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항생제 제조 및 판매 중단이 잇따르고 있다. 수익성이 낮은데다 항생제 제조 규제가 강화된 영향이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종근당은 내달 30일을 마지막으로 항생제 '종근당세푸록심나트륨'의 생산 및 공급을 중단한다. 종근당은 공급중단 사유에 대해 '판매부진으로 인한 재고부담 및 수익성 악화 지속'이라고 밝혔다.
세파·페니실린 등 항생제 생산·공급 중단 속출
종근당뿐만 아니라 '세푸록심' 동일 성분 항생제의 제조·판매를 중단한 제약사들이 속출하고 있다. 종근당 품목은 식약처의 생산·수입·공급중단 보고 대상의약품이라 공급중단 사안이 외부에 공개됐으나 드러나지 않은 사례도 많다.
휴온스와 대화제약 등 일부 제약사들은 지난해 관련 생산실적이 아예 없어 사실상 '세푸록심' 성분의 항생제 공급을 중단한 상태다.
유한양행도 지난 2월 항생제 '유한세파졸린주사'의 마지막 물량을 제조하고 생산을 끝냈다. 해당 항생제는 7월부터 공급이 중단될 예정이다.
공급을 중단한 종근당과 유한양행의 두 품목은 최초 항생제 페니실린 다음으로 발견된 '세팔로스포린계(세파계) 항생제'다. 세팔로스포린계 항생제는 항균범위와 특징에 따라 1~5세대로 나뉘며 인플루엔자, 폐렴, 인후두염, 편도염, 기관지염 등에 광범위하게 사용된다.
국내 허가를 받은 세팔로스포린계 항생제는 총 397개 품목으로, 69개는 유효기간 만료, 39개는 품목허가 취하로 생산·공급이 중단됐다. 전체 품목 중 공급중단된 비중이 27%에 달한다.
항생제 공급중단 사태는 비단 세팔로스포린계만이 아니다. 세팔로스포린계와 함께 많이 사용되는 페니실린계 항생제인 '아목시실린' 성분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삼진제약은 지난 2월 식약처에 '폭소린주사 500mg'의 공급중단을 보고했다. 국내 품목허가를 받은 아목시실린 성분 항생제 총 552개 중 약 26.4%가 시장에서 철수했다. 105개는 유효기간 만료, 41개는 품목허가 취하로 더이상 공급 및 생산되지 않고 있다.
낮은 수익성·제조 규제 강화 등 이유
제약사들이 항생제 공급을 중단하는 이유로 먼저 낮은 수익성을 꼽을 수 있다. 종근당세푸록심나트륨의 생산실적은 2022년 3억9000만원, 2023년 3억3000만원, 2024년 2억6000만원으로 매년 감소 추세다. 또 유한세파졸린주사의 지난해 생산실적은 21억원에 불과하고 삼진제약 폭소린주사 500mg의 2023년 생산실적은 3900만원에 그쳤다.

항생제의 수익성이 낮은 건 항생제 종류가 워낙 많아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이다. 항생제는 크게 △페니실린 △세팔로스포린 △카바페넴 △반코마이신 △글리코펩티드 등으로 나뉜다. 이들 계열 중 가장 많이 사용되는 페니실린과 세팔로스포린만 해도 각각 하위 성분이 수십개에 달한다.
항생제는 남용시 내성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장기 처방이 제한된다. 세균 감염에 따라 짧게는 3일, 길어도 14일에 한해 단기간 치료가 이뤄진다. 원가 마진율은 낮은데 한 번에 많이 팔 수 있는 구조가 아니어서 '박리다매'가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생산 관리 기준이 엄격해진 것도 영향을 미쳤다. 식약처는 지난 2023년 12월 28일 '의약품 제조 및 품질관리에 관한 규정'을 개정하면서 주사제 등 무균의약품 오염관리 기준을 강화했다. 항생제는 무균의약품에 해당한다. 이번 개정안에 따라 무균 완제의약품의 경우 2년, 무균 원료의약품은 3년간 시행이 유예됐다. 무균 완제의약품은 오는 12월 말부터, 무균 원료의약품은 내년 12월 말부터 강화된 오염관리 기준에 따라 제조해야 한다.
대부분 제약사들의 생산시설은 노후돼 해당 기준에 맞추기 위해서는 최신 설비를 갖추기 위한 투자가 불가피하다. 또한 신설비 투자에 최소 수십억에서 최대 수백억원이 필요하다. 제약사들은 항생제 연간 생산실적에 비해 과도한 투자비용을 투입해야 하는 상황에 맞닥들이면서 항생제 공급을 아예 포기하게 된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항생제는 예전부터 치열한 경쟁과 낮은 약가로 수익성이 거의 없고 오히려 적자를 내는 품목인데 필수의약품에 해당돼 간신히 공급을 이어왔다"며 "제조 규제 시행일까지 앞으로 더 많은 항생제 품목들이 시장에서 철수할 것으로 보이나 동일 계열 항생제 품목들이 워낙 많기 때문에 환자 치료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