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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공급, 투기에 '발목'…수도권 택지 지연 '어수선'

  • 2021.04.29(목) 15:54

투기조사‧근절대책 후속조치 거쳐 하반기 발표될 듯
발표 지연에 공급차질 우려도…소규모정비 역할 제한적

정부의 주택공급 대책이 '투기'에 발목을 잡히고 있다. 광명시흥지구의 LH(한국토지주택공사) 직원 땅 투기 논란에 이어 이달 발표 예정이던 수도권 신규택지 역시 투기 의심사례가 다수 발견되면서 일정이 미뤄졌다.

공직자 부동산 투기 논란이 한 차례 부동산 시장을 휩쓴 만큼 정부는 돌다리도 두들기며 정책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신규 공공택지 지정이 대규모 주택공급의 핵심이어서 공급대책에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 15만가구 신규택지, 하반기나 돼야

국토교통부는 29일 제5차 주간(위클리) 주택공급 브리핑에서 수도권 신규택지 후보지를 발표에서 제외했다. 후보지를 발굴해 지자체 협의를 진행하면서 사전조사를 추진했는데, 특정시점에 거래량과 외지인‧지분거래 비중 등이 과도하게 높아지는 정황이 확인된 까닭이다.

일부 후보지는 해당 지역 내 5년간 월평균 거래량 대비 반기‧분기별 월평균 거래량이 2~4배 증가했고, 외지인거래도 전체 거래의 절반에 달했다. 가격동향 조사 결과 인근지역보다 1.5배 이상 변동률이 높은 후보지도 확인, 투지심리와 수요가 집중된 것으로 보인다.

땅 투기 논란 진원지인 광명시흥지구 일대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이에 국토부는 거래동향 조사결과에 기반해 이번에 발표할 예정이던 2개 후보지 외 나머지 후보지를 중심으로 경찰에 수사를 요청하고, 부동산거래 분석기획단에서 실거래 정밀조사에 착수할 계획이다.

국토부는 광명시흥지구 발표 후 투기 논란이 발생하며 주택공급에 대한 국민 신뢰도가 바닥을 친 만큼 이번에는 투기의혹을 해소한 후 입지를 발표하기로 했다. 경찰 조사나 분석기획단의 분석, 지난 달 발표된 투기근절방안(3월9일) 후속 입법조치 등을 통해 처벌근거도 마련해야 해 발표 일정은 올 하반기 정도가 될 전망이다.

김규철 국토부 공공주택추진단장은 "후보지에 대한 최근 5년간 토지거래 중 지분거래나 법인, 미성년자와 외지인 거래 비율 등의 분석 결과 과도한 투기정황이 발견됐다"며 "이 같은 상황에서 먼저 입지를 발표하고 사후에 수사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어 "의심거래에 대한 수사와 조사를 추진하고, 투기근절대책 후속조치 입법과정 등이 정리되는 시점을 감안하면 올 하반기 정도에 입지를 발표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신규 공공택지는 상대적으로 정부 의지에 따라 지구지정 등 사업에 속도를 낼 수 있다는 게 공공재개발이나 서울도심고밀개발 등과의 차이점이다. 공공개발은 선도사업 후보지가 속속 발표되고 있지만 주민동의와 지자체 허가 등을 거쳐야 한다.

또 공공택지는 주택공급 규모 역시 15만 가구에 달해 서울 접근성과 교통망을 갖춘 지역이라면 인근 거주수요를 흡수할 수 있다. 이번 신규택지 발표 지연으로 주택공급에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생기는 이유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수도권 신규택지 발표가 늦어지면서 시장에선 주택공급에 대한 우려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데 정부의 소통이 부족했던 부분도 아쉽다"며 "신규택지 발표를 늦추는 대신 태릉 등 8.4대책에 포함된 서울 도심 내 유휴부지 사업 진행 상황 등을 설명했다면 공급 우려를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규철 단장은 "도심개발은 주민과 지자체의 높은 호응으로 절차가 진행 중이이서 신규택지 발표가 지연된다고 전체 공급계획에 큰 차질이 발생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조사 상황을 보면서 발표할 계획이고, 계획된 주택물량을 공급하는 것도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 소규모 정비‧주거재생…"공급우려 해소할 수준 안돼" 

신규 택지지구는 빠졌지만 국토부는 이날 소규모 주택정비 관리지역(20곳)과 주거재생혁신지구(7곳) 선도사업 후보지를 공개하며 5만2000여가구의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특히 소규모 주택정비 관리지역과 주거재생혁신지구는 2.4대책을 통해 새롭게 도입되는 사업 형태로 이날 첫선을 보였다. 소규모 주택정비 관리지역으로 지정된 지역 안에서 정비사업을 추진하면 건축규제 완화나 용적률 상향 등 인센티브가 제공된다. 이 사업은 민간 단독사업이 원칙이어서 민간 참여가 기대되는 분야다. 다만 공공과 함께 진행하는 방안도 열어놓고 있다.

도시재생 사업을 개선한 주거재생혁신지구는 공공주도로 주거취약지를 재생하기 위해 주거와 복지, 생활편의 등이 집적된 지역거점으로 조성하는 사업이다. 서울 창신동과 숭인동 등에서 진행되고 있는 도시재생은 철거보다 보존에 집중, 주거환경 개선에 어려움을 겪으며 주민들의 반발이 큰 반면 혁신지구는 생활SOC 등을 도입해 지역거점으로 개발하는 게 차이점이라는 설명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기존 도시재생뉴딜은 여러 단위지구의 사업을 묶어 활성화 계획을 세웠다면 혁신지구는 하나의 지구단위 사업이어서 이전보다 사업 추진속도가 빠르다"며 "사업지역을 거점으로 주거 뿐 아니라 생활편의시설과 복지시설 등도 조성하고 주변 지역까지 활성화되도록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사업에 대한 평가는 나쁘지 않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재건축과 재개발을 사실 상 배제했던 도시재생 정책에 변화를 줬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며 "용적률 등 인센티브를 주는 것도 정비사업 최우선 요소인 사업성 측면에서 좋다"고 평가했다.

다만 이를 통한 주택공급 물량은 상대적으로 적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김인만 소장은 "소규모 지역 개발사업 활성화는 바람직하다”면서도 “물량이 많지 않아 공급 차질에 대한 우려를 해소할 만한 수준은 아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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