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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한양행 밸류업 '자사주 매입' 최선의 방법은

  • 2025.03.15(토) 08:00

소액주주, 자사주 신탁계약 해지 요구
공매도 등에 자사주 활용 의혹
유한양행 "사실 아냐…소통 늘릴 것"

유한양행이 자사주 매입방법을 두고 일부 소액주주들과 견해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유한양행은 현재 금융회사를 통해 자사주를 간접 매입하고 있는데 소액주주들은 이 과정에서 주가 변동성이 커질 수 있는 만큼 이를 직접 취득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주주들은 계약해지를 관철하기 위해 주주행동도 불사한다는 입장이다.

밸류업 원년으로

15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유한양행은 올해부터 기업가치 제고(밸류업) 프로그램을 시행한다. 자사주 소각과 현금배당 증액을 통해 향후 3년(2025년~2027년)간 30% 이상의 주주환원율을 유지하는 것이 골자다.

유한양행은 이 기간 동안 발행주식 수의 1%에 해당하는 자기주식 80만2090주(보통주)를 소각할 예정이다. 지난 13일 종가 기준으로 소각금액은 1000억원에 육박(965억원)한다.

유한양행은 지난 2000년부터 현재까지 25년간 자기주식 총 641만8129주(발행주식 대비 8.0%)를 매입했다. 하지만 한 번도 소각한 적이 없다. 자사주 소각은 이번이 처음이다.

아울러 유한양행은 2027년까지 현금배당(주당배당금) 규모를 2024년 대비 30% 이상 늘릴 계획이다. 지난해 보통주 기준 주당배당금은 450원, 배당총액은 360억원이다. 2027년에는 이 금액을 각각 585원, 469억원 이상으로 확대한다는 의미다.

이러한 주주환원책에 대한 주주들의 반응은 엇갈린다. 특히 최근 주가하락에 불만을 가진 일부 소액주주들은 보다 적극적인 주가부양을 요구하며 주주행동에 나설 채비를 하고 있다. 이들은 소액주주 플랫폼 '액트'에 결집했고 지난 14일 주주대표자 선출까지 마쳤다.

유한양행은 지난해 8월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렉라자'가 미국 식품의약품(FDA) 허가를 받으며 주가가 급등했다가 대사질환 치료제 기술반환 이슈 등에 주춤한 상황이다. 13일 종가 기준 주가는 지난해 고점(2024년 10월 15일) 대비 35.9% 내린 12만400원 수준이다.

자사주 신탁계약 뭐길래

액트에 모인 일부 주주들이 내건 요구사안은 유한양행이 금융회사(신한은행)와 맺은 '자사주 취득 신탁계약'을 해지하라는 것이다. 유한양행은 자사주를 처음 매입한 2000년부터 현재까지 다른 회사들과 마찬가지로 자사주를 직접 취득하지 않고 금융회사를 통해 간접 매입해 왔다.

자사주 신탁계약은 상장사가 신탁업자에 돈을 맡기고 자사주 매입업무를 위탁하는 것이다. 대부분 기업은 자사주를 사들일 때 직접 취득보다 공시의무 등의 제약이 적은 신탁계약 방식의 간접 취득을 선호하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자사주 취득을 결정한 코스피 상장사 중 약 60%가 신탁계약을 선택했다.

문제는 직접취득과 달리 신탁취득은 제도상 신탁업자가 계약기간 동안 자사주를 매입할 뿐만 아니라 처분해 이익을 실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신탁 계약 기간 내에 자사주를 매입하지 않아도 별다른 제재를 받지 않는다. 

유한양행 일부 주주들은 최근 렉라자의 미국, 영국 허가 등의 호재에도 회사 주가가 기지개를 못 켜는 원인을 이 때문으로 보고 있다. 신탁계약을 맺은 금융회사가 자사주를 매각하거나 공매도 등의 거래에 활용하면서 주가 변동성을 키웠다는 주장이다.

유한양행이 지난 1월 자사의 홈페이지에 신탁 중인 자사주가 불법 공매도 및 대차거래에 이용되고 있다는 것이 사실이 아니라는 안내문을 발표했다./사진=유한양행

이에 대해 유한양행은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신탁업자가 자의적으로 자사주를 활용할 수 없으며 회사가 매각을 지시한 적도 없다는 것이다. 실제 유한양행은 2000년부터 진행한 총 11번의 자사주 신탁계약에서 매입 이행률이 평균 99.0%에 달한다. 자사주 매입이 예정대로 이뤄졌다는 의미다.

유한양행 측은 신탁계약 해지는 이사회 결의가 필요한 사안으로 아직 이와 관련해 결정된 내용은 없다고 밝혔다. 유한양행이 현재 맺고 있는 자사주 신탁계약 기간은 올해 7월 말까지다.

이 가운데 지난해 12월부터 자사주 신탁계약의 투명성을 제고한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계약해지 여부와 무관하게 이 같은 갈등도 차츰 해소될 것으로 기대된다.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12월 신탁업자가 자사주를 처분하면 회사가 처분목적과 예상되는 주식가치 희석효과 등을 공시하도록 한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안을 의결했다. 신탁업자에게 자사주 처분 공시의무를 부과해 투자자 보호를 강화하기 위한 목적이다.

유한양행 관계자는 "주주들과 소통을 늘려야 한다는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며 "소통창구를 늘리는 등 다양한 방법을 고민하고 실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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