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분양시장이 초여름 뙤약볕처럼 뜨겁다. 건설사들은 인기 있는 택지지구나 재개발·재건축 아파트 뿐 아니라 땅을 확보해두고도 시장 형편 때문에 묵혀뒀던 물량까지 시장에 쏟아내고 있다. 수요자들은 옥석가리기에 여념이 없다. 돈 될만한 아파트는 경쟁률이 '수백대 1'에 달하지만 그렇지 않은 곳은 미분양 물량도 나오고 있다. 과거 어느 때보다도 역동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는 요즘 분양시장의 속살을 들여다 봤다. [편집자]
“우리 상품을 알리고 수요자들의 관심을 끌어서 청약통장을 쓰도록 하는 게 목표죠. 모델하우스 오픈 일정이 잡히면 본격적으로 준비에 들어갑니다. 오픈 한 달 전부터 정해진 퇴근시간은 없어요. 야근이 일상이죠. 홍보활동을 통해서 좋은 청약 성적을 거두고 계약을 완료했을 때의 뿌듯함, 그걸로 버팁니다.”(송희용 킨텍스 꿈에그린 분양소장)
건설사들이 주택사업을 확대하면서 신규 분양을 늘리자 실무를 담당하는 분양소장들의 발걸음도 바빠지고 있다. 아파트가 들어서는 지역의 시장 분석부터 사전 홍보와 모델하우스 개관, 청약, 계약까지 마무리하려면 족히 반년은 걸린다.
지난 달 29일 모델하우스를 개관한 경기 고양시 일산 '킨텍스 꿈에그린'을 맡고 있는 송희용 분양소장도 3월부터 바쁜 나날을 보냈다. 지난주 4만명이 넘는 인파가 몰린 모델하우스 현장을 진두지휘했다. 이 단지는 수요자들의 높은 관심을 받은 만큼 평균 청약 경쟁률 2.84대 1을 기록하며 전 가구가 1순위(4일)에서 마감했다. 송희용 소장의 지난 두 달을 돌아봤다.
◇ 모델하우스 오픈 D-60
분양에 앞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지역 주민들에게 사업에 대해 알리는 홍보활동이다. 사업 설명회 등 각종 행사를 통해 분위기를 띄우고, 주민들의 관심을 높이는 것이 청약 성공의 지름길이기 때문이다.
한화건설은 모델하우스 개관 두 달 전부터 일산 주엽역 근처에 100평 규모의 임시 사무실을 열고, 50여명의 인력을 동원해 홍보활동을 시작했다. 임시 사무실에선 단지의 규모와 입지 등을 알려주는 소규모 설명회를 두 달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열었다. 이 설명회에만 6000여명이 다녀갔다. 이외에도 자전거에 ‘킨텍스 꿈에그린’ 깃발을 꽂고 일산의 랜드마크 중 하나인 호수공원을 돌며 시민들의 눈길을 사로잡기도 했다.
◇ 모델하우스 오픈 D-30
한 달 전부터는 타깃층을 명확히 해 홍보에 집중한다. 일산지역의 청약통장 수를 파악하는 것은 기본, 일산 밖으로 이사가는 것을 기피하는 지역주민들의 특성에 초점을 맞췄다. 대규모 사업설명회를 열어 시민들을 한 자리에 모아 일산 안에 새 아파트가 들어선다는 점을 강조했다.
송 소장은 “일산 시민들은 정주성이 강해 이 지역 내에서만 이사를 다닌다는 특징이 있다”며 “이를 공략하려고 신문에 공고를 내 킨텍스에서 대규모 사업설명회를 열었다”고 말했다.
주말에는 일산의 대형 교회와 성당 등을 방문해 홍보활동을 펼쳤다. 새로운 이야기가 빠르게 퍼지는 교회의 분위기를 이용한 것. 송 소장은 “교회 앞에서 전단지를 나눠주며 홍보를 하면 처음엔 한 사람이 왔다가 나중엔 두세 사람이 함께 찾아와 관심을 나타낸다”며 “어느샌가 주민들이 우리 단지에 대한 얘기를 나누는 걸 듣고 효과를 실감했다”고 말했다.
◇ 모델하우스 오픈 D-10
모집공고일과 모델하우스 개관일이 잡히면 구체적인 개관 준비에 들어간다. 분양 상담을 맡아줄 상담사와 단지 및 유니트에 대한 설명을 돕는 도우미, 관람객들의 출입을 통제하고 안전관리를 할 경호원 등 지원 인력을 구성한다. 주차장 아르바이트생 등 총 지원 인력만 150명 정도다. 이와 함께 청약일정과 분양공고문 등이 담긴 안내서 등 홍보 책자를 준비한다.
이제는 모델하우스 개관일에 대한 본격적인 알림 활동을 시작한다. 개관일 및 특별공급, 청약일정 등 구체적인 정보가 담긴 전단지와 함께 플래카드를 지역 곳곳에 설치한다. 일반 관람객에게 모델하우스를 공개하기 전 드림패밀리(사전 등록) 회원에게 미리 유니트를 볼 수 있도록 하는 혜택을 제공한다.
◇ 모델하우스 오픈 D-1
모든 대외 홍보활동은 끝났다. 이제 관람객을 맞이할 준비에 집중한다. 홍보 책자 등의 인쇄 상태를 다시 한 번 확인하고, 관람객을 위한 다양한 서비스도 준비한다. 대기자들이 많을 것으로 예상해 물과 아이스크림 등을 준비했고 지루하지 않게 현악 3중주 연주도 마련했다. 이와 함께 모델하우스 안전 점검, 유니트별 하자여부 및 영상 확인, 관람객에게 제공할 선물 등도 꼼꼼히 챙긴다. 마지막으로 관람객 입장 시 동선을 체크하며 리허설도 한다.
