사드린다"고 덧붙였다.
임 회장은 이번 주총에서 승리하긴 했지만 가족, 임직원들과 함께 한미그룹을 이끌어가고 싶다는 입장도 밝혔다. 그는 "어머니, 여동생은 이번 계기로 많이 실망하셨을 수도 있는데 저는 같이 가기를 원한다"며 "회사가 시총 50조원 티어에 진입하기 위해 할 일이 많은 만큼 이전에 나갔던 분들도 다시 돌아왔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자리에 함께한 임종훈 전 한미약품 사장도 "한미의 역사가 여기서 끝이 아니다. 앞으로 가족들이 다같이 얘기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 것"이라며 "회사 발전을 위해 집중하고 커가는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말을 보탰다.
앞서 한미그룹은 지난 25일 임종윤·종훈 형제를 한미약품 사장에서 해임한 바 있다. 이번 주총으로 한미사이언스 이사회 이사진에 임종윤 측근들이 포진하면서 임 형제 모두 한미사이언스와 한미약품 임원으로 복귀할 가능성이 크다.
임 회장은 "그동안 언급했던 한미 미래 전략은 실없는 얘기가 아니라 정식으로 팀을 꾸려서 이뤄나갈 것"이라며 "자유롭게 일할 수 있고 동시에 자유롭게 배울 수 있는 회사로 만들어 한미라는 브랜드를 다시 일으켜세우겠다. 주주환원 정책도 다 생각해뒀다"고 했다.
끝으로 "주주 표결을 수집하기 위해 낮밤 가리지 않고 고생을 많이 한 가족같은 분들께도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다"면서 "책임감 있게 회사를 이끌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