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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人워치] 제약사 보령이 '우주'에 간 이유는

  • 2025.04.20(일) 08:00

임동주 전략투자본부 본부장 인터뷰
HIS 챌린지 통해 우주의학 기술투자
美 파트너사와 민간 우주정거장 개발

임동주 보령 전략투자본부 본부장 겸 브랙스스페이스 대표는 16일 서울 종로 보령홀딩스 본사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인류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일까 하는 고민에서 우주라는 환경을 보게 됐다"며 "머크, 일라이릴리 등 글로벌 제약사가 미세 중력 환경에서 신약을 개발한 사례를 보며 상업적인 잠재력 또한 크다는 것을 발견했다"고 말했다./그래픽=비즈워치

미국의 록히드마틴, 유럽의 에어버스, 일본의 미쓰비시상사

각기 다른 산업을 대표하는 이들 글로벌 기업을 묶는 공통점이 하나 있다. 바로 '민간 우주산업' 선점 경쟁에 뛰어들었다는 것. 2030년 국제우주정거장(ISS)이 퇴역하면 민간 우주정거장이 지구 저궤도에 들어선다. 록히드마틴 등은 현재 ISS를 대체할 스타랩, 오비탈 리프 등의 민간 우주정거장 협력체에 참여하고 있다. 

이러한 개발 경쟁에서 가장 앞서 있다는 평가를 받는 곳은 미국의 우주개발 기업인 '엑시엄스페이스'다. 엑시엄스페이스는 오는 2027년 민간 우주정거장에 사용할 에너지 모듈을 ISS에 부착(도킹)한다. 이어 2028년 승무원이 거주할 수 있는 모듈을 추가로 보내 ISS와 분리된 독자적인 우주정거장을 조립할 계획이다.

우리에게 제산제 '겔포스'로 잘 알려진 제약사 보령은 엑시엄스페이스와 함께 민간 우주정거장 개발에 뛰어든 유일한 국내기업이다. 지난 2022년 지분투자로 연을 맺은 이후 보령은 엑시엄스페이스의 이사회에 진입했다. 이어 지난해 아시아태평양 사업을 총괄하는 국내 합작사인 브랙스스페이스를 설립했다.

지난 16일 서울 종로 보령홀딩스 본사에서 임동주 전략투자본부 본부장 겸 브랙스스페이스 대표를 만났다. 임 대표는 2021년 보령에 합류해 김정균 대표와 함께 그룹의 우주산업을 개척하고 있다. 

임동주 본부장은 "제약회사로서 환자들에게 약을 공급했던 것처럼 인류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일까 하는 고민에서 우주라는 환경을 보게 됐다"며 "우주에 사람이 갔을 때 발생할 수 있는 문제와 이에 대한 해결책을 찾기 위해 2022년 '휴먼스인스페이스(HIS)'라는 경진대회를 처음 시작했다"고 말했다.

임 본부장은 이어 "경진대회에서 나온 아이디어를 우주에서 연구하기 위한 공간이 필요했고 자연스럽게 엑시엄스페이스와 협력하게 됐다"며 "이 과정에서 머크, 일라이릴리 등 글로벌 제약사들이 미세 중력 환경에서 신약을 개발한 사례를 보면서 상업적인 잠재력 또한 크다는 것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3년간의 숨 가쁜 행보

보령은 우주산업이 가진 무수한 가능성 중 '우주의학'에서 성장 기회를 찾고 있다. 우주의학은 크게 두 가지 영역으로 이뤄져 있다. 하나는 우주에 체류하는 우주인의 건강을 보호 및 관리하는 것, 다른 하나는 우주 환경을 활용해 지구인의 질병 치료에 사용할 수 있는 신약 등을 개발하는 영역이다.

보령은 이 두 문제를 풀기 위해 2022년부터 매년 미 NASA(항공우주국)과 함께 HIS 챌린지를 개최하고 있다. 일종의 우주의학 경진대회다. 보령은 수상팀이 아이디어를 현실화할 수 있도록 지분투자뿐만 아니라 우주실험 펀딩을 지원한다.

지난해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린 제3회 HIS 챌린지 결선 현장에서 심사위원들이 참가팀의 발표를 평가하고 있다./사진=보령

가장 기억에 남는 참가팀을 묻는 질문에 임 본부장은 제2회 HIS 수상팀인 미국의 바이오기업 '람다비전'을 꼽았다. 람다비전은 시력을 잃은 환자에게 이식하는 인공망막을 만드는 기업이다. 인공망막은 단백질을 층층이 쌓아 만드는 제조방식상 중력이 거의 작용하지 않는 우주에서 보다 정밀하게 제조할 수 있다.

