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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도시 성공조건]②주민을 설득하라

  • 2018.12.31(월) 09:00

토지보상 갈등·인근 주민 반발도 확산
갈등 조율·합의 없인 계획 지체, 최악땐 무산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박원순 서울시장, 박남춘 인천시장, 이재명 경기도지사, 조광한 남양주시장, 김상호 하남시장, 김종천 과천시장, 박형우 인천계양구청장'이 한 자리에 모였다.

 

지난 19일 3기 신도시를 발표하는 자리였다. 이들은 수도권 주택공급 확대와 광역교통 개선을 위한 합의문을 발표하고 양해각서(MOU)도 체결했다. 과거 1기와 2기 신도시 조성 때와 확연히 달라진 풍경이다.

과거처럼 중앙정부에서 결정하고 하달하는 방식의 개발계획이 더는 통하지 않는다는 점을 방증하는 한 장면이기도 하다. 지자체는 물론이고 그 아랫단에선 해당 지역 주민의 협조와 이해관계자들의 조정을 거치지 않고선 성공적인 3기 신도시 조정도 어려워질 전망이다.

 



◇ '다리' 하나도 마음대로 못 놓는다

공공주택지구로 지정되는 지역의 원주민(토지주)부터 인근 지역의 주민들까지 이해관계는 더욱 복잡해지고 있다. 이들의 목소리도 과거에 비해 더욱 커졌다.

이미 지난 9월 21일 1차 수도권 공급 대책을 발표했을 당시부터 표면화 됐다. 서울의 성동구치소를 비롯해 수도권 중소규모 택지로 지정된 지역 인근 주민들은 청와대 국민청원, 해당 지자체와 국토부 항의집회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거세게 반발했다.

인근 주민의 반대 이유는 집값 하락이나 교통난 등으로 모아진다. 최근 3기 신도시 발표 이후 남양주나, 하남 등에서 반대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정부는 3기 신도시로 가장 큰 규모로 조성되는 남양주 왕숙지구의 교통난을 해소하기 위해 남양주 수석동과 하남 미사동을 연결하는 '수석대교'를 신설하기로 했다. 하지만 벌써부터 하남시와 지역 주민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남양주의 교통난을 해소하기 위한 목적이지만 반대로 하남시와 해당 지역 주민들 입장에선 하남의 교통체증을 더욱 가중시킬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정부 혹은 지자체가 적절한 (하남의 교통체증 완화)대안을 제시하지 못할 경우 수석대교의 신설도 불투명해 보인다. 거칠게 표현하면 이제는 '다리(대교)' 하나도 정부 마음대로 놓기 어려워진 상황을 여실히 보여주는 셈이다.

남양주는 남양주대로 다산신도시와 별내신도시에 이어 왕숙지구까지 잇따라 신도시가 들어서는데 대한 불만이 폭발했다. 공급과잉에 따른 집값하락은 물론이고 출퇴근마다 이어지는 '교통지옥'에 대한 해결책을 요구하고 있다.

 

▲ 남양주 왕숙지구/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 토지보상 갈등도 확산…사업 지체 혹은 무산 가능성도

무엇보다 택지지구로 지정된 곳의 원주민들의 불만이 가장 거세다. 이들은 3기 신도시 발표 이후 가장 먼저 집단행동에 나서기도 했다. '남양주 개발제한구역 국민대책위원회' 소속 회원 300여명은 지난 24일 남양주시청 앞에서 왕숙1·2지구 수용반대 투쟁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48년간 개발제한구역에 묶여 있다가 이제는 강제로 쫒겨나게 생겼다"며 반발했다.

왕숙지구는 대부분 비닐하우스 등 농사를 짓는 땅으로 이용되고 있지만 택지지구로 지정되면 당장 생계가 막막해지는 상황을 맞게 된다. 그린벨트로 묶여 있어 현재 공시지가도 주변 땅보다 낮다. 토지보상의 기초가 되는 감정평가액 역시 토지주의 기대나 주변 시세에 크게 미치지 못한다.

앞서 공공주택지구로 지정된 남양주 진접2지구 역시 이런 이유로 토지보상을 앞두고 거칠게 반발하고 있다.


정부 역시 이를 의식해 원활한 토지보상과 신도시 조성을 위해 현금보상 대신 땅으로 보상해주는 대토보상을 활성화하는 방안도 내놨다. 현행 대토보상은 당해 사업지구에 조성한 토지로 한정돼 있지만 이를 사업자가 사업중인 동일 또는 인접한 시·군·구내 사업지구까지 확대해 선택의 폭을 넓힌다.


아울러 대토 보상자들이 리츠에 출자하면 리츠사업자가 공동주택, 상가 등을 개발하고 그 개발이익을 나눠주는 대토리츠도 활성화하기로 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3기 신도시 등 입지가 좋은 곳에서는 개발이익(분양수익)이 나온다는 것을 (토지주들이) 알고 있기 때문에 대토리츠 참여도가 높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토지보상 단계에 있는 고양 장항지구에 처음으로 도입한다. 이 곳에서는 최대 30%까지 개발이익 나올 것으로 예상하고 참여를 독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아직 도입 초기인만큼 실질적인 성공사례가 나와야 활성화될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김태섭 주택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토지주들에게 아직은 대토리츠가 익숙하지 않다"면서 "일정 규모 이상 출자를 해야 하는 문제가 있고, 개발 이후의 이익이 애초 기대했던 수준에 미치지 못하면 메리트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제도와 토지보상 가격 현실화 등을 통해 원주민들의 협조와 동참을 이끌어내지 못하면 신도시 조성 역시 지연될 수밖에 없다. 실제 신혼희망타운으로 지정된 부산 기장군 내리2지구는 원주민들이 극렬히 반대해 주민공람까지 마쳤지만 지구지정조차 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업계 안팎에서는 문재인 정부들어 신혼희망타운 첫 무산사례가 될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신태수 부동산개발정보업체 지존 대표는 "토지주들이 합법적으로 쓸 수 있는 최후의 카드는 땅 위에 있는 지장물 조사를 막는 것"이라며 "이런 상황까지 가면 사업은 지연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연구실장은 "지역 주민들이 합의하고 공감할 수 있는 계획안 마련이 중요하다"며 "과거보다 갈등을 조율하고 합의하는데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입해야 하고, 이 과정에서 지자체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졌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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