◇ 모델하우스 오픈일
▲ 지난달 29일 개관 당일 킨텍스 꿈에그린 모델하우스 내부 모습(사진: 한화건설) |
앞선 홍보활동이 사전 준비 작업이었다면 모델하우스 개관은 본 게임이다. 그런 만큼 분양소장이 준비해야 할 업무량도 폭발적으로 증가한다. 모델하우스는 오전 10시 개관해 오후 6시에 문을 닫지만 분양소장은 오전 7시에 출근해 오후 10시가 넘어도 퇴근하기가 쉽지 않다.
모델하우스 운영 시 가장 중요한 것은 안전이다. 열심히 홍보하고 고급스럽게 모델하우스를 꾸몄어도 안전사고가 발생하면 큰일이다. 출근 후 가장 처음 하는 업무도 안전관리다. 전날 리허설을 했지만 다시 한 번 관람객들의 입장부터 퇴장까지 움직임을 예상해 계획을 세운다. 관람객들의 동선을 유도하는 차단봉 등 장비 점검, 밖에서 기다리는 관람객들을 위한 몽골텐트 및 차단막 등도 확인한다.
본격적으로 관람객이 몰려들기 시작하면 현장 인력의 긴장감은 절정에 달한다. 한 유니트에 너무 많은 관람객이 들어가지 않도록 관리한다. 킨텍스 꿈에그린 모델하우스의 아파트 유니트는 2층에 마련돼 있다. 모델하우스가 임시 건물이어서 2층은 최대 30톤 정도밖에 버티질 못한다. 아파트를 보려는 관람객이 한꺼번에 2층으로 몰리면 큰 사고가 날 수 있다.
송희용 소장은 “2층에 아파트 유니트가 있어 올라가려는 관람객이 많았지만 300~400명선에서 통제를 했다"며 "아파트를 먼저 보게 해달라는 관람객들이 많았지만 1층의 오피스텔 유니트를 먼저 본 뒤 2층으로 이동하도록 동선을 짰다”고 설명했다.
주말 이틀 동안 4만명 이상이 다녀간 탓에 현장은 눈코 뜰새 없다. 관람객들을 통제하는 경호원부터 주차장 아르바이트생, 단지와 유니트를 소개하는 도우미, 청약을 안내하는 상담사 등 모두가 쉴틈이 없다.
송 소장은 “상담사들은 하루에 최소 100명씩 상담하고, 도우미들도 계속 서서 설명을 하기 때문에 잠깐 쉬기도 힘들다”며 “김밥 한 줄로 허기를 채워가며 뒤에서 일을 도와주는 숨은 조력자들이 있었기에 무사히 관람객들을 받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 청약일
개관 후 첫 주말을 무사히 보내면 큰 산 하나는 넘은 셈이다. 이제 남은 것은 청약, 그 이후 계약까지 사업을 잘 마무리하는 게 관건이다. 우선 특별공급에 대한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 특별공급은 대상자가 다양하고, 관련 서류도 많아 접수를 받는 입장에서도 공부가 필요하다. 서류가 누락되거나 접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민원이 발생할 수 있다.
▲ 지난 2일 방문한 '킨텍스 꿈에그린' 모델하우스에선 특별공급 대상자들의 접수를 받고 있었다. |
특별공급 대상자는 다자녀, 신혼부부, 노부모, 생애최초주택구입 등 종류가 다양하다. 이 중 신혼부부는 준비해야 할 서류가 상대적으로 더 많다. 주민등록등본과 초본은 기본이고 가족관계증명서와 소득을 확인하기 위한 소득증명서, 건강보험실증, 혼인사실확인서 등이 필요하다.
송 소장은 “특별공급은 대상자격을 증명하는데 필요한 서류가 굉장히 많아 세 번에 걸쳐 서류를 검토한다”고 말했다.
아파트 청약 전날 모델하우스에서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다. 청약은 인터넷으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이미 홍보 활동을 마무리한 가운데 이따금씩 오는 관람객들을 맞이하는 정도다. 모델하우스를 다녀간 관람객들에게 충분한 정보를 제공한 상태여서 그들의 선택만을 기다릴 뿐이다.
◇ 계약일
청약이 마무리되고 1주일이 지나면 당첨자가 발표된다. 이 때부터 또 다시 본격적인 업무가 시작된다. 부적격 당첨자에 대한 소명부터 시작한다. 전용면적 84A·B㎡의 경우 청약 당첨자는 가점제 40%, 추첨제 60%가 적용되는데 청약을 신청할 때 가점 항목에 대해 잘못 알고 기입하거나 금융결제원이 검증 과정에서 파악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어 부적격자가 생긴다. 이를 파악하고 알려주려면 밤을 꼬박 새울 수밖에 없다.
송 소장은 “부양 가족수를 잘못 기입하는 등 부적격자가 당첨자의 10% 가량 발생하는데 이들에게 관련 내용을 소명할 수 있도록 알려 준다”며 “소명이 되지 않으면 당첨을 포기하고 계좌 부활을 요청해야 청약통장이 날아가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 최종적으로 계약을 준비한다. 계약을 하려는 당첨자들은 주민등록등본과 인감증명 등 필요한 서류를 챙겨 모델하우스를 방문하면 된다. 모델하우스에선 계약 전날에도 계약서 작성과 관련된 직원 교육과 리허설을 진행하며 막판 마무리 절차에 들어간다.
송 소장은 “이미 필요한 계약서까지 모든 준비를 마쳤다”며 “청약 1순위에서 마감됐기 때문에 한 달 내에 완판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자신있게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