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대 규모 재건축 사업이 진행중인 둔촌주공(올림픽파크포레온) 단지에서 대각선 1km 지점에는 재건축 대신 '리모델링'으로 주목받는 단지가 있다. 572가구 규모 중형 단지인 '더샵둔촌포레(기존 둔촌현대1차아파트)'가 그 주인공이다.
둔촌주공과 인접해 '미니 둔촌주공'으로도 불린다. 하지만 리모델링은 재건축 단지와는 차이가 크다는 게 조합과 시공사 측 설명이다. 특히 리모델링 단지임에도 기존 가구수의 15%에 가까운 74가구를 늘렸고, 이를 모두 새로 지은 동에 일반분양으로 배치한 것이 장점이자 특징이다.
더샵둔촌포레는 재건축과 비교해 무엇이 다르고 어떤 장단점이 있을까? 지난 13일 서울시 리모델링주택조합 협의회(서리협)가 개최한 이 단지 공사현장 설명회를 통해 들여다봤다.
9호선 급행 종점인 중앙보훈병원역에서 나와 도보로 약 10분 정도 걸으면 '더샵둔촌포레' 리모델링 공사 현장이 나온다. 서울 강동구 둔촌동 30-4번지 일대 위치한 이 단지는 1984년 11월에 준공돼 올해로 꼭 40년이 됐다.
이 아파트는 지상 14층, 5개동에 전용면적 84.4㎡ 주택형만 498가구 들어서 있는 중형 단지였다. 2021년 시작한 리모델링 공사를 통해 지하 2층이 증축되고 신축 3개동이 더해지는 중이다. 올해 11월이면 총 8개동 572가구 규모로 재탄생한다. 단지 용적률은 179%에서 243%로, 건폐율은 15%에서 26%로 높아진다. 시공은 포스코이앤씨가 맡았다.
지난달 말 기준 공정률은 72%다. 신축단지 3동이 모두 들어섰고 지하주차장도 모습을 갖췄다. 앞으로 마감공사와 조경시설 등이 진행될 예정이다.
일반분양, 모두 신축동에
이 단지는 리모델링임에도 일반분양 74가구가 모두 신축 주동(住棟)에 배치했다는 게 특징이다. 리모델링 단지 중 별동을 신축해 이를 모두 일반분양한 곳은 더샵둔촌포레가 최초라는 게 포스코이앤씨 설명이다. 기존 대지 면적이 충분했고, 건폐율이 낮았기에 가능한 설계였다.
조합 입장에서는 수익성을 끌어올릴 수 있었다. 기존 단지는 위에서 내려다볼 때 디지털 '3' 모양이었다. 여기에 신축동 3개가 더해지며 '8'과 유사한 모습으로 단지 모양이 구성됐다.
기존 주동은 앞뒤로 늘리는 수평증축을 했다. 앞과 뒤로 2~2.5m를 확보해 전용면적 84㎡의 기존 평면의 실사용 면적이 93~95㎡로 늘어났다. 건물 앞뒤 부피가 늘어난 만큼 인동거리(건물 사이 거리)는 기존보다 소폭 줄었다.
단지 사방에 트인 곳이 없는 만큼 답답해 보이는 부분도 있었다. 하지만 기존 지상주차장을 지하로 넣고 상부에 조경시설을 갖춤으로써 이를 일부 감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위에서 볼 때는 녹지로 꾸며진 중정 2개를 품은 모습이 된다는 설명이다.
지상 주차장만 있어 368대만 가능했던 주차수는 지하 2층까지 주차장을 마련하며 총 703대로 늘었다. 기존 단지들은 각동 엘리베이터를 그대로 지하층까지 연결해 추가 엘리베이터 설치 비용 부담을 줄이기도 했다.
지하 1층에서 모든 동으로 이동할 수 있도록 연결하고 각종 커뮤니티 시설도 지하 1층에 배치했다. 실내 골프연습장, 피트니스클럽, GX룸, 사우나 등이 들어서는 스포츠 커뮤니티와 작은도서관, 북카페, 키즈룸, 멀티룸을 포함한 에듀 커뮤니티 등이 조성될 예정이다.
