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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잇슈]'가구수 늘려줄게'...리모델링 훈풍? 희망고문?

  • 2023.06.07(수) 06:30

1기신도시 리모델링 가구수 확대 추진
원희룡, 내력벽철거·수직증축 검토예고
리모델링 해?말아?…"희망고문 커질수"

'가구수 증가 상한, 내력벽 철거 금지, 수직 증축 제한…'    

아파트 리모델링 사업의 발목을 잡던 굵직한 규제들이 도마 위에 올랐다. 국토교통부가 1기 신도시 등 노후계획도시 지역 내 리모델링 시 가구수를 늘릴 수 있도록 각종 규제 완화를 추진한다. 

이에 따라 리모델링 사업성이 높아지면 재건축에 밀려 한 풀 꺾였던 리모델링 시장에도 다시 훈풍이 불 것이란 전망이다. 그러나 형평성 문제 등이 예상되는 데다 실제 시행으로 이어지지 않을 경우 희망고문만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가운데)이 지난 4일 노후계획도시 정비에 대한 주민간담회를 열기 위해 경기도 안양시 평촌을 방문했다./국토부

리모델링 규제 완화, 줄줄이 검토 

국토교통부가 '노후계획도시 정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이하 노후계획도시 특별법)에 따라 리모델링 사업 시 증가 가수 수 상한을 현행 기준의 140% 완화하는 특례를 국회에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행 주택법에선 리모델링 사업(세대수 증가형 리모델링) 시 가구 수 증가 상한은 '15% 이내'다. 여기에 정부 완화완을 적용하면 21%까지 가구 수를 늘릴 수 있다. 

앞서 국토부는 올해 2월 노후계획도시 특별법 주요 내용을 발표하면서 리모델링 시 가구수를 15% 이상 증가를 허용하기로 하고, 구체적 범위는 시행령에서 규정하기로 했다.

지난달 30일 국토위에서 특별법 심의가 시작된 가운데 국토부가 이같은 내용의 특례안을 제시, 특례 조항에 명시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에 따라 가구수가 늘어나면 리모델링 사업 단지의 사업성도 전보다 '청신호'가 켜질 수 있다. 

국토부는 또 리모델링 업계의 '규제 대못'으로 꼽히는 내력벽 철거, 수직증축 활성화 완화도 시사했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지난 4일 평촌신도시 주민들과 만나 "리모델링에서의 내력벽 철거와 수직증축 활성화는 안전 문제가 없는 범위 내에서 풀려고 한다"고 밝혔다.

건축물 내력벽은 구조물의 무게를 견디는 벽으로, 안전상 이유로 세대 간 내력벽은 철거가 금지돼 있다. 그러나 같은 내력벽이라도 세대 내 내력벽 등은 철거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준이 모호하고 상품성을 떨어트린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수직 증축 역시 신규 주택 공급을 늘려 조합원들의 분담금을 줄일 수 있는 해법으로 꼽히지만 안전 문제 등의 이유로 여전히 활성화가 안 돼 있다. 지난 2013년 주택법 개정으로 수직증축이 허가됐음에도 현재까지 이 문턱을 넘은 단지는 희소하다.

시장에선 이들 규제가 완화돼야만 아파트 리모델링이 활성화될 것이란 목소리가 끊임없이 나왔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지난 2월 발간한 건설동향브리핑을 통해 "수직 증축을 허용하고 용적률 인센티브를 높인다면 신규 주택공급이 확대돼 주민들의 분담금을 줄일 수 있다"며 "아울러 현행 내력벽 철거 금지가 풀리면 공간구조 개편에 따른 소비자의 만족도를 높여 아파트 리모델링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번 노후계획도시 특별법 추진과 함께 리모델링을 둘러싼 규제가 줄줄이 풀린다면 리모델링 사업성도 크게 높아질 전망이다.

특히 평균 용적률이 높아 재건축 사업 추진이 어려웠던 평촌(204%), 산본(205%) 등이 대표적인 수혜 지역으로 꼽힌다. 

1기 신도시 아파트 평균 용적률./그래픽=비즈워치

실제 시행될까…'희망고문' 우려 커져

규제 완화가 시행되면 리모델링 시장에도 다시 훈풍이 불 것이란 전망이 일부 나온다. 

윤석열 정부가 출범 이후 재건축 위주로 규제를 풀면서 재건축과 대체재 관계에 있는 리모델링 업계의 분위기는 한 풀 꺾였다. 

재건축 규제 완화에 따라 재건축과 리모델링 사이 사업성에 큰 차이가 없는 단지의 경우 재건축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리모델링 규제까지 완화될 가능성이 높아지자 재건축 및 리모델링 추진 단지들이 다시 셈법 계산에 나섰다. 사업성, 사업 기간 등에서 더 유리한 쪽으로 선택하기 위해서다. 

언뜻 보면 조합들의 선택의 폭이 넓어진 듯 하다. 그러나 규제 완화 여부가 불투명해 사실상 '희망 고문'만 커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앞선다. 

리모델링 규제 완화 방안이 적용될 곳은 계획도시 조성 후 20년이 지난 100만㎡ 이상 택지로 1기 신도시를 비롯한 서울 개포, 목동, 중계동 등의 노후계획도시다. 

그 외 지역은 규제 완화 수혜를 볼 수 없다는 점에서 형평성 논란이 예상된다. 

아울러 가구수 증가 등의 특례가 노후계획도시 특별법 제정안의 입법 취지에 맞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업계에 따르면 서울시 측은 "다른 지역보다 리모델링으로 가구 수 증가를 더 허용하는 것은 노후계획도시 정주 여건 개선을 위한 제정안 입법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리모델링 특례 규정을 삭제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무엇보다 규제 완화가 결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시장에 시그널을 주면 오히려 혼란만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로 올해 3월 노후계획도시 특별법이 발의되자 리모델링 추진 단지의 주민들 사이 재건축과 리모델링을 두고 의견차가 갈리면서 곳곳에서 갈등이 불거지고 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노후계획도시 특별법에 이후 리모델링이냐 재건축이냐 혼란이 커진 상황에서 또 확정되지 않은 규제 완화 시그널을 주는 건 오히려 주민들의 결정에 혼란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규제 완화가 시행되면 가구수가 늘어나서 사업성이 높아진다는 점이 사업 주체들에게 긍정적으로 작용하겠지만 넘어야 할 산이나 변수가 많아 실제 시행될지 미지수"라며 "노후계획도시에 포함되지 않는 지역의 리모델링 추진 단지 중 가구수 증가가 안 돼서 사업성이 떨어져 사업이 지지부진한 곳도 있기 때문에 형평성 문제 등이 관건이 될 것"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이런 상황에서 규제 완화가 시행될 것처럼 신호를 주다가 시행이 안 되면 주민들은 재건축과 리모델링 사이에서 불확실한 사업 기간만 늘어나서 오히려 손해를 볼 수 있다"며 "희망고문이 되지 않도록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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