임 본부장은 "지구에서 인공망막을 만들면 광수용체 단백질 세포가 죽는 등의 문제가 발생해 우주에서 연구가 필요한 상황"이라며 "인류에게 필요한 것을 제공한다는 우리의 비전과 맞닿아 지분을 투자했으며 펀드레이징(모금)이 성공적으로 이뤄져 현재까지 잘 운영되고 있다"고 말했다.

보령은 이러한 아이디어를 실제 우주환경에서 연구하고 발전시킬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지난 2022년 엑시엄스페이스와 손잡았다. 이어 지난해 엑시엄이 건설할 민간 우주정거장의 아시아태평양 사업권을 독점 보유하는 합작사 브랙스스페이스를 세웠다.

보령이 여러 민간우주장 컨소시엄 중 엑시엄스페이스와 협력하기로 한 이유는 명료했다. 엑시엄스페이스가 미 NASA와 협력해 ISS가 20년 넘게 쌓아온 유·무형의 연구자산 등을 인계받을 수 있는 유일한 기업이기 때문이다. 

임 본부장은 "NASA가 지금까지 ISS에서 수행했던 여러 가지 실험이나 자산, 즉 헤리티지(유산)을 얼마큼 인계받을 수 있느냐가 우리에게 가장 중요했다"며 "엑시엄스페이스는 ISS에 모듈을 도킹해 이를 승계받을 수 있는 유일한 기업이다. 저희 입장에서는 가장 확실한 '베팅(투자)'이었다"고 밝혔다.

"돈이 됩니까?"

보령이 우주산업에 진출한 이후 줄곧 따라붙는 질문이 몇 개 있다. 이 중 하나는 '과연 돈이 되느냐'는 것이다. 다음으로 많이 나오는 질문은 '왜 정부가 해야 할 일을 기업이 하느냐'다. 임 본부장은 이러한 질문들을 받을 때마다 "더 적극적으로 소통해야겠다"는 책임감을 느낀다.

그는 "매년 HIS 챌린지를 개최하는 데 10억원 미만의 비용이 든다. 심지어 이는 모두 스타트업 투자에 쓰인다"며 "지분을 투자한 엑시엄스페이스는 우주정거장이라는 하드웨어를 만들고 우리는 이 자산을 일부 소유하며 사업에 활용한다. 투자 리스크가 크다고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러한 의구심이 반복적으로 나오는 배경에는 아직까지 한국에서 우주가 낯설고 생소한 분야인 점도 자리하고 있다. 우주항공 정책을 주관하는 정부기관인 우주항공청은 지난해에야 설립됐다. 중국(CNSA)보다 약 30년, 일본(JAXA)보다 20년 뒤늦은 출발이다.

임 본부장은 우주항공청 설립 자문위원으로 6개월간 활동하며 정책 관계자들을 만날 때마다 우주의학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우주의학이야 말로 인공위성, 우주발사체 등과 비교해 한국이 선진국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진 영역이라고 봤기 때문이다.

임 본부장은 "한국이 선진국과 협력하기 위해서는 우리가 내세울 수 있는 카드가 있어야 한다. 그게 바로 우주의학"이라며 "우주의학은 잠재력이 크고 어느 한 국가가 홀로 할 수 있는 분야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우주의학의 발전을 위해 정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지만 현실적으로 쉬운 일이 아니다"며 "보령이 어느 정도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이 분야의 중요성을 표면 위로 끌어올리면 정부와 함께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그에게 우주산업에 진출해 이루고자 하는 중장기 비전을 물었다. 그는 사업을 추진할수록 이 안에 담긴 의미를 새롭게 발견하며 이를 따라 목표도 커져 갔다고 답했다.

임동주 본부장은 "김정균 대표를 만나 그의 비전을 들으며 의미 있는 일을 현실화시키고 싶다는 마음으로 이 일을 시작했다"며 "반도체 분야에서 대만의 TSMC가 대체 불가능한 존재가 된 것처럼 우주의학 연구가 필요한 국가들이 반드시 우리나라 그리고, 보령을 찾게 만들고 싶은 비전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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