1100억 수익확보하고 비용도 합리화
신축 별동은 전용면적별로 △84A㎡ 26가구 △84B㎡ 26가구 △112㎡ 22가구로 구성된다. 리모델링 단지 중 일반분양 비율이 10% 넘는 곳은 흔치 않다. 공급물량 부족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서울에서 이달 유일하게 실시한 일반분양한 물량이라는 점도 수분양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지난 11일 실시한 특병공급에서 27가구 모집에 583명이 몰리면서 평균 21.6대 1의 경쟁률을 냈다. 12일 1순위 청약에서는 47가구 모집에 4374명이 몰리면서 평균 93.06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기타지역을 덜어내도 평균 65.3대 1의 경쟁률이다.
일반분양분이 리모델링 아파트 특유의 '동굴형' 2베이가 아닌 4베이(방 3개와 거실 전면 배치) 판상형이 절반 이상인 점, 사실상 신축아파트와 같은 주택형이라는 점이 매력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신축 물량으로는 약 1100억원 규모의 수익 창출을 예상하고 있다. 최근 공사비 상승에 따른 갈등으로 재건축단지뿐 아니라 리모델링 단지까지 공사를 멈추는 곳들이 늘고 있다. 즉 수익성 극대화가 조합과 시공사 모두에게 중요한 과제였던 만큼 이를 잘 풀어낸 결과로 보인다.
이처럼 수익성을 높이고 비용도 합리화하면서 조합원 분담금을 낮출 수 있었다. 조합원 분담금은 기존 1억7000만원에서 최근 공사비 증가로 추가분담금이 늘었지만 1억원 내외인 것으로 알려졌다. 총 2억7000만원가량이다. 분담금이 5억원을 훌쩍 넘어서는 최근 재건축 단지들과 비교하면 절반 정도 수준이다.
둔존주공의 빛과 그림자?
신축 단지 타입별 분양가는 △84㎡ 12억9300만~13억9300만원 △112㎡ 16억480만~16억9520만원이다. 여기에 발코니 확장비가 유상으로 더해진다.
준공한 지 14년 된 근처 둔촌푸르지오 아파트(2010년식, 800가구) 전용면적 84㎡가 올해 1월 12억원에 거래됐고, 전용면적 113㎡는 지난해 12월 14억1200만원에 손바뀜했다. 대형에서 주변 시세 대비 분양가 차이가 조금 더 난다.
입주까지 8개월가량 남았다는 점은 분양 계약자나 기존 입주자 모두 감안해야 하는 부분이다. 사실상 후분양에 가까워 자금계획을 잘 세워야 한다. 입주시기가 1만2000가구 규모의 둔촌주공과 맞물려 있는 점을 특히 감안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둔촌주공 후광효과도 누렸지만 입주장에서는 역대급 대단지의 전세 공급물량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지역적으로 전세가격이 내려갈 가능성이 있는 만큼 자금계획에 차질이 생길 수 있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리모델링으로 서울서만 11.6만가구 신규 공급 가능"
더샵둔촌포레가 리모델링 사업 활성화의 이정표가 될 수 있을까? 관련 업계에서는 리모델링이라는 정비방식에 대한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리모델링을 재건축 대체재가 아닌 보완재로 인식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원식 포스코이앤씨 건축사업본부 리모델링영업실장은 "기존에는 저층 저밀도 개발이 많아 재건축이 가능했지만 앞으로는 고밀도 개발단지들의 정비를 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90년대 중후반 지어진 단지들은 용적률이 400%에 달하는 곳도 있어 현행 용적률 상한을 초과하는데다, 사업성이 나오기 어려워 재건축이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는 "건축한 지 30년이 지나야 하는 재건축과 비교해 리모델링은 15년 지나서부터 가능하기 때문에, 노후화가 심각해지기 전에 주거 질과 삶의 질 개선이 가능하다"면서 "내진설계, 스피링클러 등 안전성 강화와 고령화하는 인구변화에 신속하게 대응하는 측면에서도 강점이 있다"고 강조했다.
주택 신규공급 효과도 꽤 톡톡하다는 주장이다. 이 상무는 "서울시에 따르면 가구수 증가가 가능한 서울 내 리모델링 단지가 898개, 77만4000가구"라며 "기존 가구수의 15%까지 늘릴 수 있는 점을 감안하면 총 11만6000가구의 신규주택 공급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